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예열하는 시간
우연히 핸드드립을 직접 내려볼 기회가 생겼다. 성인이 되고, 아무것도 모르고 남들 따라 시킨 쓴 아메리카노가 커피에 대한 첫인상이었지만, 지금 나에게 커피는 하루의 쉼표를 채워주는 소중한 순간이다. (따분한 일을 견뎌야 할 때면, 가능하면 꼭 커피를 챙긴다. 일종의 작은 보상 같은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커피를 자주 찾는다.)
처음에는 하루를 깨우는 커피향과 포근함이 좋았다면,
핸드드립은 원두를 갈고, 향을 맡고, 뜸을 들이고, 추출하는 모든 과정에서 커피를 즐기기 위한 마음이 예열되는 시간이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성껏 선물을 준비할 때 느끼는 기분처럼, 번거로운 과정이 아니라 나를 위한 커피가 나를 더 특별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서로 다른 분야라 할지라도, 정점에서는 하나로 통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커피도 음악과 참 많이 닮아있다.
핸드드립은 단순히 물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원두가 가진 가장 맛있는 맛을 끌어내기 위해 세심하게 물을 얹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마치 단순히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기 위해 소리를 끌어내는 것과 같다. 그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데는 깊은 탐구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이렇듯 시간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언제나 비효율적이지만은 않다. 겉으로는 같은 목표를 향해 가지만, 목적이 다르면 과정 안에서 느끼는 기쁨과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
여행도 그렇다. 지금까지 다녀온 여행 중 나를 가장 황홀하게 만든 곳은 단연 노르웨이다. 마치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만큼 깊고 웅장한 자연의 경이로움과 오로라의 신비로움은 나를 휘감아, 마치 꿈속에 있는 듯한 몽롱한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때의 추억을 말하려 할 때면, 그 벅찬 순간을 어떻게 언어로 표현해야 할지 늘 고민하게 된다.
자신의 행복은 오직 자신만이 알 수 있고,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무리 설명하려 해도 그 감정을 온전히 공유할 수는 없다. 연주도 마찬가지다. 음악과 하나 되어 잠재된 감수성을 열고, 그 감동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직접 느끼고 새롭게 해석된다. 그리고 그 감정은 또 다른 의미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사람은 감정을 교류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모두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감정의 크기는 돈으로 환산하거나 교환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느끼는지는
완성된 결과물에 있지 않다.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듯,
우리의 발걸음이 하나씩 쌓여
세상에 없는 나만의 길을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