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무아 Oct 05. 2021

선애빌

   따로 또 같이.

 

  충북 보은군 기대리에 선애빌이라는 공동체 마을이 있다. 친구의 소개로 그곳을 방문해 게스트 하우스에서 2박 3일씩 머무른 적이 있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짬을 내어 가까이 있는 속리산을 한 바퀴 휙 다녀오기도 했다.


 선애빌 마을 주민들은 약사, 교사, 명상가, 목수, 환경 운동가 같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이다.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친환경적 생태순환적 삶을 실천하려고 뜻을 모았다. 여러 해에 걸쳐 땅을 공동 입하고 각자 집을 지어 지금의 이 공동체 마을을 이루었다.


 식사 준비는 공동으로 쓰는 부엌에서 주민들이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하고 식사는 공동 식당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자유롭게 한다. 개개인의 식기와 컵은 식후에 각자가 씻어서 정해진 장소에다 보관한다. 화장실도 공동으로 집 밖에 있는 푸새식 생태 화장실을 이용한다. 세탁기는 세 가구당 한 대씩 쓰고 각 가정에는 텔레비전과 냉장고가 없다.

 

 최소한의 전기만을 쓰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는 전기 없이 지내는 날로 정했다. 환경과 에너지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새로운 생태마을의 모델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점점 더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에 길들여져 가는 이 시대에 이런 공동체가 살아남거나 발전하기는 만만찮아 보였다.

 각기 특색 있는 설계로 지어진 독립된 서른 가구 정도의 집들이 모여 있다. 외형상으로는 소박한 전원주택단지 같은 모습이다.


 공동 도서관, 공동 카페, 공동 강당도 있다. 주민들끼리 모여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많다. 각 가정마다 세 끼 식사 준비에서 해방되어 주부들의 시간 활용도가 높다. 버리거나 낭비하는 음식이 거의 없으니 식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가사노동의 가성비도 높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느리게 살기가 가능한 곳이다.


 저녁 9시경, 매일 일정한 시간이 되면 각자 두툼하고 커다란 방석을 하나씩 옆에 끼 편안한 바지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하나 둘 강당으로 모여들어 함께 명상의 시간을 가진다. 침묵 속에 조용히 이루어지는 그 일과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오늘 이 마을을 생각해 낸 것은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작가님들 덕분이다.


 작품을 통해서 또는 댓글을 통해서 알게 된 좋은 분들과 이웃으로서 같은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책 읽고 글 쓰고 명상하며 다 같이 밥 먹고 운동하는 공동체의 삶.

 때로는 도란도란 차 한 잔 마시며 끼리끼리 정겨운 이야기도 나누고 산책도 하며 얼굴 마주하는 삶.


 저녁 먹고 바람 쐬며 마실 가는 사랑방을 잃어버린 우리들.  꼭꼭 닫힌 공간에서 홀로 밥 먹고 홀로 잠자는 외로운 주거 문화에서 벗어나 섬김과 나눔의 교제가 있는 새로운 주거 문화를 형성할 수는 없을까?


 따로, 또 같이.


작가의 이전글 자연살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