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여행 영상을 보는 게 좋아

by Quat


자신이 외향형인지, 내향형인지 알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여행을 가보면 된다. 외향인들의 여행은 확실히 다이내믹하다. 외향의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그들이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하다. 만약 외향인들이 어떤 장소에 오래 머물러 있다면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지쳤거나, 다음 일정에 문제가 생겼거나.



반면 내향인들의 여행은 어딜 가나 비슷하다. 숙소, 음식점, 카페, 다시 숙소.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내향인들이 가보고 싶은 장소 정도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이런 내향인들을 보며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물론 여행 자체를 싫어하는 내향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내향인들은 여행을 싫어하진 않는다. 그저 수많은 인파 속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뿐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여행 영상을 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직접 가보지 않아도 그곳에 대해 알 수 있으니까.






수많은 여행 유튜버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유튜버는 바로 '빠니보틀'이다. 그의 여행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곳에 가서 '그곳의 일상'을 꾸밈없이 보여주고 몸소 체험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가면 그곳에서 가장 화려하고 좋은 것만을 취하는 모습을 보인다. 5성급 호텔에서 잠을 자고, 가장 맛있는 음식을 주문하고, 유명한 관광지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그저 모두가 그렇게 여행을 하기 때문에 그런 여행이 예측가능하고 뻔해졌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빠니보틀의 여행은 다르다. 현지인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체험한다. 입에 맞지 않더라도 그들이 자주 먹는 음식을 먹고, 거리를 걸으며 관광객의 시점에서 현지인들의 삶을 바라본다. "거기까지 가서 굳이 여기서도 할 수 있는 걸 왜 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논리대로 정반대의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호캉스를 하고, 파스타를 먹고, 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는 건 여기서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새로움이란 건, '무엇을 하는가'보다 '어떻게 느끼는가'에 맞춰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비행기나 기차, 버스에서 내려 발을 딛는 순간부터 모든 게 새롭고 낯설게 느껴진다. 여행을 즐기는 과정이 비슷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강릉의 카페나 대만의 카페나 홋카이도의 카페나 '음료와 디저트를 마시며 쉬는 곳'이라는 특성으로 따지면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각 나라와 지역에 따라 그곳만의 분위기를 읽고 나름의 방식으로 추억한다. 같은 나라, 같은 지역, 심지어는 동일한 장소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즐긴다. 같은 것을 다르게 느끼고 행동하는 것. 그것을 보는 건 언제나 흥미롭다.



여행 영상들을 보다 보면 종종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가 있다. 화면 속 사람들은 영하의 공기 속에서 숨을 내뿜고, 나는 따뜻한 방 안에서 그 장면을 가만히 따라간다. 직접 떠난 것도 아닌데 그 장면 하나로 잠깐이지만 하루가 달라지는 듯하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이 올까”와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여행 영상을 계속 보는 건, 아직 가보지 못한 그곳을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는 작은 바람 때문 아닐까.



이전 09화8. 설거지하는 게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