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골프의 여운, 솔라고 CC 노캐디 라운드 체험기
골프장은 보통 햇살이 가득한 낮의 풍경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해가 완전히 저문 뒤, 코스 위에 조명이 하나둘 켜지는 순간부터 골프장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충남 태안에 자리한 솔라고 CC에서의 노캐디 야간 라운드는, 바로 그 다른 얼굴을 경험하게 해 준 시간이었다.
낮에는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해변과 리조트가 고요해지고, 바람의 결이 차분해질 무렵 시작된 라운드. 조명 아래에서 반짝이는 페어웨이는 낮의 초록빛과는 다른, 은빛의 고요한 무대 같았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플레이는 단순한 라운드가 아니라, 하루를 마무리하는 특별한 의식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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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는 다른 리듬
솔라고 CC의 3부 라운드는 보통 저녁 5시 이후에 시작된다.
동탄에서 출발한 나는 도착해 장비를 정리하고, 근처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치면 어둠이 시작되는 앉은 코스에 들어설 수 있다.
천천히 석양을 드리우는 모습이 서해안 위치한 솔라고 CC는 훌륭한 모습을 연출하여 준다. 낮에는 눈부신 태양 아래에서 스코어에 매달리지만, 밤이 되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조금은 여유롭고, 조금은 느슨하다. 팀 간 간격이 넓어져 진행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동반자와의 대화도 깊어진다. 낮에는 경쟁이 강조되었다면, 밤에는 함께하는 시간의 의미가 부각된다.
노캐디 라운드의 자유
솔라고 CC의 야간 3부 라운드는 노캐디로 운영된다. 처음엔 낯설 수 있다. 캐디가 없다 보니 거리 측정, 클럽 선택, 공 위치 확인까지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곧 그 자유로움에 익숙해진다. 캐디의 재촉이 없으니, 팀원끼리만의 속도로 라운드를 이어갈 수 있다. 홀 공략을 의논하며 서로 조언을 주고받는 과정은 마치 작은 동호회 모임 같다. 물론 공 하나를 놓치는 실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과정이 웃음을 만들고 추억을 남긴다.
노캐디 라운드는 골프의 본질, 즉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운동임을 다시 일깨워준다.
조명이 만들어낸 무대
솔라고 CC는 서해안 바닷가를 따라 자리해 있어 바람이 종종 변수로 작용한다. 하지만 야간 라운드에서는 조명은 훌륭하다 라운딩 내내 어둡다는 느낌을 가지지는 않았다.
페어웨이는 은은한 빛으로 이어지고, 볼이 공중으로 솟구쳐 라이트를 가르며 날아가는 장면은 낮보다 훨씬 극적이다. 그린에 도달하면 홀컵 주변은 비교적 밝지만, 주변의 어둠이 대조를 이루어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집중을 이끈다.
다만 솔라고 CC는 주거시설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조명에 밝기나 조도는 훌륭했다. 일부 벙커나 해저드 주변 또한 어둡게 느껴지기도 않앟다. 그래서 공을 놓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드라이버 샷 이후에 조명과 골프공이 뻗어나가는 한 점은 묘한 기분을 자아내기도 한다.
잔디 상태와 코스 경험
솔라고 CC는 솔 코스와 라고 코스로 나뉘어 있다.
솔 코스는 링크스 스타일로 개방감이 크고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반면 라고 코스는 호수를 끼고 있어 전략적 샷이 필요하다.
잔디 상태는 야간에도 인상적이다.
페어웨이는 밀도가 일정해 드라이버 샷 후 런(run)이 안정적이다.
러프는 적당히 길어 도전적이지만, 지나치게 힘들지 않다.
그린은 다소 무거운 편이고, 야간에는 바닷가 습기가 내려앉아 퍼팅 스피드가 다소 느렸다.
조명 아래의 잔디는 낮보다 색감이 차분해 보이지만, 샷의 감각은 여전히 충실하다.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져 작은 실수에도 몸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라운드 속 대화
밤의 필드에서는 대화도 달라진다. 낮에는 샷과 스코어에 몰두하느라 짧은 대화만 오가지만, 야간 라운드에서는 분위기가 여유로워진다. 어둠 속에서 함께 걷는 길은 동반자와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어떤 홀에서는 샷 실수로 한참을 웃고, 또 다른 홀에서는 진지하게 스윙 궤도를 분석한다. 이 시간은 단순히 운동이 아니라 관계를 쌓는 경험이다. “누구와 함께 했는가”가 더 중요한 라운드가 바로 야간 노캐디 3부다.
야간 골프가 주는 교훈
야간 골프는 단순히 낮 시간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보다는 수도권에 다소 떨어져 있어서 또 다른 여유로운 골프라는 스포츠를 알 수가 있었다.
조명 아래에서의 라운드는 집중력을 높이고, 골프의 본질적인 매력을 다시 느끼게 한다. 캐디의 도움 없이 스스로 판단하는 과정, 어둠 속에서 빛을 따라 날아가는 볼의 궤적, 그리고 동반자와의 대화가 만들어내는 시간.
솔라고 CC의 노캐디 야간 라운드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스코어보다 오래 남는, 밤의 여운이다.
마무리
충남 태안의 솔라고 CC에서 경험한 노캐디 야간 3부 라운드는 골프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낮의 경쟁과 긴장 대신, 밤에는 여유와 교감이 중심이 된다. 조명 속 잔디, 바닷바람의 감각, 그리고 동반자와의 웃음까지. 이 모든 것이 합쳐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나는 이 경험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낮의 스코어는 잊힐 수 있지만, 조명과 적막감 감도는 야간 라운드는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