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전사'. 병 진급평가에서 모든 항목을 특급을 맞는 사람이다. 이 특급전사를 노리는 사람은 많지만 누군가에게는 '난 죽어도 사격은 특급이 안 뜨더라'라던가 '뜀걸음 저 거리를 어떻게 저 시간 내에 끊지'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기준치들이기 때문에 개수를 중간에 몰래 측정자가 늘려주는 가짜 특급전사에 대한 내용이 드라마 <신병>에서 다뤄진 적도 있다. 특급이란 그런 것이다. 정말 이 정도 하면 가장 잘하는 수준이라는 뜻인 것이다.
여기서 반대 말이 바로 폐급. 오늘 이야기할 내용이다. 폐급이라는 말은 '폐기해야 할 등급'의 줄임말로, 보급품에 쓰는 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어떤 사람에 대해 비하하거나 비방하는 용어로써 사용되기 시작했다. 버려야 할 정도로 못 쓸 등급의 보급품에 비유하여 일상생활에서까지 폐를 끼치거나 정말 문제가 많은 인원을 표현하게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냥 일을 못한다거나 하는 경우에 이런 말을 붙이지 않는다. 설령 그런 인원이 있다고 하면 정말 인성적으로 잘못된 사람이고... 일단 기본적으로 이 말을 듣게 되는 인원들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표현에 대해서 옹호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목도 그러하듯 '이런 부류의 인원들이 계속 생기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니 오해는 하지 않길 바라는 바이다.
사실상 이렇게 말하는 것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저런 부류의 인원들이 생기는 것은 군의 특징에 있다.
첫째로, '징집'이다. 모집병이니 뭐니 한다지만 기적으로 군에 오는 것은 성인 남성에게 부과되는 병역의 의무에 있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의무에 있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기도 하다. 거기에 병역판정검사를 갔는데 1~3급이 나온다면 더 어쩔 수 없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이 있기도 하다 보니 사실상 "난 오고 싶지 않았고 내가 왜 현역인지 모르겠어"라고 현실을 부정하는 인원도 생기기 나름이다.
그런 인원들은 기본적인 마인드 세팅으로 열심히 할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생각이 과해지면 자대에 와서도 설렁설렁하거나 제대로 하지 않아서 모두에게 욕을 먹는 포지션이 되기 쉽다. 그러나 그 인원이 '몰라. 난 그냥 대충 하다 갈 거고, 자꾸 뭐라 하면 나도 신고하면 돼' 같은 생각을 가져버리면 위험한 일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까지의 마인드를 가지는 사람은 없지만 어차피 끌려온 거 할 건 하고 가자는 생각을 모두가 한다는 보장은 없는 법. 그게 현실적이다.
둘째로, '단체생활'이다. 군이 왜 존재하는가 생각해 보면, 유사시에 미리 대비하여 국가의 병력으로서 국민/국가/영토를 지키기 위함이다. 그런 목적에 있는 군인이 단독활동을 하거나 다들 합이 맞지 않으면 어떨까? 부대로서의 의미가 없다. 그냥 각자도생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팀플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누군가 한 사람이 사라지거나 능력이 부족하게 되는 등의 상황이 생기면 다른 인원들이 끌고 가야 할 부담감도, 맡아야 할 양도 많아지고 효율적으로 행동할 수 없게 되므로 유사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게 된다.
말 그대로 군에서 분대/중대/대대 등의 단위를 나눠서 모으고 같이 활동하게 하는 것은 단적으로 말하자면 전투 상에 있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협력이 다른 사람들의 생존성과 능률에 영향을 끼치고 결국 이는 모두의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의 특징으로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로 정말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경우가 있겠다. 이 경우는 정말 드물다. 타인의 생명에 위협이 가해질 정도라면 본인의 생명도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조금의 픽션이 가해져서 총구를 빙빙 돌리면서 막 돌리라니까 자기 자신이 자리에서 도는 그런 일은 정말 현재에 있을 리가 없지만 사실상 사격 간 총구를 전방에 위치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건 군인이 아니어도 당연하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구를 돌리려 한다거나 전방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위치시킨다고 하면 정말 한순간에 생명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으니 자주 이런 행위를 반복한다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와 불안감마저 느끼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로, 규칙과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을 다룰 수는 없지만 (그러는 행위 자체가 내 스스로가 군법 위반을 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군은 더 엄격한 법과 규칙이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이를 상습적으로 어기려고 한다거나 따르지 않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 일단 기본적으로 군기교육대에 가는 등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높고 사고가 발생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미래일지 모른다. 선임이라는 이유로 부조리를 한다거나 군기를 명목으로 잘못된 행위를 하는 것도 이 부분에 해당하겠다. 즉, 폐급이라는 말은 선후임에 관계없이 칭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로, 사회성의 문제가 있다. 사실상 병사에게 큰 지적 능력이나 과한 능력을 요구하진 않는다. 군에서는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는데 이것이 다들 처음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수는 누구나 처음에 할 수 있는 법이라는 식으로 이해해 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의 태도와 사회성에 문제가 생기면 그 부분은 사실상 개인의 노력이 들어가지 않으면 고쳐질 수 없다. 그래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사교성이 부족하다거나, 일하는 데 있어서 싫은 티를 팍팍 내면서 엄청 게으르게 군다거나, 노력을 하지 않고 하려는 의지가 없다거나, 동기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왜 동기들과 달리 나한테는 더 엄격하게 굴거나 더 많은 양의 일을 주냐는 식으로 판단하거나, 눈치껏 행동할 수 있는 부분에서 억지로 눈치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최대한의 이익만을 요구하며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되든 문제가 없다는 듯한 태도를 가지는 경우 등... 이 모든 경우가 저 부류에 해당한다.
위에서도 서술했듯 난 이 표현에 대해 찬성하면서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고 싶진 않다. 물론 이 표현을 쓰는 사람들에게 나쁜 사람이라 말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얼마나 답답하고 저런 부류의 사람들로 인해 피해를 많이 봤으면 그렇겠는가? 정말 말 그대로 폐를 끼치는 폐가 되는 인물들이다 보니 그런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건 그건 거고, 그렇다고 해도 좋지 않은 표현을 쓸 이유는 없는 법. 면전에다 대고 넌 폐급이라는 식으로 말하지는 않겠지만 험담도 좋지 않은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테니 사용을 지양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이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사람들이 더 챙겨줘야 할 수 있는 부분일까? 물론 그냥 방관하면서 '쟤는 원래 저러니까'하고 방임해 버리면 안 되는 것은 맞지만, 계속 지적하고 잘못된 부분을 교정할 수 있게 알려줘도 계속 또 다른 무언가의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노력과 바뀌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싶다. 그것이 내가 말하고 싶은, '폐급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자신의 의지가 충분히 있다면 바뀔 수 있지만 그런 의지를 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부류이기 때문이다. 아마 군이라는 집단의 평생의 숙제로 남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