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승부는 1대 0

by 은빛바다

구월동 지점의 황인영 부장님, 경기 들어가기 전에 주 과장이 새로운 회원을 소개한다.


예전에 조기 축구회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50대 부장이 축구팀에 가입하는 경우는 드물다. 박수 치면서 환영한다. 직급이 높으면 반기는 강도도 높아진다.


주 과장이 포지션을 짜는데 변화가 생긴다.


공격수는 3명이다. 결정력이 좋은 1명, 직급이 높고 어느 정도 공을 다룰 줄 아는 2명. 아무리 직급이 높아도 헛발질하는 선수에게 공격을 맡길 수 없다.


황 부장은 조기 축구회 경력이 있으니 기회를 준다. 센터 포워드다. 만일 황 부장이 골을 넣으면 그 지점 축구 회원은 일주일이 편하다. 지점에서 축구팀의 이미지도 좋아진다. 골맛을 제대로 보면 다음 주에도 출석할 가능성은 커진다.


때문에 중앙 미드필더 성일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진은 자기 유니폼 상의를 황 부장에게 내민다. 인천본부 로비를 지날 때마다 봤던 청경이라 황 부장은 안면이 있다. 용역 청경과 이런 식으로 어울리기는 처음일 것이다.


“쓰리엑스면 내가 입기에 넉넉하겠네. 왜 백넘버가 99번이야?”


“그냥 제가 그 숫자를 좋아합니다.”


우진은 연락처를 받고 황 부장의 유니폼을 맞추기 위해 사이즈를 적는다.


“혹시 백 넘버가 세자리 수는 안 되나? 526번.”


황 부장이 슬쩍 부탁한다. 결혼기념일이라고 한다.


“체육사에 연락해서 부탁을 해보겠습니다.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우준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린다. 월요일에 체육사로 주문하면 어음교환반을 통해 서비스로 주는 축구 양말까지 목요일에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월회비 만 원을 내는 한강은행 계좌번호도 메모지에 적어 내민다.


심판이 선수 정렬하라고 부르는데 우준은 후보다. 실력이 없어 밀려난 게 아니라 스스로 뒤로 빠진다. 가장 나중에 뛰는 선수가 되고, 굳이 안 뛰어도 상관은 없다고. 아예 경기에 들어가지 않은 적도 많다.


전반전이 진행되는 동안 주 과장의 주문이 많아진다.


뻔한 축구 지식이라 특별한 전술은 없다. 성일에게 “전방에 똑바로 패스해!”와 수비수에게 “달라붙어!”가 전부다. 헛발질에 웃음이 쏟아지고, 아쉽게 놓친 골 찬스에 탄성이 터진다. 조기 축구회 실력이야 거기에서 거기다.


그 동안 우준은 근처 편의점에 들러 선수들이 마실 1.5리터 생수를 양손에 가득 들고 온다. 종이컵도 잊지 않는다.


전반전에 골이 터지지 않는다. 휴식 시간에 선수들은 수건으로 헉헉거리는 얼굴을 문지른다. 콧등에 송글거린 땀방울이 말끔하게 닦인다.


“이게 축구냐? 축구냐고!”


주 과장이 선수들을 다그친다. 땀을 흘리면서 상대 선수와 부딪치면 어쩔 수 없다. 남자라면 승부욕이 달아오른다.


서로 포지션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성일이 패스를 찌르려고 발을 들면 공격수는 업사이드에 걸려도 좋으니 수비보다 빨리 골문으로 들어가라고 요구한다. 공간이 생겨서 공을 받기 수월하다고. 공이 나에게 오는 걸 보고 움직이면 이미 늦다고.


프리킥에서는 공을 차는 순간 모두 골문으로 달려가야 하는데 적극적이지 않는 바람에 아쉽게도 골 찬스를 놓쳤다.


저쪽 팀은 공격수가 왼쪽으로 치고 들어올 때 꼭 오른쪽으로 다른 공격수가 전력으로 뛴다. 센터링이 넘어가면 허를 찔릴 수 있다. 수비수는 항상 반대쪽을 봐야 한다.


특히 37번 스포츠 헤어스타일의 선수가 빠르다. 운동장이 작은 편이니 중앙선을 넘으면 경계를 해야 한다.


그러는 동안 우준이 사 온 생수통이 비고 종이컵은 바닥에 널브러진다.


황 부장이 유니폼을 벗어 우준에게 내민다. 간만에 뛰었더니 허벅지가 뻐근하다는 핑계로 후반전 교체를 원하지만 우준은 받지 않는다.


“너도 아침부터 나왔으니 뛰어야 할 거 아냐.”


“괜찮습니다. 공격수니까 한골 넣으셔야죠.”


이런 배려에 황 부장은 당황한 것 같다. 경기에는 나가고 싶고, 우준을 배제하고 출전하기에는 뻔뻔하고, 갈등하는 도중에 주 과장이 거든다.


“황 부장님, 체력 좋으시던데요. 후반전도 기대할게요. 저도 수비로 들어갑니다. 롱패스 보낼 테니 잘 받으세요.”


다시 유니폼을 입는 황 부장의 입가에는 어떤 결의가 보인다.


후반전을 나가기 전에 주 과장이 손을 내민다. 파이팅 포즈다.


축구팀 회원들은 둥그렇게 서서 어깨를 밀어 넣으며 겹겹으로 손바닥을 쌓는다. 정규직이든 용역이든 상관없다. 우진의 손바닥은 언제나 가장 아래에서 받힌다. 이 모든 사람을 자신이 들어 올리겠다는 의지다.


“양사이드 더 벌려주고. 패스는 가만히 서서 받지 마. 아까 성일이 말대로 더 적극적으로 골문을 향해 달려 가라고.”


마지막으로 부상 조심하라고 강조한 주 과장이 하나! 둘! 셋! 외친다.


"한강! 한강! 이기자!"


동시에 모든 손끝이 하늘로 향한다.


경기는 계획대로 이루어진다.


후반전 얼마 지나지 않아 성일의 패스를 받은 황 부장의 다이렉트 슛이 터진다. 출렁이는 골대 그물.


와아아아아~~~~~!


주먹을 쥐고 어깨를 올리는 헐크 세리머니로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황 부장은 압권이다. 그에게 쏟아지는 박수와 환호성.


결과는 1 대 0. 한강은행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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