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조각들
감사 일기를 써보라는 조언에 따라 일주일간 기록을 시작했다. 써보면서 느낀 건, 감사 목록에 가장 많이 오른 것은 별것 아닌 듯하지만 가장 소중한, 그런 소소한 일상이었다. 강아지와 아침 인사를 나누고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스트레칭하며 하루를 깨우는 고요한 평범함이 참 감사했다. 이 평범함이 가장 소중한 특권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오늘 하루가 나름대로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날이 되길 기대하게 된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기념일만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기엔 뭔가 아쉽다.
나는 누구에게나 특별한 날인 크리스마스보다는, 그 전날이나 그다음 날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내며 보내는 걸 좋아한다. 무리 지어 다니기보다는 한적함을 선호하고, 관광지보다 자연 속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내 취향도 한몫하는 듯하다. 도시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뜻밖의 날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달까. 괜한 반항심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묘한 일탈감이 주는 이 소소한 즐거움을 좋아한다.
언제나 드라마틱할 수는 없지만, 크고 작은 나만의 의미 있는 하루가 쌓여 매일이 된다면, 굳이 기념일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아도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날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특별함은 일상적이지 않은 이벤트에서 올 수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약간의 생각 전환만으로도 반복되는 일상이 아닌, 색다른 하루로 다가올 수 있다고 믿는다.
일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그런 날들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특별함이란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고 경험하는 여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파동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느끼는 공통된 경험이 사적인 경험으로 탈바꿈되는 황홀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같은 무언가를 보더라도 어떤 사람은 무심하게 지나치는 반면, 또 다른 사람은 그 안에서 반짝거리는 보물을 발견하듯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청각은 특히 감정을 움직이는 데 독보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과 음악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음악을 들을 줄 몰라서…’라는 말이다. 이러한 편견이 음악을 순수하게 즐기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음악의 본질은 그저 음악을 듣고 감정에 충분히 젖어드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상상이 펼쳐지기도 하고, 감정이 요동치는 가운데 귀가 즐거워지며 온몸의 감각이 서로 뒤섞여 춤추는 경험이 일어난다.
물론,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지나쳤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고 감동의 폭도 커질 수 있다. 모든 배움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음악은 그 자체로 사람과 소통하는 특별한 힘을 지닌다. 특히 클래식 음악에 대한 선입견이 더 강한 편이지만, 음악은 하나의 에너지다. 흰 도화지에 그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려져지는 경험은 각자의 템포에 맞춰 감각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좋은 음악에 대한 탐구와 통찰력은 연주자의 역할이다. 정답이 없기에 경쟁도 없다. 중요한 건 지금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알아차리는 것. 이성적 사고가 지배적인 일상 속에서 이 순간만큼은 미묘한 감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모두가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