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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n 21. 2022

아주 작은 일상들이 모여, 나를 바꾼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고민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고민들로 인해 시작조차 하지 못한 일들이 누구나 하나쯤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블로그나 유튜브 같은 것들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친구들 중 한 명은 블로그나 유튜브 둘 중 최소 하나는 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보면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금방 포기하게 된다. 아마 포기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귀찮아서', '내가 부지런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댈 것이다.






지난번에 쓴 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지만, 나는 게으른 편이다. 주말에 하루는 무조건 집에 있어야 한다. 집에 있는 동안에도 밥을 먹을 때와 화장실을 갈 때를 제외하곤, 거의 침대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만큼 밖에서 소모하는 에너지가 상당하기 때문에, 아무리 친한 사람을 만나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재충전의 시간이 무조건 필요하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니냐고? 그렇게 말하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아무튼 하루 종일 침대에 있기만 해도 정말 좋은 내게, 누군가 "당신은 항상 게으르냐"라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라고 대답할 것 같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해서 일을 하고, 퇴근하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그리곤 매일 한 편의 글을 쓴다. 작년까지만 해도 블로그를 하며 다양한 카페 리뷰를 하기도 했었고,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전자책을 써서 판매하기도 했다.



여기까지 들으면 당신은 나에 대해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 부지런한 사람이었네'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나는 때에 따라 게으르기도, 부지런하기도 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것은 당신 또한 해당된다.


 




어떤 사람이든 스스로에겐 관대한 면을 가지고 있다. 친구들을 만나 "나 요즘 게을러서 큰일이야", "퇴근하고 뭐라도 좀 해야 하는데 뭘 하지"라는 말을, 자신의 입으로 말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자신에게 "너 뭐라도 좀 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말을 한다면 어떨까. 바로 속에서 욱하는 감정이 들면서 "아니야, 나 요즘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어"라는 식으로 대답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건 괜찮다. 하지만 자신이 그 사람만큼 부지런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차피 해도 안될 거야'라는 생각을 하는 건 결코 괜찮지 않다. 해보지도 않고 스스로를 과소평가할 필요가 있을까? 나 또한 재작년에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기 전엔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하지만 익숙해진 후부턴 '그냥' 계속하게 됐다. 일을 쉬고 있다 보니 하루에 하나의 글이 아니라, 3편의 글을 적을 때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다 보니 체험단에도 수차례 선정되어 다양한 제품들을 써보기도 했고, 원고료를 받고 글을 쓴 적도 있었다.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이었으며 '이렇게도 돈을 벌 수 있구나'란 걸 깨닫게 되었다.



블로그에 다녀온 카페, 사용한 제품 후기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점점 글 쓰는데 재미를 붙였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내 생각이 담긴 글들도 적는 날이 있었다. 이웃인 분들이 '공감한다', '좋은 글이다', '재밌게 읽었다'라는 좋은 댓글을 달아주신 걸 보며, 다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적는다는 게 이렇게 재미있고 행복하다는 걸 그때부터 알게 된 것 같다. 올해 초 브런치 작가 승인을 한 번에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적어왔던 게 분명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흔히 우리는 극적인 사건이 있어야 변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말도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극적인 사건조차, 일상의 아주 작은 변화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매우 높은 건물이 아무 일도 없이 한 번에 무너지는 일은 극히 드물다. 지반에 변화가 생겨 그로 인해 건물에 아주 조금씩 충격이 가해지다 보면, 그것이 쌓이고 쌓여 결국 커다란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른 모든 것도 마찬가지다. 처음 해보는 일을 잘하고 싶다고 해서 갑자기 잘해지진 않는다. 계속된 연습과 노력으로 조금씩 실력은 늘어난다. 사람도 그렇다. "오늘부터 난 달라질 거야!"라고 결심해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몸에 익숙한 행동들이 그대로 나온다. 더 나아지기 위해선 그에 따른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수반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나는 누군가에 대해 판단할 때 말과 행동이 다르면, 행동이 그 사람을 대변한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말보다 행동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간절하면 움직인다. 이것은 분명하고 절대적인 사실이다.






결국 답은 간단하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이런저런 핑계 댈 필요 없이,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굳이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나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찾아볼 필요도 없다. 처음에 실수하고 실패한 경험들이 부끄러울 순 있지만, 결국 그 경험들이 쌓여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나다운 것'을 만드는 초석이 된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히. 이것은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만약 당신이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는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해보자. 평소 책을 보지도 않던 사람이 하루에 10페이지를 읽었다면? 이것은 부지런한 것이 맞다. 하지만 하루에 한 페이지를 읽는다면 어떨까? 이것은 부지런한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뿐이다. 스스로 부지런한 성격이 아닌데 억지로 부지런한 사람이 되려고 갑자기 생활패턴을 바꾸지 마라. 익숙하지 않기에, 실패할 확률이 크다. 대신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의 목표만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는데 힘써라. 처음엔 아무것도 아닌 것 같겠지만 그것을 계속할 수만 있다면 당신은 분명 부지런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당신이 만드는 아주 작은 일상의 변화들이 결국엔 당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바꾼 사실을 잊지 않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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