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관하여

by 은빛바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다른 취미로는 복싱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복싱 선수는 8체급 석권의 전설, 필리핀의 매니 파퀴아오.

사우스포인 그가 연타를 치고 들어갈 때는 저절로 감탄이 터진다.

파퀴아오는 <무한도전> <오늘부터 운동뚱> <런닝맨> 등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에도 가끔 출연했다.

정치인, 자선사업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나는 복싱만 아니라 축구도 좋아하고.

<런닝맨>도 가끔 시청하는 편인데,

과연 천국에도 이렇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와 예능이 있을까?

아마 그곳에서는 파퀴아오의 복싱 시합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골프를 굉장히 좋아하는 장로님.

아침 드라마를 빠지지 않고 시청하는 집사님.

매일 농구장에 들리는 고등학생.




다 포기하고 천국으로 가야 한다.




거기에서는 연애도 할 수 있을까?

아니, 남자와 여자의 성의 구분이 있을까?

만일 이성으로 나뉘면, 둘만의 사랑도 있을 것이고, 자연히 서로 희생하는 과정도 있을 테고.

감동, 실망, 안타까움 등 이런 감정이 없을 수 없다.

당연히 웃고, 울고, 화를 내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사랑하기에 잠시 아쉬워할 수 있고, 질투가 생기고, 더불어 시기심이 터질 수 있다.




과연 천국은 지금 세상을 사는 감정과 다를까…….




만일 천국으로 들어가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면?

이제까지 내가 힘들게 키운 딸과 관계가 깨지면?

내 딸이 나를 못 알아보거나, 아니면 나를 아빠가 아니라 다른 형태의 무엇으로 부르면?




그게 천국인가?




2007년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인베이젼>에 이런 내용이 있다.

외계 바이러스에게 감염된 인간은 본능과 감정이 없어진다.

덕분에 아무 욕망이 없이 살아간다.

서로 욕심을 부리거나 시기하는 일도 사라진다.

오직 절대 권력에게 순응하면서 살아간다.

인간은 마치 자아를 망각한 채 단순하게 조종당하는 로봇과 같다.




대신 모든 국가 분쟁이 해결된다. 빈곤, 폭력, 살인 등 모든 갈등이 사라진다.

국민 화합이 형성되고, 세계 평화가 이루어진다.

고통이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다.

설마 이런 천국은 아니겠지…….

만일 천국이 이런 모습이라면 가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전래되었을 때 가장 먼저 약하고 소외된 자들이 모여들었다.

천민, 여성, 어린아이가 같이 어울리면서 박해를 피해 신앙생활을 했다.

아마 그들에게는 귀천이 없고, 빈부가 없이 모이는 공동체가 천국처럼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얻어지는 새로운 삶에 그들은 굉장한 감동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때문에 그 공동체를 위해 또한 신앙을 위해 기꺼이 순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천국은 그런 공동체의 유대감인지도 모른다.




각자 다니는 교회가 작은 천국처럼 여겨질 때가 있지 않던가.

인생의 상처, 고난을 공감하고

자신을 인정받을 수 있고

모든 것을 바쳐도 기쁠 수 있는.

내가 원하는 공동체 안에서 안정을 얻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한 유대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감정이 있고 욕망이 있기에 공동체는 금이 갈 수밖에 없고, 심하면 깨지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지금 인류가 가진 천국이다.




때문에 죽음 이후의 천국을 더욱 갈망하는지도 모른다.

과연 어떤 곳인지 누구도 본 적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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