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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Aug 30. 2022

[독후감]"호밀밭의 파수꾼"

실종신고

저자 : J. D. 샐린저

옮김 : 공경희

발행: 민음사

발행 연도: 2015


수고하십니다.

다름이 아니라 실종신고를 하려고 좀 찾아왔습니다. 제 아이가 행방불명이 됐거든요.

"실종 신고는 저쪽 5번 창구에서 해주세요"

아, 죄송합니다.


저기, 안녕하세요, 제 아이가 행방불명이 돼서 찾아왔습니다. 여기가 실종신고를 하는 창구가 맞지요? 5번?

"네, 맞습니다. 제부터 연락이 되지 않은 거죠?"

아네, 수고하십니다... 며칠 됐어요. 아, 좀  정확히 말하자면 3일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일요일 저녁부터 행적을 감춘 것 같아요. 잠시 제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이 어리석은 녀석의 이름은 '홀든 콜필드' 에요. 다니는 학교는 펜실베니아 주에 있는 펜시 고등학교입니다. 3일 전에 낙제점을 받고 퇴학 처리가 되었다는데 그때부터 이렇게 행방이 묘연해졌습니다. 걔 친구들 말로는 그날 저녁 기숙사에서 나갔을 거라고 합니다. 그 이후로 기숙사에서 보이지 않았고 짐을 싼 흔적이 보였기 때문거든요.


특히 기숙사 옆방 친구 '애클리'가 말하길, 애클리 그 녀석은 고약한 입냄새를 풍기면서 말하더라요, 하여튼, 제 아들 녀석이 자고 있는 자신을 깨워 무슨 헛소리를 했다는데, 제 아들아들 녀석 룸메이 '스트라드레이터'가 심하게 다툰 후에 그랬던 거라고 하네요.

그리고 '스트라드레이터'와도 전화통화를 해봤는데, 이 녀석은 또 매우 거만하게 이야기하더라고요, 하여튼, 그날 '제인'이라는 제 아들 녀석이 알고 있는 여자애와 데이트를 하고 기숙사에 돌아왔는데, 제 아들 녀석이 제인과의 데이트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으며 자꾸 시비를 걸길래 이가 르트신나게 한방 갈겨줬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방에 쓰러져 있는 제 아들 녀석을 그대로 놔두고 나왔다고 합니다.


아, 스트라드레이터, 요 녀석이 거만하기는 하지만 제 아들을 어디 안 보이는 곳으로 데려가 살인을 저지를 그런 괴망측한 배짱이 있는 녀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의심하지는 마시고요. 하지만 본인 말로는 인이 시비의 도화선이 된 것 같다고 하는데  제 아들 녀석이 그 여자아이를 속으로 혼자 좋아했던 건지는 물어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자아이 때문에 가출을 한 걸까요?... 


, 그리고 '프레드릭 우드러프'라는 아이도 약간의 정보를 줬는데, 그날 우리 아들 녀석이 잠을 자고 있는 자신을 갑자기 깨우더니 비싼 타자기를 헐값에 판다고 강매를 하더랍니다. 잠결에 짜증이 나서 90달러 정도 되는 타자기를 20달러에 줬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어디로 이동하기 위해 돈을 모은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아들 녀석은 좀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습니다. 제 슬하에 자식이 넷이 있는데 셋째 아들 녀석이 백혈병으로 죽었습니다. 지금 행방불명된 둘째 아들인 그 녀석과는 두 살 차이였는데 둘 사이는 끈끈이 처럼 막역한 사이였죠. 셋째 녀석 이름은 '앨런 콜필드'인데, 앨런 병원에서 숨을 거두던 날 둘째 녀석 홀든  충격으로, 왠지는 모르지만, 차고에 주차되어 있던 차의 유리창을 전부 주먹으로 깨버렸습니다. 그가 열세 살의 어린 나이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리고 런의 장례와 그 사건을 겨우 정리하고 나서 얼마 후에 홀든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아니, 학교 전체의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죠. 바로 친구의 자살을 앞에서 목격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학교에 근무 중인 엔톨리니 선생이 미 목숨을 거둔 그 친구의 시신재빨리 보듬고 양호실로 옮겼지만, 홀든은 아마 그때 친구의 끔찍한 시체의 피범벅과 동생의 죽음이 맞물 감정의 격발 장치가 당겨졌던 것 같습니다.  "탕"하고 발한 그 감정의 조각들이 얇은 유리창 파편처럼 산산조각되어 둡고 습하고 깊숙한 터널에 여기저기 흩어졌던 것지요. 우울증에 시작이었습니다.


