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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May 15. 2022

[독후감]"분열의 시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소직이 현재 가입된 독서모임의 두 번째 책에 대한 서평을 올립니다.


책 제목: "분열의 시대"

저자: 피터 T. 콜먼.

출간일: 2022년 4월 29일.

펴낸 곳: (주)상상스퀘어


서평 제목: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보라색이 될까?"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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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에서 카운트다운과 함께 출구조사를 발표했다. 이재명 후보보다 근소한 차로 윤석열 후보가 앞선 결과로 나왔지만 민주당을 비춘 화면은 화색이 만연했고, 국민의 힘당은 패색이 짙었다.

사전투표, 재외국민 투표, 확진자 투표를 보정값으로 반영했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는 출구조사 결과를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됐다!'

워낙 치열한 분위기에 긴장을 했던 탓인지, 바짝 마른 입안을 개표방송용 치맥의 이슬 서린 맥주로 달랬다. 역시 초반 개표도 분위기대로 파란색 쪽 그래프가 빨간색을 앞서고 있었다. 술이 들어간다 술술술, 기분 좋은 탓에 연거푸 원샷을 날렸다. 개표방송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취기가 올라왔다.

아이들도 옆에서 개표방송 화면이 재미있다며 까르륵거리니 알싸하게 분위가 무르익었다. 적당히 좀 먹으라는 아내의 잔소리가 있었지만 오늘같이 좋은 날에 마셔야지 언제 마시냐며 주량을 벗어나는 마지막 한병의 뚜껑을 뜨드득 돌려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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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슴치레하게 떠진 눈꺼풀 사이로 거실 미등 빛이 들어오고, 아직 끝나지 않은 개표방송이 웅웅거렸다.

소파를 박차고 일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렴풋이 아내가 흔들어 깨우며 방에 들어가자고 한 것 같기도 하다. 숙취와 갈증에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당연하듯 들여다본 아직 꺼지지 않은 텔레비전 화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근소한 차로 빨간색이 앞서고 있었다. 숙취에 잘못 봤나 눈을 몇 번이나 비볐다. 어이없던 시간은 새벽 4시쯤 돼서야 윤석열 후보 당선확실이라는 큼지막한 표식으로 현실로 일깨워 줬고, 나는 소파에 고개 숙이고 앉아 머리털을 다 뽑아 낼 듯 쥐어짜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시계는 이제 거꾸로 간다...'

그 뒤로 충격에서 헤어 나오는데 며칠이 걸렸다.


48.6% VS 47.8% 대한민국이 완전히 반으로 갈라졌다. 언론은 더욱 자극적인 기사들로 빨강과 파랑들을 흥분시켰고, 빨강은 빨강대로의 승전보와 정의 실현에, 파랑은 파랑대로의 좌절감과 허망함에 극과 극의 대치는 점점 더 심해지는 듯 보였다. 흑과 백의 논리, 양극화, 우리와 그들... 분열은 각자의 색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이제 나에겐 뉴스를 보는 것조차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리고 외면하게 됐다. 이전 내가 쓴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누가 당선됐건 잘 이끌어가 줬으면 하는 바램이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었다.

https://brunch.co.kr/@77578c98c1f34a8/22


그렇게 한참을 잊고 지내고 있는데 독서모임을 통해 이 책, "분열의 시대"를 읽게 됐다. 독서모임 단체 톡방에서 책이 많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독서 전문가들이 모이는 이 모임에서도 어렵다고 할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어렵길레 저렇게 말이 나올까 지레 겁먹고 우선순위 일부터 하느라 책읽기를 뒤로  미뤘다. 미리 사놓은 책에는 환기를 통해 들어오는 꽃가루가 살포시 쌓였다.


서평 마감일을 앞두고 부랴부랴 읽기 시작하는데 역시 단어들이 너무 어렵다. 문장들도 한글로 쓰여있는데 단어들이 어려우니 영어 해석하 듯 읽힌다. 디테일의 이해를 포기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로 마음먹고 읽으니 그나마 조금씩 읽힌다. 떠듬떠듬 읽기 시작하는데 굉장한 흥미가 유발되기 시작한다. 저자가 각종 예를 드는 미국의 분열, 양극화가 딱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과 유사하다. 개표방송 후 고민하고 걱정했던 분열과 일맥상통하기도 하다.


어트랙터라는 개념이 많이 등장한다.

"어트랙터는 간단히 말하면 오랫동안 변화를 거부하는 어떤 것(예를 들어 태도, 부부관계, 투표 행태, 집단 간 긴장)을 관찰할 때 나타나는 패턴이다"(38p)


책은 우선 이 어트랙터들이 어떻게, 왜 발생되는지,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논한다. 그리고 어트랙터의 골을 깊지 않고, 넓게 퍼지지 않게 최대한 평평하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주 상세히 논한다.


정말 간단히 요약하자면 현대사회에 많은 인간관계는 분열과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매우 복잡한 배경과 이해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에 완벽히 서로를 만족시키는 해결책은 없으며, 상대방을 변화시키려 하기보다는 그들을 인정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하며, 우리 쪽의 주장도 굽어 살펴보고 수정할 건 수정하고, 강화시킬 것은 강화시키며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이해된다.


책을 덮으며 대한민국의 시계는 이제 거꾸로 간다고 했던 혼잣말을 취소한다. 서로서로를 인정하고 서로의 주장을 펼치되, 극한 상황의 대치가 아닌 서로 존중해주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서평을 마무리한다. 아, 하나 더 추가하자면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꼭 한번은 읽어 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빨강과 파랑을 섞어서 꼭 보라색으로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파랑은 파랑이고 빨강은 빨강인 체로 그림을 충분히 빛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PS. 아내와 아이들 각자의 색을 가족이라는 색으로 버무리려 했는데 이 또한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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