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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n 13. 2022

당신은 지금 '잘' 살고 있나요?


요즘 문득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잘 산다'는 것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일 테고, 다른 누군가에겐 아픈 곳 없이 건강한 게 잘 사는 것일 수도 있다. '잘 살고 있다'에 대한 나의 기준은, 먹고사는데 크게 지장 없으며 때때로 마음 맞는 사람과 편하게 만나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기준으로 일상을 돌아보면 꽤 잘 살고 있음을 느낀다.


  




반대로 내가 힘들었을 때, 즉 잘 살고 있지 못할 때를 떠올려보면 앞서 말한 기준이 충족되지 못했었다. 불안정한 수입으로 먹고사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나를 힘들게 만든 사람들 또한 많이 있었다. 사실 나는 돈에 대한 욕심이 많은 편은 아니다. 물론 기회가 온다면 많이 벌 생각은 있지만, 악착같이 돈을 모아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돈이 없을 때의 힘듦은 잘 알고 있다.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더 많이 벌어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이 없을 때의 비참함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람마다 씀씀이의 크기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믿는 편이며, 자신의 씀씀이도 모른 채 욕심을 부리거나, 적은 돈으로 생활하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두 사람에게 똑같이 천만 원을 주었을 때, 누군가는 천만 원을 하루 만에 다 써버릴지도 모른다. 또 다른 사람은 한 달이 지나도 백만 원도 쓰지 못할 수도 있다. 같은 돈을 벌어도 그것을 어떻게, 얼마나 쓸지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한 달에 적어도 100만 원은 써야 하는 사람이, 월급이 150만 원인 직장을 다니면 어떻게 될까? 아마 그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이직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로 부족한 돈을 더 얻으려 할 것이다. 반대로 한 달 생활비로 30만 원도 채 들지 않는 사람이 똑같은 직장에 다닌다면 어떨까? 아마 그 사람은 자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이처럼 스스로 타고난 씀씀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다면, 돈에 관련된 문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애초에 씀씀이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었기에, 수중에 돈이 그다지 많지 않았음에도 올해 초 집을 나와 독립할 수 있었다. 주변에 독립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도 부정적인 의견을 낸 대다수는, 평소 씀씀이가 큰 사람들이었다. 사실 그들의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들에게 충분한 종잣돈이 없는 상태에서의 독립은 상상만으로도 괴로운 일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그들과 달랐고, 독립을 했을 때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만족스러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어떤 상황이든 욕심은 많은데 게으르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난다. 특히 돈은 그런 결과가 더욱 심하게 두드러진다. 만약 자신의 씀씀이가 큰 만큼 부지런히 움직여서 많은 돈을 번다면 그것은 별 문제가 없다. 반대로 씀씀이가 작은 사람이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돈을 버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큰 씀씀이에 비해 그만큼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거나, 씀씀이는 작은데 악착같이 돈을 모으려 한다면 본인 또는 주변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히 높아진다. 결국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씀씀이에 맞게 돈을 벌어서 쓰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먹고사는 게 해결되면, 인간은 전에 비해 보다 고차원적인 욕구를 충족하려 한다. 나는 그것이 바로 '사회적 욕구'라고 생각한다. 당장 먹고살기 바쁠 땐 주변을 둘러볼 겨를이 없다. 시간이 지나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사람은 조금씩 어떤 감정을 느낀다. 그 감정은 외로움과 고독함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동창회가 활성화되거나, 결혼을 하거나, 사적인 모임 활동을 하는 빈도가 잦아진다는 게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때부터다. 지금까지 힘들었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누군가에겐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게 느껴질 것이다. 억눌려있던 욕구가 폭발하면서 과거에 대한 보상을 바라듯,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처음엔 그들과 어울리는데 전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자신의 모든 걸 드러내는 사람은 드물며, 인간관계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본성을 숨기는 게 능숙하기 때문이다. 각자 살아온 환경을 말하며 누군가는 당신의 말에 공감하고, 위로해주며, 응원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당신 또한 그런 말들을 들으며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라고 생각하며 뿌듯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런 말을 들은 당신은,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들에게 보답하고자 그들이 당신에게 해준 것보다 더 많은 칭찬과 응원을 해줄지도 모른다. 그들이 힘들다고 말할 땐 언제든지 달려 나가 그들의 말에 경청하고, 당신의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사용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 당신이 처한 상황이 나빠질 때도 있을 것이다. 혹은 그저 사람이 필요한 날도 있을지 모른다. 별다른 이유는 없지만, 그저 누군가 보고 싶은 날. 조언 따위 필요 없이 그저 옆에 누군가 있어주기만 해도 위로될 것 같은 날 말이다. 당신은 평소 친하게 지낸 그들에게 연락을 하지만, 그들은 바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시간이 흐른다. 당신은 또다시 그들에게 연락을 받는다. 유난히 힘들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당신은 해야 할 것도 미룬 채 그들에게 시간을 쏟는다. 시간이 지나 이번엔 당신이 먼저 그들에게 연락을 한다. 그들은 여전히 바쁘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당신에게 연락한다. 당신은 대부분 수신자의 입장이고, 그들은 발신자다.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연애라는 감정을 대하는 내 기준은 "좋을 때는 누구나 좋아 보인다"라는 것이다. 처음 만날 때부터 자신이 기분 나쁘다고 해서 버럭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에게 익숙해질수록, 조금씩 원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누군가의 본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에서 반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면을 벗고 그 사람이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면, 자신과 오래갈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판단을 보다 명확하게 내릴 수 있게 된다.



정말로 괜찮은 사람은 말이 아닌, 행동을 한다.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여전히 모르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남들에게 자신이 잘하는 걸 뽐내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만 그것을 드러낸다. 매력 있는 사람과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가는 사람이 매력 있는 사람인 것이다.






씀씀이에 대한 고찰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떠나보내는 과정을 겪은 지금에서야 어느 정도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가 나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쩌면 정말 아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면 지금과는 또 다른 기준이 생겨날 수도 있지 않은가.



당신 또한 지금 믿고 있는 것이 평생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현재에 만족하며, 지금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물론 좋은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경험을 하다 보면, 지금의 기쁨보다 훨씬 더 큰 기쁨을 느낄 가능성도 충분하다. 지금 당신이 진실이라 믿고 있는 것들도 지금 이 순간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진실일 것이라고' 믿는 것이지 않은가. 그러니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 새로운 경험으로 인해 받는 상처를 미리 아파하지 말자. 결국 이 모든 것들로 인해 당신은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어쩌면 '잘 산다'라는 건 별 게 아닐 수도 있다. 지난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며,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일 줄 안다면 그것이야말로 '잘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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