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엉이 아빠 Mar 04. 2022

[독후감]"재미의 발견"

작가: 김승일 / 출판사: 행복우물 / 발행일: 2021.04.06

"네 이제 그 손을 놓으세요. 아직은 두발자전거가 서툴지만 혼자 타보겠습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제 자전거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고 한다. 스스로 한발 한발 페달을 밟아 간다면, 잡고 있던 손을 놓더라도 쓰러지지 않고 달릴 수 있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특출난 능력이 없는 나로선 단기간 수련으로 그럴 재간이 없다. 무수히 많이 쓰러질 것이다. 다칠 수도 있다. 자전거가 부서질 수도 있다. 힘에 겨워 웅크려 앉아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멋지게 페달을 밟으면서 쭉쭉 나가려면 반드시 겪어내야 할 시련인 것이다. 툴툴 털고 일어나 넘어져 있는 자전거를 다시 세워야 한다.


불특정 다수가 보는 독후감을 쓴다? 검색되는 다른 이들의 멋진 책 리뷰들을 보며 과연 비스무레 하게라도 써나갈 수 있을까 나 자신을 키 재봤다. 놀이기구 앞에서 규정 키에 모자라 뒤돌아서는 우리 막내딸의 글썽이는 눈망울처럼 마음이 서서히 젖는다. 평론도 아닌 독후감을 쓴다고 했는데 이렇게 고민되나?... 괜히 독후감 코너를 신설한다고 공고했나?...


책을 펼쳐 들었다. 글을 읽고 있지만 머릿속은 딴생각이다. 인쇄된 글자들을 보며 혼잣말한다. 어떻게 옮겨볼까 어떻게 맛깔나게 표현해볼까... 모국어인 한글로 쓰여있는데도 해석이 잘 되지 않는다. 몇 번을 읽어야 겨우 한 문장 한 문장 이해가 된다. 독후감을 위한 독서... 주객이 전도돼버렸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책을 덮고 양볼을 찰싹찰싹 때렸다. 왜 그래 정신 차려! 흉내 내려고 하지마! 그냥 넌 책을 읽고 너의 독후감을 쓰는 것뿐이야. 잠시 변색됐던 초심을 세면대에서 어푸어푸 씻어낸다.


얼마 전 발행한 글에서 책을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언급해놓고 독후감 공개라는 압박에 고세를 못 참고 망각한 것이다. 마음을 다시 잡고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책을 읽음으로써 생각한 것, 느낀 것, 얻은 것, 깨달은 것만 정리하면 되는 거라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


영화 예고편에 모든 엑기스를 담 듯, 책 표지에 작가의 최종 의도가 담긴다고 생각한다. 덮어놨던 책의 겉표지부터 세심히 살폈다.

"재미의 발견"

뜨는 콘텐츠에는 공식이 있다

# 100만 구독자

# 1000만 관객

# 고시청률 콘텐츠의 비밀.

YouTube/ Drama/ Movie


'그래, 내가 갈망하던 거야!, 잘 만났다 너!'

콘텐츠, 구독자, 관객, 시청률... 표지의 단어를 읽어 문장으로 인식하고 무릎을 탁 쳤다. 퇴사를 하고 휴식기를 가지며 방황하고 있는 요즘,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고 그 방법론에 있어 지식과 정보를 갈구하고 있던 크리에이팅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담겨 있을 것 같다. 빠르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프롤로그에서 말한다.

"이 책은 재미를 만들어온 이들의 영업 비밀입니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은 분들은 혹은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픈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제 독후감 강박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빨리 비밀을 파해치고 싶어 눈동자가 돌아간다. 저자는 수년간의 경험과 인터뷰와 조사와 분석으로 이 책을 집필한 듯 보였다. 목차 하나하나에 담긴 애정이 책장을 넘기는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단 며칠 간의 독서로 이렇게 쉽게 의 업적을 취해도 되는 건지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는 다음과 같은 배려로 토닥여 준다.

"네가 가진 것 중 최고의 것을 세상에 주어라 그러면 최고의 것이 너에게 돌아올 것이다. 작가 아네트 시몬스의 말을 되새깁니다." - 재미의 발견 중-


현장에서 기름치고 닦고 조이고, 사무실에 앉아 사람들을 채용하고 관리하고 배치하고 다치면 병원으로 달려가던 내가, 글을 쓰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카메라로 찍고 영상을 편집하는 일탈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최근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생각 '재밌으려면 어떻게 하지?'다.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글들을 보며 이웃이 수많은 블로그들을 보며 구독자가 수만 수십만 수백만 유튜버를 보며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길래 저렇게 트래픽이 많이 나오는 거냐며 심도 있게 관찰하는 요즘이다. 그저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듣고 손가락으로 넘기고 만지며,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로 감성 돋는 음미로 살짝 고이는 눈물로 느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왜 그런 반응들이 일어나는 것인지, 왜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자꾸 들락날락 거리는 지를 깨닫게 됐고 정형화할 수 있게 됐다.


