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멋진 풍경을 찍는 게 좋아

by Quat


누가 그랬던가. 가장 훌륭한 사진기는 우리의 '눈'이라고. 가끔 정말 멋진 풍경을 보면 그 모습이 도저히 카메라에 담기지 않을 때가 있다. 노을이 질 무렵, 모래사장에 앉아 동해 바다를 바라본 기억이 난다. 해는 서서히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었고, 바다는 지는 해를 말없이 품고 있었다. 바다가 해를 반쯤 품었을 때 잔잔히 치는 파도들은 무수히 많은 주홍빛 윤슬을 뿜어내며 그날 마지막 낮이 지고 있음을 바쁘게 알려주었다. 아무리 구도를 바꾸고 밝기를 조절해도, 그날의 풍경만큼은 사진 속에 온전히 담아내는 게 불가능했다.



이 세상 최고 성능의 사진기를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으면서도, 왜 우리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할까. 눈으로 담는 풍경은 그 시점에선 최고 성능을 발휘하지만 불과 며칠만 지나도 그 풍경을 선명히 재현하는 게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매일 수만 장의 초고화질 사진을 찍고 3~4일 간격으로(이건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오래된 사진부터 어딘가에 짱박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사진을 꺼내보면 무슨 사진인지는 알 것 같은데 그때만큼 또렷하진 않은 것이다.






누구에게나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하나씩은 있다. 아무리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그것을 경험한 당시와 동일하게 그 기억을 머릿속에 재현해내지 못한다. 어떤 면에선 굉장히 유용하지만, 또 다른 면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어렸을 때 선생님 몰래 옆자리 짝꿍과 속삭인 대화들, 한여름밤에 계곡 근처에 텐트를 치고 친구들과 먹던 라면의 맛, 거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바닷가에서 바라본 새하얀 바다. 여전히 머릿속에 떠올릴 수는 있지만, 처음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상상으로 채워야 하는 빈자리가 커져가는 기분이 든다.



사진은 다르다. 남기고 싶은 순간이 아니라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순간조차 사진만 찍으면, 사진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영원히 그때를 볼 수 있다. '왜 사진을 찍을까'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나도 예전과 생각이 조금 달라졌음을 깨닫는다. 과거엔 사진을 찍는 이유를 '좋은 순간을 남기기 위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에 좀 더 가까워진 것 같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때 그 시점에 집중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이 순간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을까"라고 무의식적으로 걱정했던 건 아닐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예나 지금이나 멋진 풍경을 보면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찍고 싶은 화면에 렌즈를 갖다 대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해 초점을 맞춘다. 혹여 화면이 이상하리만큼 뿌옇게 나온다면, 주머니에 있는 안경 닦기를 꺼내 렌즈를 닦아준다. 마음에 들 정도가 되면 하단 중앙에 있는 촬영 버튼을 누른다. 찰칵. 그것 하나만으로 좋았던 순간 하나가,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기억 하나가 더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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