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이지만 착해서 굶어 죽은 왕

이호

by 은빛바다


조선 제 12대 왕. 인종 (1515년~1545년 / 재위:1544년 11월~1545년 7월)



인종은 자기를 낳다가 어머니(정경왕후)가 죽었다는 사실에 큰 상처를 품습니다. 자라면서 어머니의 결핍이 컸을 텐데 아버지 중종은 자식에게 애정을 갖지도 않습니다.


중종의 명에 따라 어린 시절에 인종은 궁궐 밖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중종이 이렇게 방치한 이유는 어쩌면 정경왕후의 죽음이 아들 때문이라는 원망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인종은 천재였습니다. 3살에 천자문을 다 외웠다는 소문이 돌아 중종이 직접 불러서 확인했습니다. 글자의 모양뿐만 아니라 의미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당장 훈구파 사림파 구분없이 고위 관교로 이루어진 특별한 교육을 시작합니다.


신하들은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나중에 왕이 될 세자가 이렇게 천재라니…….


인종을 한 달 정도 가르친 영의정 남곤은 이렇게 보고합니다.


- 신이 12월부터 원자를 여러번 뵈었습니다. 유학의 기본서인 <소학>을 가르쳤사온데, 하루에 읽는 양이 거의 2~3대문에 이르고 쓴 글씨도 매우 아름다운 모양을 이루니 비록 6~7세 된 아이라 할지라도 이를 따를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종이 세자 시절에 주위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작서의 변. 세자의 생일에 누군가 죽은 쥐를 침실 창 바깥쪽에 걸어두었습니다. 그 쥐는 꼬리와 입을 불로 지지고 팔다리가 잘려 있었습니다. 이는 누군가 세자를 저주하기 위해 벌인 일로 추측됩니다.


가작인두의 변. 작서의 변이 일어나고 6년 뒤 동궁 남쪽 울타리에서 다시 저주의 흔적이 발견됩니다. 종이에 눈, 코, 입과 머리카락을 그리고 나무패에 꽂은 목각인형이 발견됩니다. 앞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이처럼 세자를 죽이고, 이처럼 임금을 죽이고, 이처럼 중궁을 죽여라.’


● 세자와 같이 식사를 한 관료들이 2번이나 식중독이 일으킵니다. 왕이 먹는 음식에는 먼저 맛을 보는 기미 상궁이 있어서 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 갑자기 동궁에 알 수 없는 큰 화재가 일어나 인종이 타 죽을 뻔합니다.


왕권을 둘러싸고 신하와 후궁들이 드러나지 않는 싸움을 벌이는 것이지요.


그중에서 중종의 후궁인 문정왕후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낳은 경원대군을 왕으로 올리기 위해 인종을 견제합니다.


인종은 왕이 되자 보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정왕후에게 매번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갑니다. 이복동생인 경원대군도 잘 대해줍니다. 하지만 문정왕후는 ‘언제 나를 죽일 거냐.’고 하면서 매섭게 몰아치기만 합니다.


이즈음 인종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절대로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원래 유교에서는 아버지의 3년상을 치르는 동안 고기를 입에 대지 않는데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 어느 정도 식사는 허락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인종은 아예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몸이 바싹 마르면서 건강을 잃어갑니다. 궁녀가 새끼손가락으로 약을 묻혀 입안에 넣으려고 하자 손가락을 깨물어 버립니다.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독살에 대한 인종의 강박증이라는 설이 있지만 확실한 근거는 아닙니다.


문정왕후가 경원대군을 낳기 전에 한동안 대모로 인종을 키워주었습니다. 어머니를 일찍 잃은 인종은 그 애정을 문정왕후에게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럼에도 문정왕후는 계속 포악스럽게 안종을 대하기만 합니다.


결국 인종은 왕위를 경원대군(명종)에게 물려주고 운명합니다. 재위기간이 고작 8개월이었습니다. 신하와 유생들은 훌륭한 왕을 잃었다고 통곡합니다.


이제 피바람이 몰아치는 문정왕후의 시대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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