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주 연구자, 지역이주를 경험하다

밀양에서 보낸 3

“음식물 쓰레기는 다인가구에게도 골칫거리다. 그런데 1인 가구에게는 아예 요리를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심각한 고충이다.”

김수영 저, 「필연적 혼자의 시대」


이 문장을 처음 접했을 때, 말 그대로 무릎을 쳤다. 내 마음을 정확히 짚어낸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밀양으로 이주해 살면서 나를 가장 괴롭혔던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였다.


밀양에서 일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퇴근해 밥 먹을 곳을 찾았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이미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았다. 겨우 찾아서 들어간 식당은 1인분 주문이 안 되는 곳이었는데 사장님의 배려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 일을 겪은 후 바로 식기류와 요리도구를 구매했다.


밀양에서는 1인 가구로 살았다.

매주 서울과 밀양을 오가는 주말부부 생활을 3년을 지속했다. 결혼 전에는 자취도 오래 했고 집에서 일하던 기간도 있었기에 혼자 무언가를 만들어 먹는 일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넘어야 할 첫 번째 난관이 있었으니,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사실 밀양에 살 집을 알아보면서 부동산 사장님이 ‘이 빌라는 사는 사람들의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서 처리해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는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다. 서울 촌놈으로 살면서 ‘음식물 쓰레기는 당연히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종량제 봉투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전입신고를 하자 선물로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수십 장 받았는데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법은 알 길이 없었다. 무슨 통을 사야 하고, 칩을 끼운다는데, 그럼 그 통은 어디에서 사는지, 물었지만 직원도 잘 알지는 못했다.

시청의 청소 행정과에 전화를 했다. 그래도 청소행정과는 달랐다. 몇몇 그릇 가게들을 알려주었다. 어딘가 검색이 가능하게 적어놓은 곳이 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그런데 그 통을 사려고 퇴근해 찾아간 그릇 가게는 모두 문을 닫았다. ‘아, 여기 밀양이지.’ 7시면 모두 문을 닫는다.


며칠 후 겨우 통을 구매할 수 있었는데, 이거 생각보다 너무 크다. 여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버릴 수 있을까? 이걸 모아 버리려면 한 달은 걸릴 것 같은데. 알고 보니 밀양에서 음식물 쓰레기 배출의 최소 단위는 5리터부터. 이건 정말 단위가 다르다.


송하진 1.png [사진 1] 내가 살 수 있는 가장 작은 음식물 쓰레기통

이 경험은 지역생활의 불편함을 드러내는 작은 사례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는 삶의 경험 안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지역이주라는 경험을 통해 다시 해석하고 돌아보게 된 상징과 같은 사건이었다.


앞서 인용한 「필연적 혼자의 시대」는 서울대 김수영 교수가 몇 년간 1인 가구의 삶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질적연구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다양한 1인 가구의 삶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인터뷰는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 같다. 음식물 쓰레기와 관련한 내용은 대부분 식재료를 관리하지 못해 버리게 되는 안타까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수도권 사람들은 지역에 사는 일인가구는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것 자체가 난이도 높은 미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다.


지역이주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도 교차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생각 한다. 사회적 억압에 대해 인종이나 성별, 계급에 대해 사유하듯 지역이주 경험에 대해서도 성별이나 가구 구성, 1인 가구 여부 등 다양한 관점에 대해 교차적으로 사유할 필요가 있다.


내가 SNS에 음식물쓰레기와 관련한 이야기를 올렸더니 누군가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사면 된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요즘은 워낙 제품들이 좋다고.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게 ‘우리 사회가 지역에 사는 1인 가구에게 건넬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다름과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지역이주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한다.


어떤 지역에 살고 싶은가?


나는 몇 년 전 지역으로 이주한 청년들의 삶을 연구한 적이 있다. 당시 인터뷰를 통해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정리했고, 이를 ‘생계, 관계, 공간, 정서’라는 네 가지 요소로 구분했다.


