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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n 12. 2022

당신도 누군가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집에서 쉬던 중, 메신저로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나와 마찬가지로 주말 근무를 하는 지인이어서 퇴근을 한 뒤 오랜만에 얼굴을 보기로 했다.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카페로 이동해 그동안 있었던 각자의 일상을 말하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 대부분은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 하지만 대화를 하며 그들이 살아온 삶에 대해 들으면,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다. 지나간 과거에 크게 후회하진 않지만 나와 다른 방향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감탄이 절로 나올 때가 있다.



어제 만난 지인에게서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대학교 때 다녀온 해외 자원봉사나, 자신이 겪은 다양한 활동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어떻게 그런 열정을 가지고 살 수 있었느냐는 내 물음에, 지인은 사실 자신이 다니고 싶었던 대학교가 따로 있었다고 대답했다. 비록 원하던 대학은 아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후회 없이 20대를 보내고 싶었으며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는 지인의 얼굴엔, 정말 무언가에 대해 진심이었던 사람만이 담아낼 수 있는 자부심이 드러나 있었다. 담담한 말투에 묻어나는 자신감과 입가에 맺힌 은은한 미소가 그 증거였다.






그러면 모든 면에서 지인이 완벽한 사람이었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지금도 그녀는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가 쉽사리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내 기준에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그녀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녀 또한 나와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가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을 바꾸려 들진 않았다. 나도 그녀에게, 그녀도 나에게 각자의 입장에서 조언을 했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단지 그뿐이었다.






살다 보면 누군가의 모습이 부러울 때가 있다. 부럽다고 느껴지는 것들 대부분은 그 사람과 만난 시점에서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 부럽고, 사랑을 하고 싶을 때는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내게 부족한 것으로 인해 힘들다고 느끼는 감정이 커질수록, 부러움의 크기 또한 커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부족했던 게 어느 정도 충족되고 나면, 내가 부러워했던 사람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 당시만 해도 그 사람의 모습이 한없이 멋지고 부러웠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작 그 사람에게 없는 것들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히려 내가 그토록 부러워했던 사람이 내게 "사실 나는 네가 부러워"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상황이 조금 나아진 것만으로도 보는 관점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부족한 것들에 집중하며, 그것을 메꾸기 위해 노력한다. 때에 따라 평소보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타인에게 그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인간은 자신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대처법을 사용한다.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차단하고 혼자 있거나, 부족한 부분을 지나치게 포장하려고 하거나, 누군가 그것을 건드리면 날카롭게 반응하는 등 평소 성향과 자라온 환경, 주변 사람들에 따라 천차만별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방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들은 점차 사그라들게 된다. 완전히 극복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대체적으로 전보다 완화되는 경우가 많다. 경제력 증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스스로의 노력으로 인한 변화 등 다양한 원인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라는 진리다. 자신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처럼, 누구나 적어도 한 가지 이상 자신만의 부족한 것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이런 시기를 제대로 한 번 겪은 사람은, 나보다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사람을 크게 부러워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무언가를 나보다 잘하는 것처럼, 반대로 그 사람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도 분명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당신도 지금 이 순간, 당신 주변에 있는 누군가를 보며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당신이 그토록 부러워하는 사람 또한, 속으로 당신에 대한 시샘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말을 들은 당신은 "설마 걔가 나를? 말도 안 돼! 걔가 뭐가 못나서 나를 부러워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람이 무언가를 가진다는 건, 동시에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자기주장이 강하면 누군가를 포용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오른쪽을 보면 왼쪽을 보지 못한다.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노는 시간은 줄게 들기 마련이다. 이처럼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나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또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다. 경제학에선 이것을 '기회비용'이라고 말하며, 연금술에선 '등가교환'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경제학과 연금술. 전혀 다른 두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이것을 언급하고 있다는 건, 분명 이 현상이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어느 곳에서나 발생하는 당연한 현상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당신이 무언가를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은, 동시에 누군가가 당신을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믿을 수 없는가? 하지만 이것은 분명 사실이다. 만약 누군가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백수인 본인은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고 자신을 자책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람의 삶을 대기업에 다니며 매일을 바쁘게 살고 있는 사람에게 들려준다면 어떨까? "나도 그런 여유를 좀 갖고 싶어"라며 부러워할 것이다. 물론 경제력이 없는 상태로 빈둥대는 삶보단, 차라리 힘들더라도 돈을 버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자신과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한 순간이라도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처지를 너무 비관하며 살지 않아도 된다. 당신이 비관하는 현재조차 부러워하는 사람이 이 세상엔 수없이 존재한다. 당신이 부러워하는 사람조차, 당신의 어떤 부분을 부러워하며 살고 있을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마음먹고 행동한다면, 현재 비관하는 자신의 삶을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일 큰 문제는 현재 상황이 아니다. 해봤자 안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고 믿는 생각 자체가 가장 두렵고 경계해야 할 태도인 것이다.



누군가를 부러워해도 괜찮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이 계속 지속되는 건 결코 좋지 않다. 타인을 자신과 비교하는 행위는 자신을 위축되게 만들고, 앞으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만든다. 당신은 당신, 남은 남일뿐이다. 가장 좋은 건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마음을 동기부여로 삼아,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더 많이 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도 그것을 이루기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나름대로 힘든 과정을 겪었다. 그러니 당신이 일단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다. 스스로를 믿고 계속 자신을 점검하며 지속한다면 당신 또한 언젠가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타인에 대한 부러움으로 스스로를 자책하며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위로를 보내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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