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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Mar 16. 2022

꽃과 같이 고옵게, 나비 같이 춤추며.

   세상을 이웃 삼아 ᆢ

 2022년 3월 14일 월요일.

 오늘은 며늘아기가 출산 휴직 6개월 만에 근무지를 바꾸어 첫 출근을 하는 날이다.


 2021년 10월 25일.

 또 한 명의 귀한 새 생명이 우리 집을 찾아왔다.

 위로 고모 두 명 가정의 고종 사촌 언니, 오빠 네 명을 두고 우리집의 다섯 번째 손주로 태어났다.

 아들과 며느리 가정의 첫 아가, 예쁜 공주님이다. 


 한 달 남짓 입주 아주머니를 모셔서 아가랑 함께 낯을 익혀 오다 오늘은 아가를 집에 두고 엄마가 워킹맘의 길로 재진입한 날이다. 아들도 며느리도 오늘이 제일 마음이 쓰이는 하루일 것이다.


 딸의 첫 출근날이라 들러보기로 하셨던 사돈어른이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오시지 못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왔다. 남편과의 점심을 마치고 아가를 만나러 나섰다. 아들이 가르쳐 준 비밀 번호를 이용하여 집 안으로 들어섰다. 아기가 자고 있을지도 모르니 현관 벨은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주머니가 귀가하시는 주말에만 간혹 들렀던 터라 아주머니와는 오늘이 초면이다. 현관 중문 앞에서 인기척을 내고 아주머니의 응답을 받으며 문을 열었다. 방금 목욕을 끝냈다며 보송보송 깔끔한 옷차림의 손녀는 열흘 전보다 더 오목조목 야물어진 듯하다.


 엄마가 없어서 그런지 오늘은 좀 보챈다는 아주머니의 말을 들으니 내 마음이 벌써 싸아해진다. 손녀를 받아 안았다. 꼬옥 안고 말을 이어가며 조심조심 얼러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를 안고 어르는 할머니의 음성이랑 분위기가 몸에 익지 않은지 웽웽 울음을 터뜨렸다. 어느덧 낯가림을 할 만큼 쑤욱 자란 모양이다. 베란다 창문가에서 밖을 내다 보이며 등을 토닥였지만 어림도 없다. 마냥 낯설기만 한  서럽게 뭐라 뭐라 옹알이까지 해 가며 울음을 뽑는다.

 아주머니의 품 안으로 건너가서야 울음을 그쳤다. 눈물 뚝뚝 흘리는 어린 아가 손녀의 서러운 모습에 내가 왜 눈물이 나는지. 손수건으로 눈을 꾹꾹 누르고 손녀 얼굴의 눈물도 조심스레 살짝 닦아 주었다.


 괜히 힘든 아가를 더 울게 만든 미안한 할머니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언젠가 훗날, 오늘 이 시간을 이야기하며 웃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내 애틋했던 사랑도 그대로 전해지리라.


 처음 만난 아주머니의 후덕한 표정과 사랑으로 갓난아기를 품어주는 따뜻한 모습을 뵌 것만으로도 오늘의 방문은 충분히 보람이 있다. 안심이다.


 얼마 후 군 복무 중인 아들이 먼저 퇴근해 왔다. 군대에서도 아빠의 육아 의무를 인정해 주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 조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주머니 품에 안겨 말간 얼굴로 아빠를 바라보는 넉 달된 아가를 서둘러 손을 씻고 받아 안는다. 따뜻하게 꼬옥 품어준다. 젊은 아빠의 넓은 품이 새삼 예쁘다.

 아빠의 한 팔에 안겨 또록또록 살아있는 표정으로 아가는 눈을 빛낸다. 세상 편하고도 안전한 품이다.

 생명끼리 주고받는 최고의 축복이며 넘쳐나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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