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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n 20. 2022

신념과 아집, 그 미묘한 차이


그런 말이 있다. 가장 대화하기 힘든 사람은 여러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 아니라, 단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라는 것. 재미있는 건 비슷하지만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말도 있다. 절권도의 창시자로 알려진 이소룡은, 한 번에 만 가지의 발차기를 하는 사람보다 하나의 발차기를 만 번 연습한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앞서 말한 두 가지 예시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하나에 몰두했다는 것이다. 둘 다 한 가지에 몰입했지만 전자는 부정적인 의미로, 후자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






며칠 전 유튜브에서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에피소드 중 하나를 본 적이 있다. 지금도 운영 중인, 강원도 원주에 있는 3대째 내려오는 만두가게를 운영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었다. 영상에선 가게의 2대 주인인 아버지 태중 씨와, 가업을 물려받으려는 첫째 아들 형도 씨 사이에 벌어지는 들이 주 내용이었다.



어렸을 적 뱀에 물려 제때 치료하지 못해 한쪽 다리가 성치 못한 태중 씨는, 젊었을 적 배고픈 시절을 보내며 먹고살기 위해 강한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 이미 책임질 가족이 생긴 자신의 아들도 그만한 책임감을 가지길 바랬지만, 마음처럼 따라와 주지 않는 아들에게 실망감과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들인 형도 씨 또한 자신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버지가 알아주는 내색 없이 더욱 엄하게 가르치자 때로 서운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형도 씨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생각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불편한 몸을 가진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처럼 한 손이 불편한 아내와 두 아들을 위해 살아온 아버지였다. 몇십 년 동안 새벽에 일어나 직접 만두를 빚고, 매일 자신이 만든 만두를 먹어보며 맛이 변하지 않았나 확인하며 장사를 해온 아버지. 느리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자식이 계속 걸어가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형도 씨는 분명 알고 있었다.



아버지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믿음은 있지만, 그렇게 산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을 믿고 군말 없이 따라와 주는 아들에게 가슴 한 편엔 남모를 고마움과 대견함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칭찬 한 마디에 자식이 엇나갈까 봐, 함부로 칭찬도 잘하지 못했다. 자신의 생일상에 맛있는 음식들이 한가득 차려져 있는 걸 보며 며느리에게 '아끼면서 살자'는 타박을 하면서도, 제작진들에게 함박웃음을 띤 채 며느리가 사준 새 신발을 자랑하는 그. 태중 씨도 아들과 며느리의 마음을 분명 알고 있었다.






영상들을 모두 보고 난 후, 문득 지금은 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인터넷에 검색을 하니, 이미 수많은 방송국에서 그들의 만두가게에 촬영을 다녀온 영상들이 여럿 있었다. 여전히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까지 셋이 함께 만두가게를 운영한다는 건 변함없었지만, 과거와 달라진 모습들도 있었다. 가게가 더욱 넓어진 것도 있지만 바로 아들인 형도 씨가 직접 만두소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 아버지인 태중 씨도 어김없이 등장해 여전히 아들을 엄하게 대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아들이 만든 만두소를 맛보고 자신을 능가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곳을 다녀간 많은 사람들이 만두 맛에 대해 칭찬하는 댓글들도 수없이 달려 있었다. 만두를 만드는 사람은 태중 씨에서 형도 씨로 바뀌었지만, 음식을 대하는 마음만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계속 고수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점검이다. 스스로가 자신의 믿는 것에 대한 방향이 올바르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그것을 지속하기란 매우 어려워진다. '정말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 걸까' '사실 이게 아니라면 난 그동안 뭘 해왔던 거지' '앞으로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들이, 하루 종일 당신의 머릿속에서 맴돌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당신이 믿었던 게, 사실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정말 그 믿음이 옳은 방향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그 믿음으로 인해 내게 좋은 결과가 많이 나타났는지, 나와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것을 고수했을 때 자신이 정말로 행복했는지 등 앞으로도 내가 그것을 믿어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 만약 아니라면? 그땐 과감히 노선을 틀 각오 또한 해야 한다.






삶의 방향을 다르게 바꾼다는 건 어렵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다는 건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 잡지 않으면, 아마 당신은 평생을 과거를 후회하면서 살아갈지도 모른다. 20대엔 10대를, 30대엔 20대를 뒤돌아보며 후회만 한다면 그것만큼 바보 같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스스로를 자주 돌아봐야 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들을 끊임없이 점검해보고, 혹여나 그것들 중 하나가 내 삶에 좋지 않은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치고 있다면 기존과는 다르게 생각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만약 어떤 신념에 대해 여러 번 돌이켜봐도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에 확신이 있다면, 그때는 주저하지 마라. 누군가 그러한 신념에 대해 반박을 하더라도 웃으며 넘어가라. 결국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면 그 누구도 당신을 의심할 수 없으니까. 오늘 하루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불안에 힘들어하고 있을 당신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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