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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May 29. 2022

[독후감]"하트 오브 비즈니스"

*소직이 현재 가입된 독서모임의 세 번째 책에 대한 서평을 올립니다.


책 제목: "하트 오브 비즈니스"

저자: 위베르 졸리.

출간일: 2022년 4월 27일.

펴낸 곳: (주)상상스퀘어


서평 제목: "여러분, 혹시 좋좋소에 다니고 계세요?"


서평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말씀드립니다. 제가 다니던 전 직장을 비방하거나 폄하할 목적이 전혀 없으며,

아직도 저의 전 직장이 제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저를 엄청나게 성장시켰으며, 삶에 있어서 많은 목표를 이루게 해 줬음을 미리 고합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 회사를 그만두려 결정하기 전, 막 회사에 대한 적대감이 극에 달해 있을 때, 물론 그 적대감이 사직 결정에 10~20% 정도의 영향밖에 끼치진 못했지만, 저의 심금을 울린 웹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유튜버 '이 과장'이 연재한 "좋좋소"(연출: 빠니보틀) 입니다.

대기업을 다니시는 분들이 드라마 "미생"에 열광했다면, 중소기업을 다니시는 분들은, 아니 소기업을 다니시는 분들은 이 웹드라마 "좋좋소"에 소심히 공감하셨을 겁니다. 또 조용히 소파에 누워 핸드폰으로 막 업로드된 회차를 보며 러닝타임의 짧음에 아쉬워하고 다음회차를 기다리셨을 겁니다. 극도로 과장된 작은 회사의 가상현실적 편집에 그래도 이 정도까지 아니지만 우리 회사도 좋좋소라며 자위적으로 끼워 맞추셨을 겁니다. 익명이 보장된 영상 아래 댓글 창에 끄적끄적 극공감하는 한마디라도 적으셨을 거라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좋좋소의 무대인 정승 네트워크의 신입사원 환영회 겸 회식이 있던 날, 무한리필 삼겹살 집에서 막 회식이 마무리될 때, 사장 정필돈은 계산하라며 당당히 카드를 내밉니다. 그리고 고기만 사준다 했다며 술값은 각자 계산하자고 합니다. 과장이 극대화되는 부분이지만 저는 굉장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회식이 종료되고 모두가 흩어지며 신입사원 조충범과 영혼 없이 회사를 다니는 이미나 대리는 어둑한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이미나 대리가 야리꼬리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요. 술에 얼큰하게 취한 신입사원 조충범은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귓속말로 전해준 이미나 대리의 속삭임은 "빨리, 그만둬"라는, 지금이라도 정승 네트워크에서 도망치라는 희대의 조언이었지요. 명언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당시에는...

그 장면을 보면서 막 우리 팀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떠올랐습니다. 똘망한 눈빛으로 제가 알려주는 업무에 대해 수첩에 열심히 적고 있던 그녀를 생각하니, 조언을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저의 전 직장도 좋좋소였기 때문이었을까요?

출처: 유튜브 채널, "이과장" https://www.youtube.com/watch?v=kEH-ABsHbFI&t=1621s

 

"하트 오브 비즈니스"를 읽으며 내내 2021년 12월 31일부로 그만둔 전 직장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그랬습니다. 무너져가는 회사 베스트바이에 CEO로 취임한 저자, 그리고 작년에는 부정적 관점이 지배적이었던 제 눈에 비친 무너져가고 있던 우리 회사에 대한 기억의 저편...

일에 전념하지 못하는 것은 세계적 유행이며 노동자의 10명 중 8명이 일에 전념하지 못하며 회사업무에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오, 그래도 비단 우리 회사의 문제만은 아녔구나'하고 안심하며 전 직장에 대한 걱정을 덜어 냅니다. 인사팀에서 현장직을 관리하는 게 제 업무였고, 현장 책임자들이 요즘 것들은 영혼 없이 일한다며 이렇게 가다간 회사 망한다며 볼멘소리를 많이 듣던 터였거든요.


