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의 결혼식 (1)

by 은빛바다

학창 시절, 큰형의 꿈은 파일럿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운전하기 위해 항공대 입학을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 조립형 장난감 비행기를 산다.


수십 개나 모빌처럼 천장에 달아 과시한다.


아버지 사업에 여유가 있던 시절, 큰형이 원하는 건 전부 해준다.


기타, 카세트, 전자시계, 메이커 의류, 장난감 등. 동생들은 손도 못 댄다.


장남이니까. 첫아들이니 각별하니까.


전문대학을 졸업한 큰형은 취업이 되지 않는다. 하긴 입사지원서를 내고 친구랑 3박 4일로 놀러 다녔으니 될 리가 없다.


큰형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서류 전형에 통과한 회사에서 실기 테스트를 준비하라고 연락이 온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다. 어디에서 놀고 있는지 연락할 방법이 없다.


실기 테스트 전날, 여행에서 돌아온 큰형은 어떤 분야의 실기인지 몰라서 큰 가방에 디자인 도구를 꽉꽉 채운다.


“네가 제대로 전화를 받았어야지.”


오히려 당신을 타박한다.


짐과 텐트는 고스란히 마루에 둔 채 실기 테스트를 받으러 나간다. 당연히 결과가 좋을 수 없다.


당신은 옷과 학용품 등 모든 것을 형들에게 물려받는다.


새 학기가 되면 교과서를 사지 않는다. 형들이 물려준 헌책을 그대로 쓴다. 빈 공간마다 메모와 낙서가 빽빽하게 적혀 있다.


어떤 책은 표지갈이를 해서 외형이 다르다. 수업 시간마다 아이들의 관심 대상이 된다.


어린 시절 새옷을 사 입은 기억이 없다. 아이는 금방 자라니까 그랬을 거라고 어머니의 입장은 이해한다.


고등학교마다 교련복이 다르다. 큰형이 입던 교련복을 물려받았기에 전교생 중 당신만 색깔이 다르다.


주위에서 당신을 가리키며 ‘이상하다…….’는 중얼거림에 익숙해진다. 형들이 버리는 물건을 묵묵하게 받아서 쓴다. 당신은 막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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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큰형은 이모부의 집에 얹혀살면서 사진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4년 후 부모님의 도움으로 사진관을 개업한다.


상호는 벙글벙글 사진관. 이모부가 쓰던 상호를 그대로 물려받는다. 상가 친목회에서 큰형의 별명을 벙글이로 부른다.


가족이 사진관 건물 2층으로 이사한다.


작은형은 대학 졸업반이고, 당신은 군입대를 기다리는 중이다.


어머니는 손이 많이 드는 자식이 없으니 그 시기부터 식당 보조로 일을 나가기 시작한다.


환갑이 지난 아버지는 여전히 술을 많이 드신다. 경비나 건물관리 같은 직장을 전전하면서 꾸준하게 다니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만일 큰형이 회갑 잔치 같은 비디오 출장을 나가거나 예비군 훈련이 있으면 당신이 사진관을 맡는다.


자연히 사진 찍는 기술을 익힌다. 필름을 현상하거나, 증명사진 여권사진 촬영은 기본이다.


아기 백일이나 돌 사진은 요령이 필요하다. 중요한 포인트는 아기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웃게 만들어야 한다.


당신은 딸랑이를 흔들고 까꿍까꿍 어른다. 라이터 불을 흔들며 아기의 관심을 카메라로 유도한 뒤 찰칵, 셔터를 누른다.


유독 잘 웃는 아기가 있는 반면, 당신이 다가가기만 해도 겁을 먹고 자지러지는 아기도 있다. 심지어 촬영대에서 변을 보는 아기도 있다.


장사꾼은 무슨 방법을 쓰든지 돈을 벌어야 한다. 뒤처리를 깔끔하게 마친 뒤 어떻게든 아기를 달래서 사진을 찍는다.


사진관은 그럭저럭 순조로운 편이다. 당신의 노력이 한몫 기여했다고 믿는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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