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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Apr 16. 2022

[독후감]"고래"


*미래의 저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독후감을 써봤습니다. 버릇없는 말투에 양해 부탁드립니다.




'내용 참... X같다'

(책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X에 어떤 단어가 들어갈지는 상상에 맡긴다. 개망초라는 꽃이 계속 상징적으로 등장하지만 찰흙 같은 책을 막 벽돌처럼 구워낸 지금, X가 '꽃'이 아니란 건 분명하다. 내가 지금 생각하는 X도 이 책에 수시로 등장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저자는 참 비겁하다. 글 뒤편에 서서 누군가한테 들은 이야기라며 넋두리로 쭈욱 '휘갈겨' 쓰고 있다. 막힘없이, 거침없이 써 내려가는데 찝찝하고 불결하다. 하지만 몰래 보는 포르노그래피처럼 조마조마 찌릿찌릿하다. 젠장, 아릿함은 왜 묻어 나오는 거야...


기구한 인생들, 그중 금복이와 춘희가 돋보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을 인식되지 않는 펜의 끄적임으로 여기저기 침 뱉어가며 대충 써 제낀다. 헌데, 기막히게 유기적으로 얼키설키 끼리끼리 타당성있게 뭉쳐진다. 그 껄렁껄렁함이 오묘한 궁금증을 자아내며 빠르게 책장을 넘기게 한다. 그 주위로 흐르는 선율은 아름답지만 보드라운 곡선이 아닌 꺼끌꺼글한 비명으로 유지된다.


농익지 않은 딱지를 뜯어내고, 허연 다홍색 상처를 긁어내니 고통이 쾌락이 된다. 다시 마를 때까지 후후 불어내고, 딱지가 겨우 꾸둑꾸둑 말라가지만, 다시 뜯어내어 후벼 파고 그것을 몇수십 번을 반복한 끝에, 결국에는 딱지마저 앉지 않게 검게 괴사시킨다.

하지만 중독성 강한 그 찌릿한 고통 때문일까? 입은 제발 그만하라고 말하면서도 눈은 다른 상처를 찾아 헤매고 있다. 동조되는 미천한 내가 수치스럽다. 성악설을 증명이라도 시키려는 듯...


이념의 법칙,

사랑의 법칙,

중력의 법칙,

독재의 법칙,

감방의 법칙,

알코올의 법칙,

경영의 법칙,

자연의 법칙,

헌금의 법칙,

구호의 법칙,

유언비어의 법칙,

관청의 법칙,

.

.

.

등등... 각종 법칙들이 난무하지만, 준수와 범법의 경계선을 끊임없이 들락날락 거리며 향락을 즐긴다. 따라갈까 말까 고민하는 나를 멱살 잡아 끌어당기고 등 떠밀어 뜀박질 치게 한다.


향정신성 약물인 줄 알면서도 오남용 했다. 몽롱한 환각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앗차 싶어 거리를 두면 금단 증상으로 코를 킁킁거렸다. 거대한 대왕고래가 고요한 바다를 천천히 헤엄치듯, 아련한 신비로움으로 목을 조여왔다. 숨이 막혀오지만 그 끝이 궁금해져 손에 더욱 힘을 죄봤다. 죽음 직전의 희미해짐...

과연 이 정도까지 극단적으로 인물들을 몰았어야 하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먄 이 이야기가 실제에서 따오지 않았다면, 저자는 분명 극악무도한 사람일 것이다.


참 많은 이야기들을 숨겨 놨다. 이런 비린내 나는 이야기를 어떻게 그런 능청스런 표정으로 펼칠 수 있는지...

또한 인물 묘사도 참 너저분하다. 보통 이런 식이다. "희대의 사기꾼이자 악명 높은 밀수꾼에 부둣가 도시에서 상대가 없는 칼잡이인 동시에 호가 난 난봉꾼이며 모든 부둣가 창녀들의 기둥서방에 염량 빠른 거간꾼인 칼자국은..."


310쪽에 고스란히 메시지를 담아놓은 것 같지만, 만취객처럼 이미 한껏 취한 약에 마냥 풀린 눈으로 피식 다음 쪽으로 넘길 뿐이다. 독후감에 왜 줄거리를 요약해 쓰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요약할 수도 없거니와 궁금하면 직접 찾아봐라. 넌 물고기스런 기억력을 아직도 못 고친 게냐?


언젠가는 책 내용을 까마득히 잊을 것이다. 훗날 이 짧은 독후감을 본다면 먼지 쌓인 이 책에 절대 손을 뻗지 말라.

다시는 읽지 말거라. 또 마약처럼 빠져 들 테니...



미성년자는 보지 마시길 추천드립니다.

제 기준에 19금, 아니 24금 정도 되겠습니다.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평균적으로 25세 때 걸맞은 분별력이 생길 테니까요.


이 기괴스러운 소설에 아직은 취해 있어 저도 모르게 글이 아닌 글씨를 '휘갈겨' 쓰고 있음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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