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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Apr 13. 2022

[독후감]"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최근에 독서모임에 가입했습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정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토론을 합니다. 평생 그런 모임에 참가했을 리 만무한 저로선 또 다른 도전입니다.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야'

저쪽 편에 둘래 둘래 앉은 사람들일 뿐이었습니다. 아니, 인식조차 하지 않던 집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잠시만요', 비집고 들어가 털썩 양반다리 앉아같이 하고 싶었습니다. 이전 모임 기수의 자료들과 영상들을 보고 가입 조건을 확인하니 '에이, 난 안 되겠다' 치워버릴 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으니 되던 안되던 한번 도전장을 내밀어 보기로 했습니다. 모집요강에 따라 몇 자 적어놓고 참고 자료를 링크 걸어 입사 지원하듯 조심스레 참가신청 버튼을 눌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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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독서그룹 멤버에 선정되셨습니다, 아래 단톡방 링크입니다"

'앗싸!!!'

의심반 기대반 모호한 기다림 때문이었는지 짜릿한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요즘 이런 기대 장치들을 설치해놓고, 작은 성취감들을 많이 채취하고 있습니다. 작은 행복들이 모이면 시련이라는 잡초밭을 비옥하게 만들 수 있더라고요.


하여튼, 서평이 미션이기에 기존 독후감의 형태로는 약간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아직은 제 능력 밖의 일이지만, 서평 형식으로 아래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독후감과 서평을 정확히 어떻게 구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평이 약간 더 전문적이고 객관적이라는 느낌? 평가가 좀 깃든다는 느낌?...


미지의 분야니 그 방법에 대해 살짝 검색을 해봅니다.


"제가 서평을 각 잡고 쓸 때는 책의 내용은 거의 안 들어갑니다. 이 책을 살 수 있게 끔 만드는 서평을 씁니다. 왜냐면 이 책은 너무 좋아요. 저는 솔직히 이런 마음이 큽니다. 저는 서평을 통해서 이 책을 사봤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파는 출판사도 도움되고, 작가도 도움되고. 그런데 무조건 독자가 도움이 됩니다. 저는 속칭 팔리는 서평을 씁니다"

-작가 고영성-


'아하~'


  -- 아래 --


책 제목: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저자: 마샤 리네한.

출간일: 2022년 4월 6일.

펴낸 곳: (주)로크 미디어


서평 제목: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의 책 제목만 빌려옵니다 -


간절히 원했던 독서모임의 첫 책이었기 때문일까?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참, 제목 또한 강렬하게 다가온다. 어떤 종류의 책일지 대충 짐작은 간다. 최근 몇 달 새 심도 있게 많이 접했던 동기부여, 심리에 관한 책이려니 했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소개하는 영상에서도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 박사의 회고록이라고 한다.

어려운 책을 많이 읽는 독서모임이라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좀 쉬워 보였다.  


동기부여,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접했던 것은 우울증, 공황장애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극단적 시도 직전까지 갔던 나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러 경험자들의 증상과 치유기를 찾아다녔고, 그에 응답하듯 바른 길을 제시해 준 분야이기도 하다 또 저자와 마찬가지로 회고록과 비슷한 글을 쓰기도 했다. 이 책과는 비교도 안되게 짧은 글이지만, 같은 증상에 고통받고 있고 해답을 찾기 위해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그들를 위해 쓴 글이라는 점에서는 동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책이 한 장 두장이 넘겨질수록 이질감으로 변모했고,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혔다. 딱 책의 중반까지... 페이지로 접어보자면 220 페이지까지.


경계성 성격 장애를 앓고 있는 저자의 어린 시절을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으로 쭈욱 서술한다. 발병을 유발한 이유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 저자가 개발한 DBT(Dialectical Behavior Therapy, 변증법적 행동치료)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되기 전이라, 오히려 증세를 더 악화시키는 구시대적 치료를 받은 것도 이해가 된다.

 

경계성 성격장애의 특징이라고는 하지만 죽고 싶다는 마음가짐에 위협성 자해만 하고 있는 모습이 이질감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많은 자살시도를 했으면 이미 죽었을 것이다. 오직 내 기준에서 말한다면 진짜 죽고 싶다면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실행할 것인데 말이다.

