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동전 교환

by 은빛바다

신문 잘 봐?


요즘 스마트폰이 다하는 세상이니 젊은 사람은 신문을 잘 읽지 않을 거야.


청경 시절에 지하철 타고 출근했는데 당시에 ‘메트로’라고 공짜로 나눠주는 신문이 있었어.


역전 거치대에 놓여 있으면 필요한 사람은 갖고 가는 거야. 나도 출근하는 동안 읽기도 했어. 거기 명함보다 작은 칸에 났던 기사인데 아마 기억나는 사람도 있을 거야.


어느 회사인지 공장인지 하여간 거기에서 일하던 용역 직원이 퇴직했어. 사장이 퇴직금을 안 주는 거야. 용역 직원이 자꾸 달라고 보채니까 열받은 사장이 전부 10원짜리 동전으로 준 거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걸 내가 일하는 곳으로 갖고 왔어.


안내 데스크에서 근무 중인데 현관에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승용차가 바싹 붙는 거야.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나가보니까 40대 아저씨가 운전석에서 내리대. 나를 보더니 곧장 하는 말이, 제발 도와달래.


뭔가 싶어서 살펴보니까 트렁크랑 뒷좌석에 10원 동전 자루가 수십 개가 쌓여 있었어. ‘₩10원/5,000원’ ‘₩10원/10,000원’ ‘₩10원/25,000원’ 자루에는 이렇게 액수가 표시되어 있더라.


국민은행 농협 우리은행 새마을금고 기업은행 등 자루마다 발행한 은행도 다르게 적혀 있었어. 자루가 터져서 동전이 새어 나온 것도 꽤 있었지.


나중에 알았는데 사장이 일부러 구멍을 낸 거래. 갖고 가기 불편하도록. 전부 얼마냐고 물으니 216만 7천710원이라면서 이게 정확하게 맞는지는 자기도 모르겠대.


이걸 중앙지점으로 옮기도록 도와달라는 거였지. 맙소사, 이 동전을 전부 입금한다고? 승용차가 제대로 굴러갔을까 의심이 들 정도였어.


중앙지점 금융담당 과장님이 나와서 확인하더니 손을 저었지.


- 이거 액수 확인하려면 우리 직원 오늘 퇴근 못 해요.


아저씨가 좀 봐달라고 사정하는 거야. 여기가 네 번째래. 다른 은행도 받아주지 않았던 거야.


그 사장이 정말 못된 놈이지. 승용차 타고 은행 돌면서 퇴직금 액수 맞춰서 10원짜리 동전만 모은 거잖아.


직원을 시켜 동전 자루를 사무실 바닥에 쌓은 거야. 다음에 아저씨를 불러 퇴직금 갖고 가라고 한 거지. 이게 뭐냐고 하니까 사장은 갖고 가기 싫으면 말라고 하더래. 아저씨는 혼자 카트로 나르면서 승용차에 실었대.


구멍 난 자루에서 동전이 떨어지는데 속에서 천불이 나더래, 천불이. 사장은 히죽거리면서 바라보고 있고.


신용사업부 엄 과장이 왔지. 승용차의 동전 자루를 한참 동안 멍하게 바라보더라. 뭐라고 툴툴거리며 입술 사이로 낮게 내뱉는데 미친놈이라고 욕하는 것 같았어.


여기에서 동전 자루를 내리지 말고 곧장 한국은행으로 가기로 했어. 엄 과장이 현금 수송 때문에 한국은행 들어가는 날에 맞춰 그곳에서 모이기로 한 거지. 한국은행에는 미리 통보를 하고.


한국은행 직원이 그거 다 확인하는데 한참 걸렸어. 터진 동전 자루는 전부 꺼내서 다시 세어야 했고. 운반하다가 떨어진 것도 일일이 주워야 했어.


- 2천830원 비는데 다시 확인할까요?


한국은행 직원이 짜증스럽게 묻자 아저씨는 그냥 달라고 했어.


그 아저씨 헤어지는데 엄 과장한테 너무 감사하다고 손을 꽉 잡더라. 지금은 어디에서 사는지 모르지만 부디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기원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자식도 잘 크고.


사장 놈은 꼭 회사가 망하기를 바라. 알거지가 돼서 용역 회사에 취직한 다음 똑같은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어. 그 아저씨만 고생이 아니라 엄 과장, 특히 한국은행 직원까지 이게 얼마나 민폐야.


하여간 개념 없는 놈이 윗자리에 앉아 있으면 피해 당하는 사람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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