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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Dec 11. 2021

더불어, 함께. 2/2

  뜨거운 감자

  "엄마, 의자에 박힌 저게 무슨 용도로 쓰이는지 아세요?"

 지난여름 한강변을 같이 산책하던 아들이 내게 물었다. 눈썰미 없고 대충대충 넘어가는 내가 알 리가 없다. 별생각 없이 지나다니던 풍경이라 새삼 눈여겨 살펴보니 전경이 좋은 강가에 쭈욱 늘어서 있는 3인용 벤치마다 중간에 두 개씩 ㄷ자 모양의 철근이 박혀 있다.


 한참 바라보다 내가 말했다.


 "팔 굽혀 펴기 운동 하나?"


 하지만 그건 내가 생각해 봐도 아니었다.


 아들의 설명이 이어졌다.


 "저건 사람들이 드러눕지 못하게 설치한 거예요."


 "그래?"


 하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가 벤치에 길게 드러누워 낮잠을 즐기는 모습들 그리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아들이 설명을 덧붙였다.


 "노숙자들이 모여드는 것을 막는 거예요."


 그제야 제대로 알아들었다.


 "아아~~ 그런 거구나."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일반 시민들의 기피 대상이 되어버린 노숙자들. 그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그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무한 경쟁사회에서 경제적인 문제로 가족이 해체되고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은 오로지 개인 혼자만의 힘으로 이 험한 세파를 헤쳐 나가야 한다. 사회의 제대로 된 한 구성원으로 살아남는 일에는 역부족이기 십상이다. 원룸도 고시촌도 쪽방도 다 그들의 능력 밖에 있는 하나의 신기루가 되어 버린다.


  <더불어, 함께.>라는 제목으로 어제 브런치에 올린 글에 많은 분들이 라이킷과 댓글로 높은 관심을 표명해 주었다. 바로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다들 고민하고 걱정하는 내용들이었다.


 다음날, 문제가 거론된 아파트 단톡방에는 '구청에서 이동 조치하라 했는데 이 노숙자는 거부하고 짐도 뺄 생각 없이 그냥 벤치에 드러누워 버렸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어서 아침 출근길에 벤치에 누워 있는 노숙자분에게

 "애들도 다니고 하니 다른 데 가서 주무세요."

 라고 말하니 태평스레 자다가 깜짝 놀란 듯 벌떡 일어나 가더라는 사람, 스마트 국민 제보 앱을 깔아 테마 신고의 여성 불안으로 신고하자는 사람, 구청에다 의자에 자리 구분을 하는 팔걸이 설치를 요청하자는 사람 등등의 의견들이 올라왔다.


 이틀째인 오늘 오전 10시 20분. 한 주민이 자신에게 온 답신 하나를 공유했다.

 [web발신]

 안녕하세요? ㅇㅇ 구청 사회복지과 ㅇㅇㅇ입니다. ㅇㅇ 공원 내 남성 노숙인은 2021ㆍ12ㆍ 10 (금), 19시 30분경 가족에게 인계하여 귀가 조치시켰습니다. 감사합니다.


 뒤이어 몇 분들도 똑같은 내용의 답글을 받았다고 다.

 오후 7시 30분이면 공무원의 퇴근 시간을 넘긴 시각이다. 늦게까지 수고하신 그분의 노고가 느껴졌다.


 주민들은 관심을 가지고 행정기관에 알렸고 사실을 확인한 담당 공무원은 여러 통로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 것이다. 일반인으로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을 공무원으로서 가능한 역량을 십분 활용하여 최선의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다음의 일은 또 본인과 가족들의 노력으로 헤쳐 나가야 할 커다란 숙제로 남았을 것이다.


 은근 스트레스받았는데 이렇게 해결되어 감사드린다, 잘 되어서 기쁘다, 고생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수고 많으셨다 등의 댓글 인사 행진이 이어졌다.


 뒤이어 바로 나타난 사진 한 장.


 등받이 1인용 공원 의자에 편안히 기대어 두 다리를 포개고 앉아 있는 운동화 차림의 한 남자분 뒷모습이다.


 "이분은 다른 노숙인이에요ㆍㆍ ㅜㅜ."


 "저 의자는 철거 민원을 내야 할 것 같네요 ㅠㅠ."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 작은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초겨울의 저녁 7시. 벌써 어두워진 공원의 공기는 차가웠고 인적은 드물었다. 조금 떨어져 보이는 벤치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방한복 차림의 깔끔한 남학생 두 명이 큰 가방을 옆에 두고 나란히 앉아 있었다. 잠시 후 고개를 숙이더니 두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있는 하얀 필터 담배 끝에 빨간 라이터 불을 붙였다.


  공원을 포함한 모든 공공장소가 금연 지정 구역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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