홀든은 그다음부터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고, 친구들과, 아니, 좀 더 넓은 범위로 말하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성적은 학점을 이수하지 못해서 낙제 투성이었고, 학교에서 쫓겨나기를 반복했습니다. 인정머리 없는 그 펜시고등학교의 퇴학까지 포함하면 네 번째 퇴학이 되는 군요. 내가 그 학교 교장에게 모이 줍듯 조아리며 어떻게 입학시켰는데 그렇게 쉽게 퇴학을...


하여튼 보통 대통령이라던 지, 경찰관이라던 지, 과학자라던 지, 물론 머리에 피가 일찍 말라서 성숙한 아이들은 현실이라는 벽 앞에 그 알량한 꿈들을 접고 타협하기도 하지만, 제 아들 녀석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읊조리는 평범한 청소년들의 꿈같은 것도 없는 아이입니다.  홀든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기 바 아이였어요. 


아, 넓은 호밀밭에 어린아이들을 신나게 뛰어놀게 해 놓고 신은 호밀밭 뒤에 있는 낭떠러지에 서서 아이들이 그쪽으로 떨어지지 않게 지켜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나... 것이 제 아들 녀석의 장래희망이라고 하면 할 수 있지만, 듣고 보니 황당하시죠? 네, 저도 그랬습니다.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는 녀석입니다. 이렇게 각박하고, 위선적이고, 위험한 세상에서 저런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부모 된 입장에서 늘 노심초사입니다.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 그 먼 펜시 고등학교까지 이런 덜떨어진 녀석을 보내 놓고 제가 얼마나 마음고생했을지 가늠하시겠지요?


3일째 연락이 되지 않는데 너무 걱정이 됩니다. 혹시 나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석의 고귀한 의 끈을 놓는 건 아니겠죠? 그 아이는 열세 살 때부터 지금 열여섯까지 몸은 성장했지만, 정신은 시간을 거슬러 퇴행했습니다. 한마디로 미성숙합니다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호밀밭의 파수꾼 본문 중-


"잠시만요, 지금 댁에 아들을 찾았다고 뉴욕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혹시 딸이 있으신가요?"

네! 넷째 아이가 있어요! 이름 피비! 조세핀! 콜필드!입니다! 어디 있데요? 왜 딸이 있냐고 물으시지요? 걘 지금 학교에 있을 텐데요!!


"진정하세요, 뉴욕에서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아마 댁의 아드님 홀든 콜필드를 찾은 것 같아 보이는데요,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빨간색 사냥 모자를 쓰고 벤치에 앉아서 막내딸, 피비라고 하셨지요?, 피비가 타고 있는 회전목마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고 하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뉴욕이라면 저희 집 쪽입니다. 어나 보겠습니다. 저는 아들 녀석과 만나서, 왜 기숙사를 빠져나와서 방황했는지, 어디를 싸돌아 다녔는지 알아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하소연을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리고 들 녀석을 데리고 정신 전문집중적으로 상담해 보고 치료가 필요하면 좀 받아 봐야겠어요. 그 우울증,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치유될 줄 알았는데... 우선은 아이에게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이에요.


그래도 다행히 금 같이 있다는 막내딸 '피비'는 천진난만하고 참새처럼 저귀  재잘거는 스타일입니다. 세상 귀엽고 깜찍한 녀석이죠.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홀든 피비를 무척 아낍니다. 또 피비도 홀든을 잘 따르고요. 아마 피비에게 홀든이 방학을 해서 집 온다고 귀띔이라도 하면 침가 부서져라 방방 뜨며 좋아할 겁니다. 그 요망한 꼬마 아가씨가끔 우수에 찬 눈빛을 한 오빠 촐망촐망한 으로 바라보며 세상은 아름답다고 가르치기도 하죠. 


아, 얼른 뉴욕으로 가봐야 하는데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습니다. 아들을 찾았다는 말에 기뻐서 정신줄을 놓았던 것 같네요.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가세요. 그쪽 조사관이 아드님과 진술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하니, 도착하실 때쯤이면 다 작성되어 있을 겁니다.  진술서를 먼저 읽어보시고, 아드님을 만나보시 추천드립니다,


진술서의 제목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 합니다."





신경쇠약스런 독백 가루들을 여기저기 뿌려놓은 듯한 중독성 강한 소설이 마음에 든다.


그런 독백들을 예를 들자면,

"다시 한번 속에서 울컥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작문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마침표가 어쩌니 하는 이야기를 들면 화가 나기 마련이다"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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