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입영 통지서를 받는다. 부모님이 충북 증평 신병교육대까지 동행한다.
입소하기 전 식당에 들러 든든하게 닭볶음탕을 먹는다.
어머니는 부대 앞에서 당신의 손을 놓지 않고 눈물을 흘린다. 당신은 큰절을 올리고 훈련소로 들어간다.
신교대 수료를 마치자 당신은 부산의 예비군 관리대대 행정병으로 배치를 받는다. 부모님은 후방 부대라는 점에 마음을 놓는다.
당신이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집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대기업에 취직한 작은형은 일찍 출근하고 맨날 야근하는 바람에 휴가 도중에도 얼굴을 볼 수 조차 없다.
자대 배치를 받고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당신의 군모에 노란 작대기 3개 붙는 상병이 되었을 때, 편지로 큰형의 결혼 소식을 듣는다, 갑자기.
결혼식에 맞춰 당신은 청원휴가를 신청한다.
휴가를 나온 당신은 집이 어디인지 모른다. 공중전화를 걸어 어머니에게 찾아가야 할 집을 안내받는다.
사진관 2층에 살던 집을 큰형 부부에게 내줬다. 당신의 부모님은 방이 두 칸인 전세로 이사한 상황이다.
이런 변화가 이상하지만 부모님과 작은형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벙글벙글 사진관에서 예전에 형수였던 그 여자를 만난다. 키가 크고 이쁘다. 큰형은 이런 외모에 반한 것 같다.
첫인상은 어딘가 모르게 차갑다. 세련된 옷차림은 부담스럽다. 왠지 타인을 낮춰보는 말투다.
그때 당신은 정수리에 도끼가 찍히더라도 결혼을 반대했어야 했다. 결혼식장에 불을 질러서라도 막아야 했다. 하긴 인생이 이런 식으로 전개될 줄 누가 알았던가.
“신혼 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네가 사진관 좀 열어라.”
큰형이 지시한다. 신혼여행은 태국의 푸껫이다.
당신의 청원휴가 복귀일과 큰형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자가 일치한다. 당신은 가족을 위한 희생을 당연하게 여긴다. 막내니까.
휴가기간 내내 아침에 일어나 사진관 셔터를 올린다. 손님을 맞이하면서 필름을 현상하고 사진을 찍는다.
저녁이 되면 사진관 문을 닫기 전 그날 있었던 일과를 세세하게 인수인계 노트에 적는다.
당신이 부대로 복귀한 뒤 사진관에서 어떤 업무를 했는지 큰형이 확실하게 알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집으로 돌아간다. 공허하다. 가족을 위한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건 아마 어머니의 영향력이 컸을 것이다.
“휴가 나가서 뭐 했냐?”
부대로 복귀하자 선임이 묻는다.
“기간 내내 사진관에서 일했습니다.”
선임은 웃기지 말라고 타박을 준다.
“웃기네, 군인에게 일 시키는 집구석이 어디에 있냐? 그것도 형 결혼식이 나간 단기 휴가인데.”
나는 이해를 시킬 수 없다. 그냥 거짓말쟁이가 된다.
우리집이 그런 모양이다. 덤덤하게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