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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Oct 19. 2021

주말 풍경

   이어지는 일상

 한시적으로 일곱 식구가 함께 사는 요즘 우리 집. 집안일 모두가 주로 내 몫인데 오늘 같은 휴일은 우리 둘째도 부엌일을 같이 도운다. 둘째가 부엌에 있을 때면 꼭 나타나 아내 옆에서 함께하는 우리 사위. 오늘도 그렇게 셋이서 부엌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둘째와 사위가 주고받는 말이다.


"나는 성격이 너무 급해."


 "그 대신 일을 잘하잖아."


 "성격이 급해서 옆 사람이 일을 좀 잘 못하면 화가 나."


 "그런 사람도 있어야 돼. 나는 일을 늦게 하는 편이라 좀 그래."


 "그리고 누가 했던 말 또 하고 뻔한 말 하고 그러면 딱 싫어."


 "머리가 좋아서 그래."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신뢰와 공감해 주고 지지해 주는 리액션이 보기 좋다.


 어제 토요일 아침, 6시 반에 잠이 깬 나는 부엌으로 나와 어슬렁어슬렁 집안일을 보살폈다. 수압이 낮아 세탁 시간이 오래 걸리는 세탁기부터 가동하고 세 개나 되는 냉장고들을 살펴본다. 어젯밤 손주들이 먹다 남긴 음식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조금 남은 반찬들은 작은 찬통으로 옮겨 가며 냉장고 안을 정리했다.


 아무 인기척도 없더니 어느새 막내가 양복에다 넥타이까지 다 차려입고 나왔다.


 "기척이라도 좀 내지 그랬니? 과일이라도 하나 깎아 줄 텐데.."


"너무 늦어서 그래요."


 씻지도 못하고 아침도 거른 채 주말 아침의 이른 출근을 서두른다. 빈 속으로 나가는 피곤한 뒷모습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 

 뭘 하나라도 먹여 보냈으면 좋았을 걸, 못내 아쉽다.


 조금 후, 일찍 일어난 여섯 살 딸을 앞세우고 사위가 나온다. 휴일인데 늦잠도 못 자고 끌려 나온 모양이다. 둘이서 거실에 자리 잡고 오손도손. 곧이어 동생, 다섯 살 외손주가 채 잠이 덜 깬 모습으로 방문을 연다. 아빠와 누나를 향해 직진이다. 어젯밤 새벽녘까지 공부를 하고 있던 엄마, 우리 둘째는 아직 한밤중이다. 사위는 아내가 깨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며 아이 둘을 보살핀다.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남편은 눈을 감고 누워 있다. 시계는 9시. 일어나 아침 먹고 아이들에게 집 비워주고 12일, 어디 좀 나가 보자고 했더니 집이 제일 좋고 움직일 생각이 없다고 한다. 일주일 동안 회사일의 피곤이 쌓인 모양이다. 그러면 아침을 먹고 나는 나가서 머리 좀 식히고 오겠다고 하니 좋을 대로 하라고 한다.

 나와서 준비해 놓은 아침 식사를 마치더니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둘째도 아직 일어날 기색이 없다. 손주들도 닭죽 식사가 끝나고 어느덧 시간은 11시. 나는 안방에 들어가 다시 누워 있는 남편에게 나간다고 말하고 도서관 카페로 왔다. 따끈한 라테 한 잔으로 책 읽고 글쓰기 딱 좋은 곳이다. 요즘 내가 빠져 있는 책은 미국 남가주 서머나 교회에서 사목하셨고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성수 목사님의 저서들이다. 오늘 내용은 산상수훈 성경 강해이다.


 조금 지나 카페로 찾아온 남편에게 따끈한 커피 잔을 시켜 주었다. 테이블 바로 옆 서가에 책이 놓여 있다. 윤홍균 저자의 <자존감 수업>. 남편이 그 책을 이리저리 뒤적여 본다. 예전에 그 책을 읽고 요약정리해 놓은 것이 있었다.


 "카톡으로 보내 줄까요?"


 "응."

 

 커피를 마시고 남편은 관악산을 한 바퀴 돌고 오겠다고 나갔다.

 <자존감 수업> 요약본을 보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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