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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Mar 19. 2022

EP1. likes와 must의 교집합

"니 많이 쉬었제?"

또 부산의  회사 팀장님이다.


"하하, 아니요. 이제 겨우 두 달 조금 안됐는데요. 좀 더 놀아야죠."

건너편에서 어떤 의도로 전화했는지 대충 예상이 된다. 근황으로 에둘러 미리 거절해본다.


"야야, 그 정도면 푹 셨따 아이가? 좀 만 더 쉬고 우리 회사 온나. 니 여그 오면 좋을 끼다. 우리는 인력이 충분한 거 알제? 사고 터지면 다 같이 한데이. 니 거서 일할 때처럼 독꼬다이로 안 한데이."

내일부터 당장 출근하라고 할 기세다.


"예예, 아이고 신경 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알겠습니다, 조금만 더 쉬고 그 동네로 돌아갈 거면 꼭 팀장님께 먼저 연락드릴게요"

수화기 너머 급한 마음을 달래 드렸다.


출근시간이 막 끝난 한적한 아침이었다. 근무시간이 자유로운 후배 녀석과 북한산 등산 약속이 있었고, 차를 몰고 있는 중에 받은 전화였다. 바쁜 척 겨우겨우 통화를 끝냈다. 사실, 스카웃 제의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곳은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졸업 후 현장 근무를 포함해서 거의 17년간을 쉬지 않고 내리 달려왔다. 그리고 2021년 말, 인생 1막을 가까스로 마무리했다. 이제 좀 쉬어도 될 법한데,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이어리 안쪽 계획서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빼곡히 적어 놨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기 때문일까? 버킷리스트가 한가득이다.


"당신은 어떻게 회사 다닐 때 보다 얼굴 보기가 더 힘들어??"

아내의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럴 만도 하다. 휴식기동안 집안일도 열심히 하고, 아이들하고도 많이 놀아주고, 물에 손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할거라고 호언장담했었다. 근데 맨날 바쁘다고 코빼기도 잘 안 비추니...


05:30 기상.

06:00~07:30 자전거+산보.

08:00~16:30 자격증 실기 수업 수강.

17:30~18:45 수영.

19:00~21:00 or 22:00 동네 강좌 수강 or 직업능력개발 수업 수강.

+자투리 시간: 독서, 글쓰기, 영어공부

백수가 과로사할 판이다. 피곤한 건 사실이지만 회사를 다닐 때와는 딴 기분 좋은 뻐근함이다.


국민(초등)학교 1학년 때 과학상자에 빠졌다. 바케쓰에 담긴 레고를 좋아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연습장에 만화를 그려 연재했다. 중학교 반 친구들이 다음 편 언제 나오냐며 재촉했다. 니즈에 부합하려 수업시간에 그리다가 국어 선생님한테 걸려서 나의 역작이 찢어발겨졌다. 기술을 배워야 먹고살기 좋다고 세뇌됐다. 당연히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며 이과를 선택했다. 대학은 당연히 공대를 선택했다. 졸업 후 당연히 기름칠하고 닦고 조이는 현장으로 나갔다. 한 참을 기름밥을 먹고사는데 사무직에 자리가 났다. 선배의 권유로 회사 책상에 앉았다. 인생 1막은 그렇게 좋아하는 것보다는 당연한 것, 남이 좋다는 것, 해야 해는 것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인생 2막의 설계는 지금 내가 스스로 하고 있다. 선택한 여러 가지 항목들이 좋아하는 것들인 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다.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지워 나가고 있다. 그중에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일이 하나 덜컥 걸리길 바란다.

언제까지 좋아하는 일만 찾아대며 놀고먹고 있을 수만 없다. 아직 조금 여유가 있지만,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는 있다. 그래서 더 빡빡하게 백수 일정을 잡아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겹쳐지는 순간이 인생에서 한 두 번 정도 온다고 한다. 그때를 알아차리는 것이 먼저겠지만, 인지 하는 순간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한다.(누구는 그 순간을 잡기 위해 실력을 쌓으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로사할 판이지만 즐겁게 뛰어다닐 수 있나 보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교집합 속에서 일한다면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오늘도 내일의 계획을 짠다. 목숨 거는 그날을 위해, 진정한 워커홀릭이 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현재 많은 분들이 일을 즐기실 겁니다.

또 즐기시지는 않더라도 잘 적응하시고, 묵묵히 해나가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본인의 흥미와 적성에 상관없이 주위 환경에 의해 첫 직장 혹은 첫 일을 선택하고, 꾸역꾸역 아주 힘들게 버티시는 분들도 꽤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유용한 정보가 있는 사이트를 공유합니다.

(커리어넷, 워크넷 둘다 무료 진로심리검사가 가능하며 기타 좋은 자료 및 정보가 많습니다)


여러분들의 교집합을 찾길 기원합니다.


https://www.career.go.kr/cnet/front/main/main.do

  

https://www.work.go.kr/seekWantedMa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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