이 네 가지 요소는 서로 명확히 구분되기보다, 상호 보완하거나 제약하면서 하나의 삶의 조건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안정적인 생계가 마련되더라도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지역에 정착해 장기적으로 살아가는 데 주저하게 된다. 반대로 관계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면, 소득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그 불완전성을 완충하며 ‘더 살아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밀양에서는 타 지역의 청년과 가족 단위 참가자를 받아, 지역의 사람과 공간, 자연을 만나고 관계를 맺도록 하는 ‘연결 트립/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

참여 신청 과정에서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질문은 ‘지역으로 이주하게 된다면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였고, 보기는 기존 연구에서 사용했던 생계, 관계, 공간, 정서의 세부 요소로 구성했다. 한 사람당 최대 세 가지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송하진2.png 출처: 체크인밀양 Vol.01 (밀양소통협력센터)

통계에서 보이듯 생계와 주거 같은 물리적 조건이 상위에 오르기는 했지만,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관계나 정서와 같은 비가시적 요소가 고르게 선택되었다.

1~3위는 물리적 인프라와 생계라는 긴급한 필요를 반영하지만, 4~6위에서는 ‘관계’와 ‘정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인프라를 선택한 응답이 적지 않았다.


자연이나 생태환경이 뛰어난 점 역시 물리적 조건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 살아보니, 자연과의 접점은 단순히 즐길 거리라기보다 자연과 내가 맺는 ‘관계’의 문제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자연이 가까이에 있어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환경은 사람과 건물로 가득한 도시와 분명히 대비된다. 지역에서 자연이 주는 에너지와 관련해, 합천에 사는 한 청년과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수도권에서 살다가 가족과 함께 이주했는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도시에 살 때는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지만 군중 속에 외로움을 느꼈는데 합천에 오니 사람이 너무 없어 외로움을 느낀다. 그런데 지역에서는 자연이 그 빈자리를 채워주어서 살만한 것 같다.”



생계와 공간: 삶의 기본적 인프라


38. 어떤 숫자일까.

내가 밀양에서 살던 원룸의 월세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38만 원이었다. 누군가는 지역에 비해 비싸다고 말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여전히 저렴하다고 느낄 수 있다. 건물은 다소 오래됐지만 층간·벽간 소음이 거의 없어 비교적 만족하며 살았다. 다만 이 집 역시 쉽게 구한 매물은 아니었다.


지역에서는 도시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던 여러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이다. 서울에서는 수백 개씩 올라오던 매물이 밀양에서는 겨우 10여 개 남짓, 그마저 내부 사진조차 없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전화를 돌리고 직접 현장을 확인하지 않으면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지역에 빈집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은 오산이었다. 특히 원룸이나 풀옵션 주택은 수요가 꾸준해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계절노동자, 산업단지 노동자, 인근 파크골프 캐디, 젊은 공무원 등이 일정 시기에 집중되면서 원룸 매물이 거의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부동산 중개인의 설명이었다. 물론 이는 지역별로, 또 같은 지역 내에서도 도심과 읍면 단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밀양에 3년을 살면서 ‘이 도시에 더 오래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살았다.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생계’의 문제로 이어지곤 했다.


물론 도시에 비해 일자리가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주변을 돌아보며 ‘지역에서는 굶을 걱정까지는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보다 확연히 낮은 생활비를 체감한 것도 이유였고, 크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이어지는 ‘일자리’ 혹은 ‘일거리’들이 꾸준히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는 분명한 문제다. 그러나 인구가 적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경쟁 압력과 생존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자신의 능력을 일정 수준 드러내면 비교적 빠르게 지역 내에서 인지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관계인구 개념을 초기 제안한 인물 중 한 명인 사시데 카즈마사는, 도시에서 개인이 ‘수십만, 수백만 명 중 한 명’으로 쉽게 대체되는 존재라면, 지역에서는 ‘수백, 수천 중 하나’로서 관계 속에서 역할을 갖는 존재가 된다고 설명한다. 이는 지역에서 개인의 존재감과 효용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역을 단순히 ‘기회의 땅’으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최근 지역을 기회의 공간으로 강조하는 담론이 늘고 있지만, 그 기회의 성격은 도시에서의 그것과 다르다. 빠른 성장과 확장을 지향하기보다, 자신의 삶의 규모에 맞춰 지속하는 방식에 가깝다. 지역에서의 기회는 스케일업(scale-up)이 아니라 스테디업(steady-業)에 가까우며, 속도보다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낮은 기회비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작더라도 꾸준히 이어가며 자신의 삶의 규모에 맞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지역은 또 하나의 현실적인 가능성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관계와 정서: 나를 지역에 눌러 앉히는 힘