책 초반에 저자는 재미에 관한 통념을 살짝 비틀어준다. 재미라는 단어와 웃음이라는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하라... 언뜻 우리는 재미있다고 하면 웃는 모습만을 상상하는데, 따지고 보면 침침한 누아르 영화를 봐도, 슬픈 영화를 봐도, 기괴한 영화를 봐도, 소름 돋는 공포영화를 봐도 "와" 하고 넋 놓고 보고 "재미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인지시켜주니 '아 맞네' 하고 맞장구친다.


"재미는 당혹하고 집중하게 한다"

당혹과 집중이 재미의 기본이며 아래의 세 가지에 의해 당혹과 집중이 일어난다고 친절히 설명해준다.

특이: 보통 것이나 보통 상태에 비하여 두드러지게 다름.

전의: 생각이 바뀜, 의미가 바뀜.

격변: 상황 따위가 갑자기 심하게 변함.

* 단 재미가 특이, 전이, 격변으로만 대변되지 않는다. 특·전·격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불쾌한 감정이 배제돼야 비로소 재미로 완성이 된다고 한다.


아직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 쉽게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인다. 콘텐츠에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키려면 재미있어야 할 것이고, 그 재미를 유발하기 위해 독자를 당혹하고 집중시키면 되는 것이다. 그럼 그 당혹과 집중을 하게 하는 특이, 전이, 격변의 원리에 대해 자세하 알아보면 될 것이다. 책장 넘기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특이... 말 그대로 특이한 것이다.

화려하게 타오르는 장면 또는 조명(불구경), 대결구도(싸움구경), 분류될 수 없는 장르, 평균 이하 사람들의 무한도전, 모호한 캐릭터 설정, 감칠맛, 선을 넘지 않는 관종의 노력, 힙한 갬성, 클리셰를 따르지 않는 전개.

우리가 열광하고 심취하고 중독처럼 찾아봤던 콘텐츠들이 특이의 장치들로 구성되었음을 '아' 하고 깨닫게 된다.


전의... 전의라는 단어만 봤을 때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재개그, 펀치라인, 시의 의미부여, 미술관의 소변기 작품, 다큐멘터리의 식물들 간 생존경쟁, 메타버스, 심형래의 슬랩스틱, 미스터리 스릴러물, <그것이 알고 싶다>, 축구·농구·야구·미식축구의 전의에 대한 고찰, 리엑션, 심미안의 사례를 들어가며 무지한 나를 잘 이해시킨다.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의 생각과 의미의 변화, 즉 전의가 얼마큼 중독성이 강한 것인지 느끼게 됐다.


격변... '아 뭐 이건 당연한 거 아니야?' 자만심으로 책장을 넘겼다. 드라마의 매회 결말부 궁금증을 유발하는 구성, 넷플릭스의 빈지워치, 스파이더맨 인기의 쇠퇴, 원피스의 인기 하락, 전통적 방식을 뛰어넘는 플롯의 큰 변화<부부의 세계>, 메이크오버 플롯<냉장고를 부탁해, 렛미인>, 뻔한 클리셰의 한국 상업영화의 안타까움의 예시들을 보며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격변의 원리에 쑥스러운 겸손함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다양한 특·전·격의 방법으로 당혹하게 하고 집중하게 되면 독자들은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해소의 원리는 온갖 잡념으로 복잡함이 가득한 현재 의식이 특·전·격(당혹과 집중)으로 인해 마비되고, 무언가에 집중하게 되면서 뇌가 쉬게 된다는 것이다. 푹 빠져 영화를 보는데 음악이 나오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롤러코스터가 출발지점으로 회기하여 도착 후 안전바가 풀릴 때, 슬픈 소설을 보고 책장을 덮으며 살짝 흐른 눈물을 닦을 때 "스트레스가 풀렸다"라고 말하는 느낌은 어떤 것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책의 후반부는 콘텐츠 제작자들의 비밀 기술을 알려준다.

'어찌 이렇게 감사할 수가...' 다시 뚫어져라 두 눈을 부릅뜨고 한장한장 넘긴다.


3부 1.'무조건 통하는' 콘텐츠 제작법.

'와우...' 다음 페이지로 넘기려는 손가락에 침을 살짝 바른다.


