돈을 말하면 가벼워 보이는 사회

by Quat


당신은 하루에 돈을 얼마나 자주 생각하는가. 성인이 되고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는 자신의 경제관념과는 무관하게 매일 돈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매일 반복되는 식사와 이후 이어지는 잠깐의 커피타임, 퇴근 후 잡힌 약속이나 필요한 물품을 살 때, 각종 공과금과 통신비 등 하루 중 단 한순간도 ‘돈’과 완전히 무관한 시간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돈 이야기를 꺼내는 데 유난히 조심스럽다. 돈을 말하면 어쩐지 속물처럼 보이고 너무 계산적인 사람처럼 비칠까 두려워한다. 사랑이나 꿈을 말할 때와 달리 “나 돈 많이 벌고 싶어”라거나 "돈이 최고야"라고 누군가 말하면 왠지 모르게 공기가 싸해지는 순간을,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예전에 다니면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점심 식사 후 대화를 할 때 한 명이 “나는 돈 많이 벌어서 40살 전에 은퇴하고 싶어.”라고 말했다. 그 말은 어쩌면 당연하고 현실적인 바람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그를 놀리듯 웃었다. “역시 너는 돈밖에 모른다니까.” 그의 말은 진지한 삶의 목표가 아닌, 웃고 넘길 농담처럼 소비됐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의 일에 집중하자’ 거나 ‘돈보다 의미가 중요하지’ 같은 이상적인 말들이 더 성숙하고 올바른 태도로 여겨졌다.



그런데 왜 돈을 원한다고 말하면 속물 같거나 냉혈한처럼 들리는 걸까. 부자를 부러워하면서도 왜 우리는 '돈을 갖고 싶다’는 말을 낯설어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고백처럼 여기게 되었을까. 예전에 비해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것을 당당하게 말로 표현하려면 꽤나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누구나 현실을 살아가는데도 현실을 말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 이것이 우리 사회의 모순이다.



아이러니한 건 돈 이야기를 꺼낼 수 없을수록, 그 사람은 더 돈에 휘둘리기 쉽다는 점이다. 돈에 대해 말하지 못하면 돈에 대해 생각하는 법도, 계획하는 법도 배우기 어렵다. 돈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사회일수록 개인은 소비에 휘둘리고, 투자에서 실수하고, 대출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그리고 그 고통은 개인의 ‘무능력’으로 치부된다. 말을 못 하게 해 놓고, 잘못된 결과는 스스로 감당하라고 하는 셈이다.






그러니 오히려 우리는 ‘돈을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돈이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지,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삶을 지배하는지 솔직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경제교육을 이야기하고, 친구 사이에도 소비습관이나 투자에 대해 조언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돈을 감추는 것이 격조 있는 태도는 아니다. 돈을 투명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성숙함이다. 돈을 말한다고 해서 사람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무게를 감당하고 그 무게에 눌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돈을 제대로 말해야 한다. 돈을 말하지 못하는 사회가 더 가볍고,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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