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m란 물리적 거리는 나를 단련시키기에 충분한 거리이다. 나의 첫 등굣길은 하얀 손수건과 옷핀으로 쿡 찔러놓은 이름표는 여간 내 발걸음에 힘을 실어준다. 처음 완주한 그 길은 멀지 않다. 엄마와 함께 가는 길, 막연한 설렘으로 걸어가던 그 길, 시골길 5km.
서울 삼촌이 사다 주신 공책과 연필은 나의 첫 학용품, 내 이름이 성운이 아니란 걸 깨달은 것은 입학을 앞둔 한 두 달 전이다. 공책에 반복해서 쓴 내 이름들은 나의 초등학교 선행학습이다. 새롭게 알게 된 내 이름은 내가 그렇게도 많이 불려지던 이름을 배신하게 만든다. 내 이름이 성운이었다는 것조차 잊어가고 있다. 선행학습의 효과가 크다.
하지만 교실에서 가장 어색했던 것은 새로운 내 이름이다. 선생님의 호명에 누가 빨리 대답하지 않고 꾸물대는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쓰는 연습만 했지 듣는 연습이 없었던 나의 선행학습.
나의 어색함을 가슴에 고이 간직하고 갔던 그 첫 초등학교 등굣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