저자는 "기획의도에서 특·전·격을 찾아라"라고 말한다.

요즘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는데 그중 영상편집 수업도 있다. 운 좋게 강사가 유명 방송국 PD출신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분이 항상 강조하는 이야기가 있다. "편집, 효과, 촬영? 이런 건 부수적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이다"  편집 기능을 배우러 갔다가 고수에게 고귀한 기술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런 중요한 기획에 특·전·격을 가미하면??? 무조건 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그에 더해 기존 콘텐츠에 더하기 방식으로 조금은 안정성 있게 가는 방법, 주인공을 지속적으로 곤경에 빠뜨리는 방법, 차별화된 정보력으로 대상을 당황스럽게 하는 방법, 시간제한으로 인한 당혹을 만들어내는 방법, 참견과 해설로 전의를 일으키는 방법, 영상의 기본인 4초 컷 방식, 효과음 배경음의 중요성, 귀여움의 황금비, 호러영화와 액션영화의 차이, '친숙함'에서 발생되는 기괴함, '사라짐'의 미학, 박스 바깥에서 보는 시각, 유재석의 창의성, 피카소의 독창성, 콘텐츠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는 개연성의 효과, 개연성마저 무시해버릴 수 있는 미장센의 효과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례를 들어가며 나열해준다.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생긴 나로선 다 읽고 책장 한편에 꽂아 놓을 수 있는 책이 아님을 느낀다. 옆에 두고 지속적으로 펴봐야 할 것 같다.


넘긴 페이지 수가 늘어가며 배워가는 게 많다고 느낄 때쯤 또 한 번 집중하게 만든다. 재미의 증폭제를 알려준다고 한다. '앗싸!'

증폭제1. 연관성: 나와 연관성이 있어야 더 재미있다는 것이다. 예로 카톡 프사, 류현진 경기, 설민석과 도올, 레트로 뉴트로,"실화냐?"를 들었다. 딱 와닿는 사례들이다.

증폭제2. 공감: 유명 유튜버, 강사, 시인, 드라마 & 영화, 가수의 공감 사례를 들었다. "가장 밑바닥에서 얘기하라" - > '네 알겠습니다!'

증폭제3. 불안정성: 떨어질 듯 말 듯, 발생할 듯 말 듯, 죽을 듯 말 듯, 걸릴 듯 말 듯, 결말이 날듯 안 날듯, 언제 나타날지 알듯 말듯한 사례들로 꽉 채운다. 은근히 끌어 오르는 불안감, 식은땀 나는 불안감, 가슴 터질 듯한 불안감을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증폭제4. 결핍: <안녕하세요?>, <나 혼자 산다>, 먹방, 아싸와 인싸, 한국인의 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관념, 아이돌에 대한 집착, 강형욱의 인기, 대중의 이목을 끄는 여성과 소수자의 콘텐츠, 위로의 위력(베스트셀러, 동백꽃 필 무렵의 성공)의 사례를 보여 준다. 독자들의 어떤 결핍을 채워주면 좋을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책을 덮었다. 자전거 뒤에서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던 손이 사라졌다. 몸은 그대로 따라주지 않지만 뒤에서 잡아 주고 있던 손 덕분에 비틀비틀 자전거 타는 법은 배웠다. 이제 몸소 체득할 시간이다.

에세이를 쓰던, 소설을 집필하던, 영상을 제작하던 두고두고 꺼내보고 다시 읽어보고 반복해야겠다. 의식적으로 적용하는 스킬이 아닌 습관처럼 버릇처럼 사용되는 무의식의 스킬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콘텐츠의 비밀을 공유해주신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다음 [부엉이 아빠 독후감]을 예고합니다.

제목: 샬롯의 거미줄

작가: 엘윈 브룩스 화이트

그림: 가즈 윌리엄즈

출판사: 시공주니어

발행일: 2000년 12월 31일.

 

둘째 딸과 셋째 딸에게 권장하려고 대여했습니다. 그래도 아빠가 먼저 읽어보고 권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이왕 읽는 거 독후감으로 남기고자 초등학생 권장 도서지만 독후감으로 남겨 보겠습니다.






초보가 편집한 B급 영상을 보고 웃으시라고 영상 두개를 첨부합니다.


영상편집 수업에서 편집했던 영상을 "재미의 발견"에서 얻은 교훈과 스킬을 이용해서 다시 편집해봤습니다. 차이가 나나요?^^


영화 'Yesterday' (감독:대니보일/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2019년 개봉)요약해서 예고편 만들기


1. 기존 편집 영상


2. 재미의 발견 읽은 후 재 편집영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