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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Oct 18. 2021

귀국

   또다시 출발~~!!

 이듬해, 2016년 칠월, 아이들이 귀국한다는 연락이 왔다. 이젠 네 살, 다섯 살이 된 두 손주들은 얼마나 많이 자랐을까?

 돌아오는 길에 하와이에 들러 일주일 정도 관광을 하고 온다고 했다. 그런데 하와이에 도착한 지 이틀 후에 다시 연락이 왔다. 사위가 대상포진에 걸려 여행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빨리 집으로 와야겠다는 소식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으니 놀라고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다.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며 일단 집안 대청소에 들어갔다. 비어 있었던 방 세 칸을 정리 정돈하고 이부자리들을 점검했다. 긴 여름날의 하루해가 짧았다.


 미리 아이들 방에다 에어컨을 설치해 놓은 게 천만다행이다. 거실에 있는 커다란 에어컨 하나로 작년 여름을 버텼지만 올봄에 손주들의 놀이방으로 쓰이는 큰 방 하나에 따로 새 에어컨을 구입 설치해 놓았다.


 귀국하는 날 아들과 남편이 각자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나는 집에서 바로 편하게 일상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렸다.

 두 대의 차에 나누어 네 식구와 많은 짐들이 꽉 채워져 돌아왔다.


 병이 난 사위도,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 응급 대처하며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딸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손주들도 긴 여행길에 모두 지쳐 있었지만 일단 집으로 돌아왔으니 안심이다.


 사돈어른께서 아픈 아들을 집으로 불러주셔서 사위는 바로 본가로 갔다. 혼자서 편히 지낼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는지 사위는 이틀 만에 돌아왔다. 그동안이라도 아들을 보살펴주신 사돈어른의 배려가 많이 고마웠다.


 힘든 공부 끝에 어려운 국제 변호사 자격증 시험을 치르고 연이어 이삿짐 정리에 여행까지 강행한 것이 에 무리를 가져온 것이다. 치료 후 쉬이 회복했지만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이역만리 낯선 곳에서 딸과 사위가 큰 곤욕을 치렀던 시간이다.


 사위는 출근을 시작하고 딸도 다시 복학 절차를 밟았다.

 9월 개학을 앞두고 동네 어린이집에 빈자리가 나지 않아 다시 도우미 아주머니를 구해야 했다. 딸이 인터넷에 올린 구인 광고를 보고 세 분이 연락을 해왔다. 맨 처음 만나 뵌 분이 바로 마음에 들어 다른 분들과의 만남은 취소하고 이 분으로 결정했다.

 이듬해 봄, 손주들이 유치원에 입학할 때까지 성심성의껏 잘 보살펴 주셨다.


 다섯 살, 여섯 살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할 때까지 두 손주들은 어린이집을 한 번도 다니지 못했다. 하루 종일 내복 바람으로 온 집안을 헤집으며 잘도 놀았다.


 동네에 시설이 잘 갖추어진 구립 어린이집이 있어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어느 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런데 입학원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엄마가 직장에 근무하거나 대학원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말았다. 엄마가 대학생이건 대학원생이건 학업으로 육아에 전념할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 아닌가? 대학원생 자녀는 어린이집 수용이 허용되고 대학생 자녀는 거부된다는 게 참 말이 되지 않았다.


  미소 띤 원장 선생님이 계속 반복하는 말은 '법이 그렇다'는 것이었다. 대학생 엄마는 전업주부로 분류된다는 해괴한 정책이다. 당신들이 건의는 해보겠지만 법이 바뀌려면 몇 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어린이집 신청 희망자에 비해 수용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여 차례가 오기까지 몇 년이나 기다려야 되기 때문에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신청을 해 놓는다고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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