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at Jun 24. 2022

정신이 들었을 땐 아이스크림을 먹고 난 뒤였다


본능과 이성. 머릿속에선 아니라고 외치지만 내 몸은 강렬히 원한다.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는 항상 이 둘 사이에서 갈등하곤 한다. 본능을 선택하면 달콤하고 짜릿한 결과가, 이성을 선택하면 무미건조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더 지난 후엔, 생각에 변화가 생긴다. 전자의 경우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후회가, 후자의 경우엔 '그래도 잘했다'라는 안도감이 들 때도 있다. 당신은 순간의 선택 시 본능과 이성, 둘 중 어디에 더 끌리는 편인가?






나는 과거엔 본능이 끌리는 대로 행동했다. 쉬고 싶으면 쉬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려고 한다. 대신 귀찮음 또한 많아서, 마음을 먹는다고 꼭 그걸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지금 20대를 돌이켜보면, 순간순간엔 분명 행복했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걸 했었으니까. 그런데 30대가 된 지금, 그때를 떠올려보면 기억에 남을만한 게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남는 게 없었다.



30대가 되고 나니, 인생에 뚜렷이 남을만한 것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전과는 다르게 좀 더 이성적인 선택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순간의 즐거움을 내려놓고, 하기 싫지만 해야 할 일들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지금 쉬면 물론 편하겠지. 그렇지만 해야 할 걸 못하는데?'라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시간들이 전보다 늘어났다. 본능에 따른 선택들도 여전히 많이 했었다. 그렇지만 확실히 예전에 비해선 빈도가 많이 줄어든 편이었다. 최근 본능에 따른 선택을 하던 내가, 이성에 따른 선택을 한 일이 있어서 간단히 소개해보려고 한다.






지난주 일요일, 침대에 누워 쉬고 있는데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요즘 살이 좀 쪘는데?' 혼자 살면서 음식을 시켜먹는 횟수도 늘어난 데다, 간식을 워낙 좋아해서 틈날 때마다 먹다 보니 확실히 몸이 무거워진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날도 더운데 관리를 좀 해볼까?" 그렇게 갑작스러운 식단 관리와 함께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먹는 양을 줄이는 건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원래도 많이 먹는 편은 아니었으니까. 다만 간식을 끊는다는 건 내겐 정말 큰 결심이었다. 달콤하고 바삭한 과자와 함께 마시는 맥주는, 퇴근 후 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힐링이었기 때문이다. 4일째까진 나름 견딜만했다. 문제는 오늘이었다.



흐린 날씨와 한 주간 누적된 피로, 며칠간 먹지 못한 간식 때문에 유난히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 맴돌았던 하루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퇴근까지 3시간 전, 잠깐 화장실을 갔다 오니 직장 동료들이 다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부장님이 사주셨다는 말씀과 함께, 냉동실에 내 것도 들어있다는 말을 듣자 갈등이 시작됐다. '먹을까, 말까' 고민 끝에 결국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5일 만에 먹는 첫 간식이었다.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입 안에 퍼졌다. 저절로 웃음이 나는 맛이었다.






매일 먹었던 간식도 물론 맛있었다. 하지만 며칠 만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좀 더 달았다. 그 전에도 먹을 수 있었지만 내 의지로 참았다는 것. 며칠 동안 편의점이 보일 때마다 유혹에 시달렸고, 심지어 들어갔다가 나온 적도 있을 정도로 먹고 싶은 간식들이 많았지만 참아냈다는 것. 참은 기간은 끽해야 5일이지만, 매일같이 먹었던 간식을 5일 동안이나 참았다는 게 스스로 뿌듯하게 느껴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결국 나는 본능에 따른 선택을 했다. 참을 수 있는 만큼 참아보려고 했지만, 현재의 내겐 5일이 한계였다. 그렇지만 그 5일 동안 나는 수없이 많은 유혹을 참아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편의점에 가서 내가 먹고 싶은 간식을 사서 먹을 수 있었음에도 참아냈다. 그렇게 참고, 참은 뒤에 먹은 아이스크림은 정말 달았다.


 




본능에 따른 선택이 나쁘고, 이성에 따른 선택이 좋은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다만 자신이 평소 자주 하던 선택이 아닌, 다른 쪽의 선택을 해보는 경험을 해보라말하고 싶다.  



자신이 매번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성향이라면, 때로는 이성적인 판단을 한 후에 결정을 해보는 것이다. '정말 이렇게 해도 될까?' '내가 이렇게 행동했을 때, 뒤따르는 결과를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 없이 저지른 후 뒷수습이 가능한 것도 어릴 때나 가능한 것이다. 어른이라면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도 질 수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반대로 자신이 이성적으로만 생각해서 행동하는 성향이라면, 때로는 몸이 이끄는 대로 움직여보는 것이다. 목적지 없이 그저 당일에 가고 싶은 것으로 떠나거나, 여행지에서도 눈에 들어온 음식점에 들어가 보는 등 말이다. 정처 없이 걷던 중 우연히 마주친 풍경이, 평생의 추억으로 남을지도 모르니까.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를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정답을 찾으려 할 때가 있다. "인생을 잘 사는 방법"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방법" 문제는,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잘 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타인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정작 자신의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결국 자신이 느끼지 못하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현재 자신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질 마음만 먹고 있다면, 당신은 어떤 삶을 살더라도 '잘 살 것이다'. 이성적이든, 본능적이든 당신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정말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