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참 좋은 사람이야" 당신은 이런 말을 자주 듣는 편인가? 나는 언제부턴가 이런 말을 들어도 기분이 좋진 않다. 별 감흥이 없다고 해야 할까. 좋은 사람. 분명 '좋다'는 건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애초에 사람을 좋고 나쁘다의 개념으로 나눌 수 있을까. 정말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별개로 존재하는지도 의문이 든다. 과연 무엇이 맞는 것일까.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상대방에게 내가 가치가 있는 사람이란 걸 뜻한다. '가치 있다'는 건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사람의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도 있고, 따뜻한 공감이나 위로를 해줄 수도 있으며,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 또한 포함된다. 인간관계라는 관점에서 보면, 서로가 가진 가치의 유무에 따라 관계의 지속시간이 결정된다.
당신의 주변을 떠올려보라. 똑같이 '친구'라고 생각해도, A라는 친구와는 한 시간만 있어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반면에 B라는 친구는 밤새도록 함께 있어도 헤어질 땐 아쉬운 기분이 들 것이다. 이것은 같은 친구긴 해도, 당신에게 A와 B라는 사람의 가치가 다르다는 걸 의미한다.
사람마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도 다르다. 학벌, 외모, 가치관, 유머 코드, 재력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똑같은 사람을 보더라도 가치의 기준점에 따라 그 사람을 대하는 모습은 달라진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법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A라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A의 평소 화법은 매우 직설적인 편이며, 165cm의 키에 외모는 평범한 편이다. 만약 인간관계를 맺을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이 '능력'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A라는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 할 것이다. '편안한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A를 보며 "저 사람은 왜 저런 식으로밖에 말을 못 할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외적인 부분'이 중요한 사람은, 능력적인 부분은 인정하지만 작은 키가 내심 마음에 걸릴 수도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 '어디에 자신이 가치를 두고 있는지'는 각기 다르다. 그렇기에 나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명한 소설인 '장발장'의 주인공인 장발장은 빵을 훔친 도둑이다. '도둑질'이라는 행위만 놓고 보면 장발장은 분명 나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지나 수많은 선행을 베풀며 살아갔다. 반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범죄 집단인 마피아의 전설적인 보스 '알 카포네'는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지만, 불경기 때 동네 주민들에게 하루 3번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등 선행을 베푼 적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인간은 입체적인 존재다. 자신이 가진 성향이 누군가에겐 선(善)으로, 누군가에겐 악(惡)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당장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에게 깊은 공감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위로받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던지는 직설적인 조언은, 되려 그 사람의 가슴에 더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결국 이 세상에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나누는 기준은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기준이 너무나 많아서, 기준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에겐 좋은 사람이, 나와 친한 사람에겐 별로인 사람이 되기도 한다. 아마 친구 사이에서 이런 경험을 겪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느냐, 그 가치에 상대가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따라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선을 넘지 않으며 살았다는 가정 하에, 우리는 살면서 이 두 가지 사람이 모두 되어 본 적이 있다. 자신은 항상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천만의 말씀. 당신이 아무리 좋은 의도로 행동했다고 해도, 상대방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당신은 '나쁜 사람'이 되어 있다. 참 재미있는 일이다.
억지로 좋은 사람처럼 될 필요도 없고, 누군가를 나쁜 사람이라 욕하고 깎아내릴 필요도 없다. 당신이 그토록 노력한 것과 상관없이 한 번의 실수로 죽일 놈이 되기도 하고,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욕해도 그것을 믿지 않으며 오히려 당신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가장 괜찮은 방법이라고 한다면,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할 거면 좋은 면만 말해라. 웬만하면 없는 사람 얘기는 안 하는 게 좋다. 섣불리 말하기보단 많이 들어라. 대신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까지 공감하려 하지 마라. 이 정도만 할 수 있어도 어디 가서 욕먹는 일은 없을 것이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란 건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보기 나름일 뿐이다. 누군가를 욕하기 전 스스로 생각해보라. 그 사람을 욕해도 될 정도로 스스로 떳떳한지 말이다. 떳떳하다고 생각하는가? 명심하라. 그것 또한 '당신이 스스로를 떳떳하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당신에게 상처 준 그 사람에게 욕하는 것 정도는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