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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Mar 26. 2022

EP2. 매일 감사노트를 씁니다.

내가 맘에 들어하는 여자들은,
꼭 내 친구 여자 친구이거나,
우리 형 애인! 형 친구 애인!
아니면 꼭 동성동본...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나는 도대체 되는 일이 하나 없는지~
언제쯤 내게도 기가 막힌~
그런 눈부신 여자친구, 하나 생길까~
세상 모든 게~! 다 내뜻과~!
어긋나 힘들게, 날 하여도~
내가 꿈꿔온~! 내 사랑은~!
널 위해 내 뜻대로 이루고~ 말테야~~~~!
나나 나 나~ 나나나나나~

나나 나 나~ 나나나나나~ 

- DJ DOC "머피의 법칙" 중에서 -




머피의 법칙을 맹신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칫솔이 부러 집니다. 이렇게 실타래가 엉키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생트집을 잡기 시작합니다.

꼭 저기 멀리 보이는 횡단보도는 닿으려면 아직 멀었는데, 녹색으로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개찰구를 찍고 막 플랫폼에 들어서는데, 스크린 도어가 닫히며 열차가 저 멀리 출발합니다.

앞에 앉은 사람이 주섬주섬 가방을 챙깁니다. 옆에 서있는 사람보다 제가 더 가깝습니다. 일어나면 이제 제자리입니다. 하지만 옆 사람이 먼저 궁둥이를 들이밉니다.


회사에 겨우겨우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립니다. 괜찮습니다. 2분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어, 잘못 밀려서 마지막에 겨우 탔습니다. 삐익 소리가 납니다. 억울하게도 엘리베이터 안에 모든 사람들이 쳐다봅니다.


안녕하십니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지각의 미안함을 대신합니다.

얼른 모니터를 켭니다. 늦었으니 열심히 일하려는 척 아웃룩을 급하게 클릭합니다.

검은색 이메일이 쏟아져 내려옵니다. 아침부터 숨이 막혀오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한참을 훑어보며 급하게 처리할 이메일부터 확인하고 있는데, 마우스 포인터가 멈춥니다. 상관없습니다. 껐다 켜면 되니까요.

다시 아웃룩을 클릭합니다. 프로필 로드 중인데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식은땀이 흐르고 다리를 떨기 시작합니다. 이때 잘못 건드리면 모든 이메일이 날아갑니다. 복구될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야 합니다.

전화기가 울려대기 시작합니다. 하필이면 꼭 이메일을 찾아봐야 하는 업무전화입니다.

어째 저째 대충 둘러대서 통화를 종료하니 아웃룩이 복구됩니다.


'휴, 이쯤에서 끝이겠지.'


서류 작성하고, 결제받고, 이메일을 보내고, 거래처에 전화 돌리고... 정신이 없습니다.

"갑시다"

사장님께서 사장실에서 나옵니다.

시계를 봅니다. 언제 벌써 11시 반이 됐는지 의아해하며 엉크러져 있는 머리를 슥슥 넘기고 일어섭니다.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화이트 컬러에 동참하니 꼬르륵 배가 고파옵니다.


안돼!!... 사장님께서 칼국수 집으로 들어가십니다. 저는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관계로, 점심식사로 밀가루는 굉장히 증오합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동료들끼리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무언의 눈치작전이 시작됩니다. 어어, 하는 순간에 사장님 앞에 앉게 됩니다. 허허하하호호, 사장님 장단에 맞춰 칼국수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퇴근 30분 전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정시에 퇴근할 수 있겠습니다. 재빠르게 이메일들을 각 카테고리 별로 빠르게 정리합니다.

"네? 정말요? 어디에서요? 네네, 알아보고 전화드릴게요."

제 앞에 앉은 과장의 통화 내용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제발 제발...'

수화기를 내려놓고 일어서서 파티션을 돌아 제 쪽으로 옵니다.

"저기, 차장님..."

오늘도 일찍 들어가긴 글렀습니다.

오늘도 머피의 법칙은 증명되었습니다.




퇴사일이 다가오니 마음 편해진 어느 월요일 새벽입니다. 자전거를 뒷동산 아래 묶어놓고 등산로를 따라 스틱을 찍고 있습니다. 동기부여 영상도 이어폰 너머로 듣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감사한 거 혹은 내가 잘한 거 3개씩만 써보세요. 딱 100일만 해보세요. 그리고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한번 봐보세요. 다니얼 카너먼 인지심리학 박사는 행복은 경험의 축적이 아니라 기억의 소산물이라고 말했어요. 무엇을 기억하느냐가 그 사람이 행복한지 행복하지 않은 지를 만든다는 거예요 "

영상 속 김은주 구글 수석 디자이너가 말합니다.


한창 행복에 관해 관심이 많던 저는 귀가 솔깃합니다.

뭐든지 바로 실천해보자 다짐했던 터라, 등산스틱을 허리춤에 끼고 멈춰 서서 핸드폰을 꺼내 노트 기능을 켭니다. 짱구를 열심히 굴려보지만 어제 감사했던 일, 잘했던 일이 전혀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약 쥐어짜듯 겨우 세가지씩 적습니다. 이런 것도 감사해야 하나?, 이런 것도 칭찬해야 하나?, 그래도 스윽 기분은 좋습니다.




감사노트를 처음 쓴 그날은 2021년 12월 6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거의 빼먹지 않고 매일 감사노트를 썼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2022년 3월 25일입니다.

109일이 지났습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한번 생각해봅니다.


머피의 법칙이 사라졌습니다.

어제가 행복했습니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내일이 더 행복할 겁니다.


그리고 매일 감사노트를 쓰는 제가 있습니다.



생각나는대로 격식없이 적고있어 철자도 문법도 엉망입니다.


사사로운 내용이 그나마 적고 공개 가능한 페이지를 공유합니다.




좋은 방법을 알려주신 김은주 구글 수석 디자이너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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