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죽음 (6)

by 은빛바다

당신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병원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제 기다리는 것뿐이다.


아무도 없는 집은 삭막하다. 당신은 소파에 앉는다. 3형제 카톡을 열고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올린다.


- 아버지 입원. 췌장염. 중환자실. 나는 집에서 대기 중.


큰형에게 전화가 온다. 일찍 들어온다고 한다.


작은형에게 전화가 온다. 어떤 이유인지 묻더니 퇴근하면서 저녁에 집으로 들린다고 한다.


당신은 두 끼를 굶었다.


배가 고프지 않다. 다만 기운이 없다. 뭔가 먹어야 나중에 어떤 일이든 대처할 수 있지만 주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늦은 저녁에 3형제가 모인다.


작은형은 얼굴이 붉다. 술에 취한 상태다. 그는 업계 1위인 식품회사 부장이다. 거래처와 계약 중에 당신의 카톡을 받았고 곧장 대리운전으로 왔다.


그의 집은 천안이다. 2시간은 운전해야 한다. 이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조카들도 그곳에서 직장에 다닌다.


당신은 병원에서 일어난 경위를 설명한다. 뾰족한 방법은 없다. 기다리는 것뿐,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형들은 당장 면회를 가고 싶어 하지만 중환자실은 그게 안 된다. 일단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작은형은 다시 대리운전을 부른다.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을 줘. 곧장 달려올 테니까.”


신신당부하면서 떠난다.


큰형은 자기 방에서 통화를 한다.


“주아야, 어제 할아버지 편찮으셨다고 했잖아. 상태가 안 좋아. 오늘 중환자실로 들어갔대. 그러니까 주아도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어. 건강해야지.”


***


다음 날 아버지에게 투석을 해야 한다고 연락이 온다.


“췌장이 작동을 안 하면 다른 장기가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가장 약한 신장이 먼저 영향을 받습니다. 우선 피를 돌려야 해요.”


중환자실 의사가 묻는다.


“동의하시나요?”


당신은 초조하게 허락한다.


“뭐든지 다 해주세요. 저희 아버지 상태는 어때요?”


“경과는 지나 봐야 할 것 같아요.”


의사는 애매하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는다. 잠시 후 다시 연락이 온다.


“환자의 맥박이 떨어지고 있어요. 호흡기를 달아야 합니다. 동의하시나요?”


폐도 망가지는 중이라는 소리다.


“네, 혹시 아버지 의식은 있으세요?”


“지금은 마취 상태라 없으세요. 정신을 차리면 연락을 드릴게요.”


중환자실로 들어가면서 영호를 찾던 그게 마지막 대화가 될지도 모른다.


계속 의사에게 연락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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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하시나요? 동의하시나요? 동의하시나요?”


정신이 없다. 박물관에서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다. 도대체 아버지의 몸은 어떻게 되는 걸까.


설마? 몸 속의 어딘가에서 또아리를 틀던 두려움이 전신으로 퍼진다.


당신은 알고 지내던 법무사 간호사 간병인까지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기가 바쁘다.


저녁에 중환자실에서 연락이 온다.


“내일 오전 10시에 가족이랑 면회하러 오세요.”


***


다음 날 중환자실 앞에서 3형제가 모인다. 다들 입을 열지 않는다.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누가 설명할 수도 없다.


제시간에 도착했는데 한참 기다린다. 호출이 없다.


중환자실 인터폰을 누르고 물어도 기다리라는 간호사의 목소리만 들린다. 면회 때문에 오라고 하고는 이게 무슨 경우인가 싶다.


결국 작은형이 중환자실로 들어가는 간호사를 붙잡는다.


“저희 아버지 면회 오라고 해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 될까요?”


간호사가 당황하면서 손바닥으로 입술을 가린다.


“중환자실의 면회는 임종 면회밖에 없어요.”


그제야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단숨에 파악한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눈을 마주치지만 아무 입을 열지 않는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아버지는 3일 만에 이 세상을 떠난다.


유언 한마디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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