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시작하고 글을 쓰는 일은 '하고 싶다'라는 마음과 '해야 한다'라는 마음이 엎치락뒤치락 씨름하는 일의 연장선이었다. 생각과 자료를 골똘히 정리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발행' 버튼을 누른다. 방에서 나와 커피 메이커로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게 커피 한 잔 내린 뒤 한 모금을 마시며 되찾은 여유를 느끼는 건 즐거운 일이다. 조금 덧붙이면 그 여유 속에서 항상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익숙해져 잊히기 쉬운 것들-창밖에 날씨, 나무에 걸려있는 늦잠을 잔 가을의 흔적, 창문을 열고 들이마신 공기의 청량함-을 온전히 느끼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한 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뉴스를 읽고, 새로운 글감을 찾고 다듬다 보면 발행했던 글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서 마음이 자꾸 간지럽다. 이내 간지럼을 참지 못하고 블로그 페이지에 접속한다. 실시간으로 느껴지는 반응을 보며 '참 세상 좋아졌다. 인터넷이 발명되기 전에는 편지가 유일한 수단이었겠지(글쓴이에게 전화를 걸어 댓글을 말로 전해주는 건 이상하니까….)?'라는 일종의 격세지감, 아날로그에 대한 그리움, 차오른 적지 않은 나이를 느끼며 흐르는 시간에 대한 야속함을 살짝 내비친다.
'내 소식'창에는 좋아요, 댓글, 그리고 종종 새로운 이웃이 먼저 내민 쑥스러운 손도 보인다. 내민 손을 부끄럽지 않게 서둘러 잡아주고, 댓글을 읽다 보면 글쓴이의 진심과 정성이 담긴 글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 댓글을 만나면 마치 반사작용, 어쩌면 머릿속에 심어진 프로그램이 작동되듯이 댓글쓴이의 블로그를 들어가본다. 글쓴이의 창작물을 밥알 하나하나에 담긴 맛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입안에서 오물거리듯 천천히 읽어본다. 이 순간만큼은 글쓴이와 내가 글을 통해 정신적으로 연결되는 오묘하고, 신비스러우며, 가슴 뛰는 일을 온전히 즐긴다.
그중에는 나와 생각의 결이 맞는 사람도 있고, 안 맞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인터넷에서 생각의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게 상당히 드문 일임을 잘 안다. 그래서 결이 맞는 사람들은 특별히 애착이 더 생긴다(이것이 한 이웃이 말해준 '착한 이기주의'인가?). 최근에 작가가 되고픈 꿈을 꾸고 있는 이웃이 쓴 시를 우연히 읽게 되어, 그/그녀의 작품을 하나하나 읽어보며 행복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블로그 시작하며 처음 작성한 글을 시작으로 차차 다음 글로 넘어갈 때마다 눈에 띄는 성장과 자기 성찰의 결과를 보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기쁨을 온전히 잘 다듬고 행복으로 포장해서 솔직한 감상의 흔적을 남겨두었더니, 나를 '백아절현이라는 고사에 등장하는 종자기'에 비유하며 고마움으로 포장된 선물을 받는 행운은 살면서 쉽게 오지 않는 값진 경험이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꿈꾸며 산다(아니, 어쩌면 살아내는 것일지도?). 우주 정복, 대통령이 되는 것, 가정이 행복해지는 것, 병이 빨리 낫기를 바라는 것 등등 수많은 다양한 꿈들이 구름처럼 떠 있고 꿈을 이루려는 자들의 노력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 어쩌면 외로울 수 있을 꿈을 향한 여정 속에서 자신의 꿈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응원을 건네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