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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 Jul 27. 2024

모르는 건 무죄, 안 하는 건 문제, 못 하는 건 유죄

짬은 노력과 시간에 비례한다

최근에 폐급이라는 용어와 관련하여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의 대부분은 늘 대답이 똑같다. 못 한다 혹은 모른다는 대답이다. 그러면 대부분의 폐급이라 칭해지는 사람들은 과연 모르는 걸까, 안 하는 걸까, 못 하는 걸까? 정말 모르는 게 맞을까? 정말 못 하는 게 맞을까? 왜 안 하는 걸까? 오늘의 이야기는 '안 하는 것/못 하는 것/모르는 것'이다.




군에서 대부분 닦이는 이유는 선임자가 봤을 때 이 사람의 행동이 뭔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경우, 즉 뭔가 부족해 보이고 옳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사회랑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런데 그 핑계도 아주 각양각색이다. 최근에 중대 단위로 뭔가를 종합해서 내야 했어서, 각자 내용이 나와있는 종이를 보고 의견을 이 시간대까지 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되어 물어보니 그제야 종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업무를 하느라 볼 시간이 없었다느니, 기억을 하지 못했다느니, 뭘 정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느니 하는 핑계는 많다. 이 핑계들이 바로 세 가지로 정리되는 것이다.


안 하는 것

가장 괘씸한 경우다. 특히 선임이 후임에게 정당한 근거로 시킨 것이거나,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시키는 것에서 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경우다. 권한이 부여된 상급자의 정당한 근거와 수단, 방법에 의한 명령은 하급자가 거부할 수 없다. 그런데 이걸 꼭 안 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그냥 안 한 것은 그 어떤 경우에도 괘씸죄가 추가된다. 왜 안 했겠는가? 열에 아홉은 귀찮아서일 것이다. 끌려온 것도 서러운데 일을 시키니 그냥 귀찮다고 나중으로 미뤄뒀다가 결국 그 시간대까지 안 하고 '아 맞다' 싶어 버리는 경우. 짬과 관련 없이 말도 안 되는 얘기인 것이다.


못 하는 것

이 경우, 반응은 해야 할 일이 부여된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계급의 경우를 먼저 보자. 병장이 못 하는 것과 이등병이 못 하는 것, 무엇이 조금 더 이유가 있어 보이는가? 일반적으로 누군가에게 일을 부여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충분히 할 능력이 돼서 부여한 것이겠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등병의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자신의 역할과 임무에 대해 잘 알고 있겠는가? 아무리 능력을 고려해서 시켰다고는 해도 부족한 면은 생길 수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결국 선임이 알려주지 않았거나 배운 적 없는 것이기 때문에 혼날 일은 없겠다.


그런데 못 하는 것에 대해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것도 사실상 혼나기는 좀 애매하다. 예를 들어보자. 상병 병사에게 오늘 일과 종료 전까지 이런 걸 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병사가 하루 종일 일과동안 바쁘게 처부 업무를 하느라 그 임무를 할 시간이 부족했다면 어떨까?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이해해 주기 나름이긴 하다. 설령 자신이 바쁠 걸 이미 알고 있었다면 그건 상급자에 대해 이런 일이 있어서 가능할지 알 수 없는데, 그래도 괜찮은지 양해를 구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사실상 '못 한 경우'에 대해서는 책임소재를 따지기가 애매해지는 경우가 많다. 합당한 이유가 있어도 사람에 따라서는 그 상황을 따져보아 과실을 묻는 경우도 있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냥 유하게 넘어가주냐 아니냐가 갈리는 것이겠다.




모르는 것은 어떨까?

한 마디로 완성하고, 오늘의 글은 짧게 마무리지으려 한다. 사실상 오늘의 하고 싶은 말은 부제목에 적혀있기 때문이다.


짬이 낮으면 낮은 대로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짬이 높으면 높은 대로 모를 수 없기 때문에 죄다.




추가로 작가의 말-

이번 주가 유독 할 일도 많았고 어제는 근무도 늦게까지 있던 데다가 오늘 외출까지 나와서 쓸 시간이 많이 없었던 게 맞다. 하지만 억지로 쥐어짜 내서 긴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기에 최대한 하고 싶은 말을 축약해서 적어보았다. 20층을 벗어난 상병으로서 앞으로 얼마나 더 이 시리즈를 이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최대한 전달할 수 있는 선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나가려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알고 싶었던 자녀의 군생활을 알아가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미래 군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는 달라진 군대상을 보는 느낌일 것이며, 그냥 읽다 보니 읽게 된 분들도 있을 것이다. 누가 되었든 내 글이 읽는 이로 하여금 전달받는 바가 있는 글이 되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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