책에서는 요즘 시대에 필요한 회사 경영의 혁신에 대해 베스트바이의 성공사례를 들어가며 디테일하게 안내합니다. 혁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이미 그전부터 시행하고 있고, 일부 공식처럼 되어 있거든요. 또한 중소기업에도 정보가 전달되며 각종 매체에서도 많이 떠들고 있던 터라 작은 기업에 다니고 있던 저로서도 어렴풋이 듣던 이야기였습니다. 단지 이 책을 통해 상세하게 목록화하고 정의된다는 느낌입니다. 당연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책에서 이야기하는 ESG경영은 이미 대기업들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글로벌 거래를 할 수 없는 정도로 강제화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당연한 내용들을 읽지만, 책장을 쉽게 쉽게 넘기지 못하고 정독했던 이유는 웹드라마 좋좋소와 마찬가지로 심금을 울리는 공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 나는 왜 회사를 다니며 전념하지 않았을까?', '아, 나는 왜 책에서 말하는 회사의 숭고한 목적을 의식하지 않고 그저 일처리에만 급급했을까?', '아, 나는 왜 현장의 목소리를 임원진에게 왜 좀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았을까?', '아, 나는 왜 경영검토회의 때 그저 수치 발표뿐인 KPI 지수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좀 더 현실에 맞게 단순화하자 건의하지 못했을까?', '아, 나는 왜 회사 동료들이 단지 일에 관계된 사람들뿐이라고 생각했을까?, 좀 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자조적 공감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책을 놓지 못했던 진짜 이유는... "왜, 우리 사장님은 이 책의 내용처럼 경영하시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좀 더 좋았을 것인데, 그랬다면 내가 좀 더 회사에 전념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우리는 가족이다 맨날 말뿐이라고 체념하지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좋좋소를 보고도 공감하지 않았을 건데..."였습니다.

(그래도 사장님의 경영과 일맥상통하는 면은 몇 개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은 중시하셨기 때문에 직원들의 경조사는 진심으로 챙기셨죠)


이 책, "하트 오브 비즈니스"는 회사생활을 잘하기 위한 백서가 아닙니다. 리더로서 회사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 아니, 회사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일에 대한 리더십의 강령들을 논합니다. 당연한 이야기들이지만 총망라해서 이해되기 쉽게 정리한 리더들을 위한 교본입니다. 혹시나, 제가 장사를 하더라도 이 책은 꼭 다시 읽어보고 장사를 시작하겠습니다. 혼자 음식장사를 시작하더라도 그래도 직원 1명 정도는 있는 음식점을 목표로는 잡아야 하니까요.


좋좋소 시즌 1 마지막 회 정도에서 정승 네트워크 실무의 중추인 이과장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장 정필돈과 단둘이 술을 한잔 합니다. 그리고 이과장이 사장 정필돈에게 조심스레 털어놓습니다. 아직까지 회사에 남아있던 이유는 회사에 대한 의리였다고요. 하지만 사장 정필돈은 의리가 무슨 밥 먹여주냐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지요. 이과장은 사장 정필돈의 그 반문에 더욱 실망하며 이딴 회사 그만두길 잘했다고 안심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출처: 유튜브 채널, "이과장" https://www.youtube.com/watch?v=kEH-ABsHbFI&t=1621s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 혹시 지금 좋좋소에 다니고 계세요?

의리로 다니시고 계시다면 품에 있는 사직서를 사장님께 내미시기 보다는, 이 책 "하트 오브 비즈니스"를 슬쩍 사장님 책상에 몰래 놔두시고 나오시는 건 어떨까요? '회사 망하기 전에 꼭 한번 읽어보세요'라는 메모와 함께요(글씨체는 알아보지 못하게...).


PS. "야! 이 책 누가 내 책상 위에 올려 논거야?!!!"라고 불호령이 떨어지면 양심에 찔리더라도 절대 모른 척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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