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보다 커피 한 잔
최근 한 예능 방송에서 주우재 씨가 한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출연자 중 누군가 '운동을 해야만 한다'라고 말하자, 그가 정반대의 의견을 낸 것이다. 그는 일명 'NO 운동론'을 말하며 "세계 보디빌딩 챔피언은 40대에 사망했지만, 초코잼 발명가는 80세까지 살았다", "러닝머신 발명가는 50대에 사망했지만, 유명 치킨 브랜드 창립자는 90세까지 장수했다"는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처음 이 주장을 들었을 땐 그저 웃길 뿐이었다. 나도 운동을 썩 즐기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솔직히 말하면 '하지 않는다'에 가까운 편이다), 운동을 하지 않을 '합법적' 변명거리로 꽤 괜찮은 말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가 한 말엔 모순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초코잼을 발명한 사람과 치킨 브랜드를 만든 사람이 업과는 별개로 평소 운동을 열심히 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반면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이라도 해도 갑작스러운 사고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운동을 많이 하던 사람이 일찍 죽었다고 해도, 사망 원인이 반드시 운동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의 생각에 공감 가는 부분도 분명 있었다. 그건 바로 몸에 좋다고 알려진 것들이, 우리를 반드시 행복하게 만든다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되려 우리를 정말로 행복하게 만드는 건 의사들이 두 손을 들고 뜯어말리는 것들 투성이다. 주말에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스마트폰을 보는 것, 밤새 게임을 하는 것, 자정이 되어서 먹는 치킨과 떡볶이. 말만 들어도 건강에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금요일 밤이 되면 망설이다 결국엔 배달음식을 주문해 유튜브나 영화를 보며 먹어댔던 기억이 대부분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행동들이 자주 반복되었을 때 건강이 악화된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30대가 된 이후부터 흔히들 말하는 건강에 좋지 않은 행동들을 했을 때 전보다 훨씬 더 회복이 더디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주량보다 술을 더 마시면 다음날 끔찍한 숙취에 시달리고, 아침을 빵으로 해결하면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들 때가 더 많아졌다. 나이를 먹을수록 건강하기 위해서가 아닌, 살기 위해 운동을 한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알 것 같다.
그럼에도 건강한 삶으로부터의 일탈은 여전히 내게 행복과 충만함을 주곤 한다. 다른 것들은 어떻게든 줄여보고 있지만, 아직도 꾸준히 유지하는 불건강한 습관 중 하나가 바로 '커피'다. 인터넷을 통해 '대체 커피'라는 걸 발견하고 마셔보기도 했지만 커피를 대체할 순 없었다. 커피 원두에서 나는 특유의 고소한 향과 씁쓸한 맛은 하루를 좀 더 열심히 살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불건강한 습관 덕분에 하루를 더욱 열심히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 불건강하거나 부정적인 것들은 당연하고 그것이 일반적으로 좋다고 알려진 것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하루를 너무 좋은 것들로만 채우려 들다 보면 그러한 과정이 스트레스로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 순간 누군가는 어떻게든 그것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하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후자에 해당하더라도 전자와 비교하며 '난 의지가 너무 약해', '이 정도도 못하다니'라며 지나치게 자책을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하지 않을 거면서 그 정도로 자책을 할 거라면,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것이라도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소위 '갓생을 산다'며 매일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을 바엔, 차라리 조금 덜 건강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건강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도 스스로 행복한 순간이 없는 삶을 사는 것만큼 공허한 게 있을까? 하루에 단 5분이라도 정말 행복한 순간이 있다는 것. 그 순간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자존감을 갖춘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