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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Dec 10. 2021

더불어, 함께.  1/2

   민주 자본주의 사회

 117명이 함께하고 있는 아파트 소유주 단톡방에 갑자기 불이 붙었다. 오늘 오전 아홉 시 반에 시작하여 오후 다섯 시 반까지 37개의 글이 올라왔다. 모두들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약간은 격앙된 글들을 올리고 있었다. 사안은 간단하면서도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아파트로 들어오는 도보 진입로 입구에 그리 크지 않은 공원이 하나 있다. 10차선 대로 사거리의 한 코너에 꾸며져 있는 조그마하고 예쁜 공원이다. 삭막한 회색 도시 한 귀퉁이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 귀한 공간이다.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즐겁게 해 주고 점심시간이면 근처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여름부터 남자 노숙인 한 명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공원 길목의 몇 안 되는 벤치 하나를 주거지로 삼아 차지하였다. 조경물 바위 뒤에는 검은색, 흰색 비닐봉지에 담긴 살림살이까지 대여섯 뭉치 쌓여 있다. 오늘은 한 분이 더 늘어 두 분이 되었다고 한다. 벤치 하나에 음식을 펼쳐놓고 식사를 하는 모습은 나도 지나다니는 길에 여러 번 보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공원 아무데서나 볼일을 보는 이다. 공원이 작다 보니 지나다니주민들의 눈에 공공연히 뜨인다. 유치원 아이들로부터 초ㆍ중등 아이들도 수시로 드나드는 길목이다. 바로 옆은 아니지만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곳에 공중 화장실이 있다.


 지나가다 노상 방뇨하는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어서 구청에 보내고 싶었으나 바지를 벗은 모습을 차마 찍을 수는 없었다는 사람, 초등학교 딸의 손을 잡고 지나가다 깜짝 놀랐다는 사람, 밤늦은 귀가 길에 벤치에 누워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무서워서 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재빨리 지나쳐 온다는 사람들이 여럿  비슷한 내용의 사연들을  올렸다.


 하루에도 여러 번 지나다니는 주민으로서 불편하고 마음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니 지난 몇 달 동안 어느 누구도 그분에게 함부로 대하지도 않았고 문제 삼지도 못했다.

 그런데 노숙인 숫자가 늘고 살림이 자리 잡고 노상방뇨에 음주 행동까지 노출되니 오늘은 드디어 카톡방에 문제로 떠오른 것 같다. 구청이나 관계기관에서 행정력을 발휘해 선처해 주길 바라며 민원을 넣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조금 귀찮아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구청 사회복지과 담당자로부터 받았다는 대답 내용도 올라왔다.


 노상방뇨는 112에 신고해야 하고 인권 문제 때문에 노숙인들을 강제로 이동시킬 수는 없으며 노숙자 보호 시설로 갈 수 있도록 대화로 설득시켜야 한다.

 노숙인이 경범죄를 범하지 않으면 별도의 조치를 못 하고 단지 안내만을 한다.


 서로 어떤 좋은 결말이 나올지 궁금해하는 가운데 어느 한 분의 짧은 글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노숙인이 계속 그곳에 머무르는 것은 지나다니는 아파트 주민들이 돈을 주기 때문이다.


 나도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 간혹 뭔가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공원 길목 벤치 하나를 다 차지하여 음식을 펼쳐 놓고 먹고 있거나 등을 보이며 길게 모로 누워 있거나 주위에 술병이 놓여 있는 풍경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바지를 내리고 노상방뇨까지 한다니 지나다니는 행인으로서는 불편하고 민망스럽다.


돈을 주는 주민들의 마음과

불편해하는 주민들의 마음.


우리들 속에는 이 두 마음이 다 자리하고 있다.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데 노숙인 분들도 안전한 거처에 따뜻하게 머물 수 있고 작고 예쁜 공원도 지나가는 시민들이 간혹 걸음을 멈추고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귀한 공간으로 본연의 역할을 되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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