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행복의 모양을 고를 것인가
‘흑백요리사’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안성재 셰프의 유튜브 채널에 수학 강사 정승재 씨가 게스트로 나온 영상을 보았습니다. 함께 요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미혼인 정승재 씨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70이라고 가정했을 때 결혼을 한다면 최소한 90은 되어야 하는데 혹시라도 50이나 40으로 떨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이죠. 지금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데 괜히 결혼했다가 후회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때 안성재 셰프가 이렇게 말합니다. “같이 해서 90이 되고 100이 될 수도 있죠. 근데 사랑하니까 나의 행복이 50이 되어도 괜찮아야 하는 거죠.” 처음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편으론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을 할지 말지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결정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지금도 나름 행복한데, 결혼했다가 이 삶이 깨지면 어떡하죠?" 아직 결혼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고민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 고민은 결혼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직을 고민할 때도, 창업을 망설일 때도, 다른 도시로 이사를 생각할 때도 우리는 늘 비슷한 계산을 합니다.
이미 어느 정도 안정된 일상을 포기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혼자 사는 삶에 익숙해진 사람이 결혼을 망설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퇴근 후 무엇을 먹을지, 주말에 무엇을 할지 등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기존의 일상과 반대되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혼자 산다고 해서 항상 더 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삶은 결혼 유무와 상관없이, 원래 불규칙적인 오르내림이 존재합니다. 결국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우리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결혼하면 망한다”거나, “결혼해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말도 둘 다 반만 맞는 말입니다.
결혼한 입장에서 누군가 제게 “꼭 결혼을 해야 하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굳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물론 결혼 후의 삶이 불행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방식과 순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삶을 공유한다는 감각이 있어야 외롭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혼자만의 공간으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충전된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두 부류가 똑같이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같은 만족을 얻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만약 자신이 철저한 개인주의자라면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고 연애만 하는 게, 결혼하는 것보다 더 행복할 수도 있겠죠.
한 사람과 평생을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결혼을 꿈꾸는 사람들이 결혼을 통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다”, “인생의 업적 하나를 달성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결혼을 결정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을 해도 결국 이혼하는 부부들이 생긴다는 건, 평생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게 그만큼 힘들다는 걸 보여주죠. 결국 배우자가 ‘평생의 친구’가 될지,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사람’이 될지는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나의 성향과 평소 마음가짐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것들이죠.
혼자일 때의 행복과 누군가와 평생 함께 한다는 행복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어느 한쪽이 커지면, 다른 한쪽은 줄어들 수밖에 없죠. 결혼생활은 줄어드는 쪽의 행복에 대한 아쉬움을 내가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 반대로 커져가는 행복을 얼마나 깊이 만끽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것을 결정하는 기준은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달려있습니다. 혼자 즐기는 70의 행복과, 둘이서 즐기는 50의 행복. 당신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