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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Apr 02. 2022

EP3. 두 바퀴로 가는 자전거, 네다리로 걷는 뒷동산

故김광석 노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리듬

컴컴한 저 멀리서 희미한 울림이 느껴진다. 아릿하다... 시나브로 짙어지더니 얼른 일어나라 재촉한다.

인지하는 순간 눈이 번쩍 떠진다.

정해진 루틴대로 급히 핸드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린다.

'05:31'


곁눈질로 이불속 아내를 내려다본다. 다행히 늘어진 체로 미동도 없다. 깨웠다간 잔소리 한 바가지다.

곤히 자라 살금살금 뒷걸음치며 고양이처럼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온다.


지금부턴 바쁘다. 뒷동산에 가지고 갈 물을 커피포트에 뜨겁게 데운다. 어젯밤에 챙겨둔 운동복을 주섬주섬 입고, 등산스틱을 꺼낸다. 대충 세수하고 양치한다. 이상하게도 아침시간에는 1분 1초가 빠르게 간다. 10분 만에 후다닥 나설 수 있을 것 같은데 역시 30분 정도 넉히 걸린다. 백수 때나 출근할 때나 아침시간의 절댓값은 변함이 없다.

 

간헐적 단식을 시작한 지 스물 한시간째다. 하지만 시야에 잡히는 간식거리에는 좀처럼 감흥이 없다. 어제 잠들기 전까지는 죽을 것 같이 배가 고프더니, 수면 중에 면역력이 극대화됐나 보다. 뻐근한 뱃속 느낌이 좋다. 체중계에 올라서니 고뇌의 시간을 -0.6kg로 보상해준다.


이른 봄이라 그런지 아직 밖은 어둑어둑한 새벽이다. 거치대에 나란히 늘어선 자전거들을 보며 오늘 탈 놈을 고른다. 신나게 달리고 싶다. 위험하긴 하지만 두 바퀴가 굵은 놈 보다는 얇은 놈의 자물쇠를 푼다.


보도블록 한 쪽의 자전거길은 입식 간판이 놓여 있거나 수시로 턱지거나 끊기거나 차가 주차되어 있지만, 익스트림 스포츠처럼 날 흥분시킨다. 긴장된 자세로 요리조리 피하고, 살짝살짝 점프하다 보면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 지만 이내 스쳐가는 새벽 공기에 빠르게 식기는 한다. 

30분 정도 두 바퀴의 코스


앞쪽으로  뒷동산이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다. 회색 콘크리트 더미들을 헤집으며 푸릇푸릇 파릇파릇 반겨준다. 아주 드문드문 하이커들이 있지만 평일 새벽 뒷동산은 고요하다. 얼른 동참하고 싶어 등산로 입구에 두 바퀴를 자물쇠 채운다.

'허벅지 운동시켜줘서 고마워,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스틱 두발, 내발 두발, 네다리로 오르기 시작한다. 두 바퀴 위에 있던 숨 가쁨이 아직 남아있다. 간헐적 단식으로 인해 체내에 음식물에 대한 에너지원은 없다. 몸속에 쌓인 지방이 분해돼서 쓰이는 중이다. 쉽지 않은 치환이기에 앞이 어찔해진다. 지금의 고통은 반드시 보상이 있을 거라 다짐하며 다시 네다리에 집중한다. 맥박이 최고조로 치닫는다.


높이가 얼마 되지 않는 산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등산로를 따라 반겨주는 소나무들이 힘내라 손 터치로 응원해준다. 블루투스 이어폰의 볼륨을 높이며 엔돌핀을 더욱 북돋아 본다.

'좀만 더, 좀만 더!'

자전거 탈 때 추울 거라 입고 왔던 오리털 파카가 원망스럽다. 지퍼를 내려 발기고 뒤로 젖히며 반항해본다. 그래도 저 앞에 하늘과 맞닿은 정상을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리듬을 탄다.


아래가 내려다 보이는 정상은 여명으로 고즈넉하다.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고 풀썩 주저앉는다. 수증기로 피어오르는 열기가 어느새 냉기로 바뀐다. 잘 됐다, 싸온 보온병의 뜨거운 물을 모락모락 텀블러에 따른다. 식도를 따라 위까지 온기가 전해진다.


앞으로 보이는 진달래 동산은 꽃봉오리들을 가득 담고 있다. 만개했다면 이렇게 여기서 여유를 부릴 수 없다. 상춘객들은 새벽이나 아침이나 평일이나 주말이나 언제나 북적이기 때문이다. 진달래꽃이 만개했을 상상을 하며 그들보다 선점해서 꽃놀이를 한다.   

