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의 4단계를 이해하면 포기가 어려워진다
주짓수뿐 아니라 모든 운동은 4단계의 학습과정을 거친다.
1. 무의식적 무능력
2. 의식적 무능력
3. 의식적 능력
4. 무의식적 능력
첫 번째 무의식적 무능력은 한 번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백지상태라고 보면 된다. 머릿속에서 그것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그려지지 않고 몸으로도 전혀 알지 못하는 단계다. 주짓수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일상에서는 전혀 해볼 일이 없는 다양한 동작에 당황한다. 새우 빼기라고 부르는 동작부터 바닥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는 다양한 동작들은 살면서 한 번도 접해보거나 시도해 본 적이 없는 동작들이다. 그렇다 보니 머릿속에선 이걸 몸에게 어떻게 명령을 내려야 할지 혼란스럽다. 이 단계는 모든 시작하는 초급자가 겪는 입문 단계이다. 머릿속에선 어렵지만 새롭고 예측하기 어려운 경험에 도파민이 터지며 굉장히 흥미로운 단계이다.
두 번째는 의식적 무능력 단계이다. 기술을 계속 배우다 보면 조금씩 익숙해지고 머리로도 이해하기 시작한다. 기술 설명을 보고 들으면 머릿속에서 얼추 그려진다. 의식적으로 기술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단계다. 그러나 아직 머리로 이해한 것을 몸으로 표현하기엔 훈련이 부족한 단계이다. 흔히 브레인 메모리에는 저장이 되었지만 머슬 메모리에는 저장이 안 된 상태이다. 이 단계가 길어질수록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한 대로 몸으로 표현이 안되니 답답하다. 특히 주짓수 스파링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 좌절감을 가장 많이 느낀다. 분명 기술 연습 시간에는 되었던 기술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고 생각이 나더라도 성공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세 번째는 의식적 능력 단계이다. 이 단계부터는 머리로 생각한 기술을 몸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빠르게 진행되는 스파링 상황에서도 머릿속에선 그립을 어떻게 잡고 동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떠오르며 몸이 그 명령을 잘 따라준다. 이 단계에 와야지만 비로소 기술의 성공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대부분 이 단계까지 오지 못하고 좌절하고 포기한다. 그리곤 본인의 운동신경이나 재능을 탓한다. 아무리 운동 신경이 뛰어난 사람도 세 번째 단계에 오지 못하면 기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네 번째는 무의식적 능력 단계이다. 이 단계는 소위 달인의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머리로 하나하나 생각하지 않아도 정확한 타이밍을 몸에서 먼저 느끼고 기술이 자동으로 나오는 단계이다. 모든 일류 선수들은 이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야구 선수들은 날아오는 공을 위치와 각도 등을 머리로 일일이 생각하며 배트를 휘두르지 않는다. 어느 정도 예측은 하겠지만 160km 가까운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순간마다 계산하여 칠 수 없다. 복싱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날아오는 주먹을 매번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피하지 않는다. 수백만 번씩 반복하여 쌓인 머슬 메모리가 그걸 가능하게 해 준다. 무의식적 능력 단계에 오르지 못하면 일류 레벨에선 경쟁할 수 없다.
위에서 학습의 4단계를 살펴보았다. 네 번째 무의식적 능력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최종 목표이지만 정말 피나는 노력을 매일 같이 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다. 일반 취미로 운동을 하는 사람은 세 번째 단계인 의식적 능력 단계까지만 달성해도 해당 운동을 즐기는 수준까지는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주짓수를 포기하는 이유가 발생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취미로 친구와 배드민턴을 친다고 하면 라켓을 휘두르는 동작 하나만 의식적 능력 단계로 만들면 충분히 재밌게 셔틀콕이 오고 가며 배드민턴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주짓수는 새우 빼기 한 동작을 의식적 능력 단계로 만든다고 해서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스파링에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선 꽤 많은 동작과 기술을 의식적 능력 단계로 올려야 한다. 이 부분에서 많은 초급자들이 "스파링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좌절 섞인 울분을 내뱉는다. 그럴 때 내가 주는 조언은 '하나'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 '하나'는 앞서 얘기한 새우 빼기 하나가 아니다. '한 포지션에서 하나의 동작'이다. 처음 스파링을 시작하는 초급자들은 본인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팔꿈치가(겨드랑이가) 열려 있다. 마운트(한 포지션)에서 팔꿈치를 열어주지 않고 지키는(하나의 동작) 연습을 목표로 연습해 보자. 이러한 훈련이 조금씩 확장되어 '한 포지션에서 하나의 기술'로 발전시키면 된다. 이때 기술은 꼭 공격일 필요는 없다. 특히 초급 단계에서는 벨트가 높은 상급자에게 공격 기술(가드패스 포함)을 성공시키기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때 목표를 공격 기술로 설정하면 의식적 능력 단계까지 끌어올려 기술을 성공시키는 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에 중간에 좌절하고 포기하기 쉽다. 차라리 어차피 가드패스 당하고 깔릴 것을 알기에 한 포지션에서 하나의 디펜스, 한 포지션에서 하나의 탈출을 목표로 연습하는 것이 5분이라는 스파링 시간에 훨씬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시도는 많은 경험치를 높여주고 의식적 능력 단계까지 보다 빠르게 도달하게 될 것이다.
만약 내가 사용하고 싶은 기술이 스파링 시 머릿속으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앞서 얘기한 학습의 4단계 중 어느 단계일까?? 맞다 첫 번째 단계이다. 무의식적 무능력 단계이다. 이 단계이니 당연히 스파링 시 기술이 생각이 안나는 것이다. 그럼 정답은 간단하다. 머리로 떠오르지도 않는 기술을 연습할 순 없다. 질문하고 기술을 다시 배우고 두 번째 단계인 의식적 무능력 단계까지 일단 만들어야 한다. 그 후 '드릴'(반복훈련)을 통해 세 번째 단계인 의식적 능력 단계까지 끌어올리자. 그럼 더 이상 스파링에서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질문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