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 Aug 03. 2024

건전한 여가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군인이 폰 없이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

여가시간이라고 하면 현대인들에게 가장 무난한 방법은 무엇일까. 당연지사 스마트폰을 들지 않을까? 요즘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할 게 참 많다. 다른 게 아니고 그냥 SNS 구경만 해도 시간은 쌩쌩 지나가버리며 쇼츠나 릴스 같은 숏폼 영상은 그 시간을 완전히 녹여버리기에 이른다. 그뿐인가? OTT 플랫폼도 점점 늘어나서 사실상 월정액만 잘 낸다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거기에 게임도 있고, 책도 사서 보거나 독서 플랫폼도 있다. 지금 연재 중에 있는 이 브런치 같은 곳도 있으니 글 같은 걸 읽을 수도 있고, 웹툰에, 웹소설에... 이러고 몇 줄이고 쭉쭉 써 내려가서 오늘 글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내가 적는 글이 무엇인가. '통신병이 전하는 오늘의 군대'. 즉 군대 이야기다. 음, 저 위의 이야기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매우 적은 시간 간에 허용될 뿐이다. 대략... 평일에는 일과가 끝나고 주어지는 개인정비 시간 정도. 그리고 주말은 아침식사 이후부터 평일 개인정비 시간 종료되는 시간까지. 지금 짬이 되도록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봤는데, 평일에는 이 대대 기준 일 3시간을 받고, 주말에는 12시간을 받는다. 즉 별다른 일정상의 문제로 폰을 주는 게 늦어지거나 주지 않거나 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으면 일주일 기준으로 총 39시간(5 ×3+2 ×12)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계속 폰을 붙들고 있는 것도 아니니 저 시간을 온전히 다 폰에 쓰지도 않는다. 주말에 근무가 있을 수도 있고, 밥을 먹거나 씻거나 PX를 가거나 뭐 등등... 이런저런 시간을 빼면 30시간대까지 뭐 내려가지 않을까? 그러나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이게 아니다. 서론이 점점 길어지고 있지만 다 이유가 있다. 만약 저 시간에 준하는 시간이 여러분에게 찾아오는데 '폰은 쓰지 말라'라고 하면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겠는가?


사회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자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도대체 그 시간 동안 뭘 할 수 있어?"라는 반응이거나, 폰만 아니면 되니까 TV를 보든 뭘 하든 나름의 방법을 찾겠다고는 하겠지만 막상 떠오르는 건 없다는 반응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해당되는 질문이다. 한 번 글을 멈추고 여러분이라면 무엇을 할까 생각해 보자. 오히려 여러분은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당장 이동이나 행동의 제약이 없으니 어딘가 나가서 아이쇼핑을 하거나 구경을 하고 다녀도 되고, 친구를 만나도 되며, 그냥 집 안에서 낮잠을 자도 되고,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가도 좋다. 그러나 군인이 그런 게 될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폰 없는 여가시간을 군인이 보내는 방법"이다. 사실상 군대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대한 같이 담으려고 하는 이 글 시리즈 특성상 오늘도 분명히 전하고 싶은 바가 있다. 이 글을 통해 그걸 독자 여러분이 느낄 수 있길 바라며.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공부다. 하지만 이건 나중에 한 번 다룰 일이 있을 것 같으니 나중으로 미루고, 공부의 범주로 말했을 뿐 중요한 건 책과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책을 많이 읽게 된다. 당직 근무만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모니터 앞에 날밤을 새우는 일도 많다 보니 책을 가져와서 읽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그냥 여가시간에도 책을 읽는 사람도 꽤 있다. 이상하리만큼 군에서 더 독서량이 느는 사람들이 이런 부류이다. 사실상 나쁠 건 없다. 책과 가까워지면 이후에 학업을 다시 하게 되든 취업이나 다른 방향의 무언가로 가게 되더라도 결국 활자와 종이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니까.


그게 아니면 자신의 취미를 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은 바로 그림. 필자의 경우도 그렇다. 물론 필자는 판 타블렛과 태블릿을 활용한 디지털 그림 파지만, 지금은 종이에 그리는 것도 굉장히 즐기고 있다. 환경이 환경이니만큼 더 그렇게 된 것 같다. 사실상 최고의 취미다. 이곳에서는 여가시간으로서 그림을 그릴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고(사회에 비해서는), 노트와 펜만 있으면 사실상 언제든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은 특히 더 좋다. 그리고 폰을 좀 덜 쓴다고 가정하면 매일도 그릴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의 시간씩 매일 그린다 가정하면 실력도 안 늘 수가 없다. 내 경우도 그러하다.


그게 아니면, 그냥 시간을 때울 무언가를 하게 되기도 한다. 종이에 오목을 그린다던가, 오목이나 바둑을 실제로 둔다던가. 최근에 대대에는 체스가 큰 인기다. 어느 순간부터 대대 휴식장소에 체스판이 생겼는데 그것이 원인인지는 몰라도 체스를 굉장히 다들 즐기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나도 최근에 체스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나름 재미도 있고 머리도 써야 해서 생각도 많이 하게 되다 보니까 시간도 잘 간다. 결국 중요한 건 '시간을 때운다'기도 하니까, 이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날씨와 기온, 시간과 인원수만 허락한다면 가장 좋은 또 하나의 경우는 바로 '아웃도어파' 행동. 즉, 운동이다. 풋살이나 농구, 캐치볼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것 역시 시간이 여유로울 때 즐기기 좋다. 실제로 나 역시 군대에 와서 농구나 탁구를 더 많이 해보게 된 것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체력단련실에서 기구(헬스)를 하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 취향을 많이 타기도 하지만 운동에 진심인 사람들은 시간이 남으면 그야말로 자신들에게 운동을 할 합법적인 근거가 생기는 것이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마 거의 생각한 답이 나왔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걸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했는가? 이곳과 같은 제약이 없는 곳에서의 여러분은 무엇을 하겠는가? 핸드폰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지 한 번쯤 생각해 보자. 디지털 디톡스 같은 거창한 목적 말고, 그냥 하루쯤 화면을 멀리하고 눈을 쉬게 한다고 생각해 보자. 컴퓨터와 폰 정도만 멀리해도 좋다. 가령 TV로 못 봤던 OTT를 봐도 좋다. 작은 화면에서 쉴 새 없이 변해가는 숏폼 영상이나 자극적으로 작용하는 영상 매체, 그리고 콘텐츠에서 벗어나보는 것이다.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나 역시도 바깥에서 그러지 못했다. 몇 번 시도는 해 봤지만, 결과적으로 어느샌가 또 폰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 나이 때문에, 현실적 상황 때문에 포기했던 취미는 없는가? 귀찮다고, 힘들다고, 쉬고 싶다고 포기했던 것들은 없는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앉거나 누워서 핸드폰만 하고 있진 않았는가?


이 글이 여러분에게 있어서 자신의 생활을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폰을 원래 잘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그 생활을 이어가면 된다! 필자는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약 1년 정도의 복무를 하게 된 셈이 된다. 며칠 뒤면 복무일수가 365일이 된다. 그동안 배운 것도 많고 알게 된 것도 많으며 생각해 본 것도 많다. 그중에서 오늘의 주제에서 나온 것들은, 특히 내가 사회에 나가서도 기억하고 꾸준히 실천할 과제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전 14화 모르는 건 무죄, 안 하는 건 문제, 못 하는 건 유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