지역에서는 관계의 방식이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 도시에서는 한 번의 선택이 큰 영향을 남기지 않게 단절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지역에서는 작은 행동 하나가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만큼 개인의 행동은 더 쉽게 드러나고, 더 오래 기억된다. 지역은 한 사람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공간이며, 그 속에서 맺는 관계 역시 더 오래, 더 깊게 서로에게 남는다.


밀양에 산 지 2년 차가 되던 해, 더 이상 주말부부 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떠나는 것을 고민했다. 퇴사 의사를 밝혔고, 내 자리를 대체할 인력을 찾기 위한 구인 공고까지 낸 상태였다.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이상하게도 특정 장면보다 사람들이 계속 떠올랐다. 이곳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던 주민들, 사업과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던 이들의 얼굴이 하나씩 스쳤다.


수도권에서 교육을 진행할 때는 늘 어떤 간식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입장이었지만, 지역에서는 오히려 가져간 것보다 더 많은 간식을 받아 돌아오는 경험을 했다.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나누고자 집에서 빵과 떡을 챙겨 와 나누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던 중 결정적인 일이 생겼다. 자주 협업하던 지역 복지관 팀장님과 복지사님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왜 퇴사 소식을 미리 말해주지 않았느냐며 케이크와 손 편지를 건넸다.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두 사람이 아쉽고 서운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쉽게 떠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첫 공고에서 적합한 인력이 채용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1년을 더 밀양에 머물게 되었다.


이처럼 지역에는 분명 따뜻한 관계가 존재하지만, 모든 관계가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관계’이고, 동시에 문제를 발생시키는 요인 또한 ‘관계’ 일 수 있다. 공동체적 삶의 가치가 존중되는 한편, 외지인과 지역민을 구분하는 문화도 여전히 작동한다.


특히 도시로 떠났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들은 모호한 시선 속에서 어려움을 경험하기도 한다. 한 청년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 고향에 내려왔을 때는 외출을 잘하지 않았어요. 시 단위라고 해도 나가면 어른들이 대부분 서로를 알아보니까요. 어디서 저를 봤다는 이야기가 돌고, 유턴했다는 사실 자체가 자의든 타의든 이슈가 되니까 질문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이러한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지역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동시에 환대의 정서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작동하는 이 정서를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 그리고 사람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도록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각 지역에서 필요하다.


귀향보고회를 열다


기억이 미화되었을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밀양은 내게 삶의 또 다른 전환점이자 회복의 시간을 제공한 곳이었다. 이 만남과 경험을 전하고자 얼마 전 ‘귀향보고회’라는 행사를 열었다. ‘서울 중심의 삶만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도 지역의 다양한 삶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기가 되었다. 밀양에서의 3년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며 품게 된 이야기에 관심을 보인 스물다섯 명과 함께, 밀양에서의 일과 삶, 그리고 앞으로의 고민을 세 시간에 걸쳐 나누었다.


여러 이야기 가운데 가장 큰 공감을 얻은 것은 밀양에서의 삶에 대한 경험이었다. 그 삶 전체를 내가 대표할 수는 없지만, 각자의 경험을 꺼내 서로 비추어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머물렀던 사람은 그 시기를 떠올렸고, 서울로 상경했던 사람은 당시의 기억을 환기했다. 지역 이주가 아니더라도 1인 가구로 살아온 경험 속에서 공감을 찾은 이들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고회를 시작하며 전했던 말을 옮긴다.


“나에게는 삶의 중요한 전환점이지만, 이 경험이 타인에게 그대로 전달되거나 온전히 이해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세계를 잇는 ‘연결자’이자 ‘통역자’로서의 역할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그 세계와 일,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밀양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과 도시의 사이를 오가며, 서로를 연결하는 연결자이자 통역자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수요일엔마프'

수요일엔마프 마을큐레이터 송하진(주택협동조합 시작이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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