 상상 속 만개한 진달래 동산(시점: 작년 4월)


정상에서 산아래까지는 직선코스로 기껏해야 20분 정도다. 좀 더 지방을 태우기 위해 먼길로 돌아 네다리를 재촉한다. 등산로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하며 빼곡한 나무들 사이에 몸을 던진다. 새들이 다양하게 지저귀며 아침을 맞이한다. 나 또한 그들과 함께 들썩인다. 떡하니 항상 그곳에 있어주는 뒷동산에 감사할 따름이다.

한 시간 정도의 네다리의 코스


사우나에서 방금 나온듯한 개운함이다. 지루하게 날 기다려준 두바퀴의 자물쇠를 푼다. 룰루랄라 체중계에 올라갈 생각에 돌아가는 두 바퀴 발걸음이 가볍다. 한산했던 새벽 보도블록이 출근하는 사람들로 제법 복잡하다. 여유를 만끽하는 미안함을 빠른 속도로 대신한다.

수고했다 다독이며 거치대에 수고한 녀석을 고이 주차해놓고 마무리로 스트레칭을 한다.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어 있다. 하지만 24시간 만에 맞이할 식사와 체중계 보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다.

나란히 주차한 우리 집 자전거.


두근두근 체중계에 올라가 본다. 어어 근데 -0.3kg?... 효율성이 떨어진다. 결과가 아쉽다. -1.0kg은 예상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뭐 그래도 괜찮다. 맛있게 식사를 할 거니까.

역시 아내가 꼬박 하루 만에 식사라고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푸짐하게 상을 차려준다. 이럴 때면 간사하게도 내 사랑 최고 외친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다.  

2022년 1월부터 시작한 체질 개선 분석표


"당신은 다이어트를 잘할 수 있다고 자신을 너무 믿는 게 문제야"

생각보다 수치가 정체중이라며 두어 달을 기록하고 있는 표를 보고 고민을 털어놨더니 아내가 정답을 말해준다.

그렇다. 몇 년 전에 15kg 감량을 하고 유지한 적이 있어 자만심이 큰 건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그때 죽어라고 인내했었다. 주기적으로 간헐적 단식을 했었고, 식단을 조절했었고, 야식은 절대 하지 않았으며, 규칙적으로 운동을 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좋다. 하지만 자만심으로 빠지는 순간 더 이상 발전은 할 수 없다.


그렇치만... 알면서도... 오늘 밤도...

자만심이 충만하다.

운동전용(?) 자전거를 타고 소주와 치킨을 포장해 간다... 배달비를 아낀다는 핑계로...




저희 뒷동산에 같이 함 갔다 오실래예?

네다리 등산


두 바퀴 하산



이번 편은 제가 예전에 썼던 글의 후속편처럼 되었네요. 혹시 참고하실 분은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s://brunch.co.kr/@77578c98c1f34a8/7



정확히 반을 읽었더라고요.

기다리실 분들은 많이 없으시겠지만, 혹시 그래도 기다리실 분들을 위해 안내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부엉이 아빠 독후감 코너에서 "부자아빠의 투자가이드"를 읽고 최대한 일주일 안에 독후감을 써보겠다고 공지했었습니다.


현재 일주일이 한참 넘었지만 아직 반뿐이 읽지를 못했습니다. 시간을 정해놓고 읽다가도 딴짓하다 정해둔 시간 놓치기를 일쑤였습니다. 집중력이 약해졌고, 의지가 약해졌죠.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 하는데 시간을 더 투자하지 못한 핑계가 있기는 합니다.

저번에 자격증 필기시험에 합격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 실기시험을 봤고, 또 다른 자격증 필기시험도 이번 주에 거든요. 다행스럽게 둘 다 통과는 했습니다^^; 시험공부의 핑계를 좀 대겠습니다.

(나중에 자격증에 관해 따로 글로 이야기드리겠습니다).


그럼 오늘, 내일 시간 내서 읽고 쓰면 되지 않겠냐 하실 수도 있는데 오늘 오후에 제가 작은 수술을 받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 말이나 돼야 독후감 글을 발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수술도 나중에 따로 글로 발행하겠습니다).

 

두 번 연속 핑계만 늘어놓아 송구스럽습니다.

밝은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행복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이전 02화 EP2. 매일 감사노트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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