 

병원에서도 경계대상 1호인 환자가 주치의가 이직한다는 이유로, 상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더 강력한 병원이로 이감된다는 이유로 갑자기 퇴원을 하고 독립하여 생활하며 아르바이트로 생계까지 유지한다. '그럼, 2년간의 병원생활은 투정이었던 거야?'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고향을 떠나 다른 도시 아파트에 이사하며 갑자기 통제가 되고 스스로 나아지고, 같은 증상을 겪는 환자들을 병원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맹세를 하고, 공부를 시작하며 대학교를 다니며 심리학 공부를 한다. 중간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이렇게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거였어?, 이런 개연성 떨어지는 경계성 성격장애를 독자들이 알아야 하는 거야?'

믿는 종교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예배당에서 신과 조우하고 깨달음을 얻는 부분에서 정말이지 책을 덮어버리고 싶은 심경이었다. 여기서의 저자는 어리광스런 투정일 뿐이고, 처절히 노력하지도 않았고 너무나 쉽게 극복해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 상황 속에서 잘 나가기까지 한다. 나의 오만과 편견은 극에 달했다.


'우리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 가려면 얼마나 피땀 흘려 노력하는데... 우연한 다짐과 영적인 만남을 통해서 뚝딱뚝딱 공부해서 대학 가서 연구해서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저명한 학자가 되었다고?, 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책을 읽으라고 한 거야?'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220P. 자기주장 강화 훈련: 도움이 되는 DBT 기술 - 대인관계 효율성.

1. 상황을 기술하라

2. 명확히 표현하라

3. 바라는 바를 주장하라

4. 발언을 보상하라

5. 현재에 머무르라

6. 대담한 태도를 보여라

7.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라

조용히 책의 끝부분을 세모 접기했다. 아니, 두 번 세모 접기를 했다.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좋은 글 귀나 내용이 나오면 접어가며 읽는 버릇이 있다.

역시 그 뒷부분들은 세모 접기로 책이 두꺼워졌다.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왜 심리학자들이 저자 마샤 리네한을 추앙하는지, 책 겉표지에 찬양성 글로 도배했는지를 뼈저리게 대꾸하며 나의 오만과 편견을 바스라뜨렸다.


의문을 품었던 자살과 자살시도 차이점, 저자가 겪었던 병원의 비수인적 환경(말이 어렵다, 환자는 이미 잘못돼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하는 환경 정도로 이해된다)의 오류도 설명해준다. 영적 존재와의 조우는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줬을 뿐이지 주가 되지는 않는다.


그동안 쌓았던 팍한 지식과 이 책을 접목시켜 저자가 고안한 변증법적 행동치료법, DBT(변증법적: 상반되는 요소의 균형과 합)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이론으로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심리가 형성되지만,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처럼 의연해질 수 있으며, DBT를 이용하여 삶의 기술로 활용하거나 치료할 수 있을 거라 추론해본다.


DBT는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치료법이겠지만, 그 당시에는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힌 심리학계에서는 관점을 깨는 접근이었다. 저자는 여성으로서 남녀차별이 팽배한 사회에서 조롱을 이겨내며 굳건히 이루어내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조성했다. 그녀는 충분히 '통제할 수 없는' 투정을 부렸고, '처절하게' 노력했고, '너무나 어렵게' 극복했고, '강단있게' 공부, 연구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이 도움받을 수 있는 결과를 도출했다.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인 것이다.


DBT기술의 큰 맥락인 마음 챙김 기술, 고통감내기술, 정서조절기술, 대인관계 호율성기술을 보자면 심리문제가 없는 일반 독자의 삶에도 유용한 기술이 된다. 또한 심리적 문제는 다 비슷할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모두 극복했다며 '오만'함에 사로 잡혀있던 나에게도 큰 깨달음을 안겨 줬다. 항상 겸손해야하며, 지속적인 번뇌와 성찰로 더욱 단단히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했었다. 회고록을 써준 저자 마샤 리네한 교수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 동네 정신과 의원도 아직 오만과 편견에 사로 잡힌 건 아닌지 의심해본다. 우울증에 대해 띡 알약 몇 개 던져준 게 전부 였으니...


*독서 후 마샤 리네한에 대해 검색했더니 DBT 센터 한국본부가 존재한다.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서평으로 쓴다고 다짐했지만 객관적이 아닌 다분히 감정적인 글이 되었습니다.

새록새록 피어나는 잔상에 흥분을 해버렸나 봅니다.

부족한 실력에 감정 컨트롤도 하지 못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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