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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Nov 06. 2022

지금, 연애 중입니다. 3

  3:4:3

 관계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하소연을 듣거나 나 스스로 관계 문제로 힘들어할 때 떠올리는 숫자가 있다.

 3:4:3


 이 숫자를 처음으로 말해준 사람은 동년배의 부동산 소개업 여자 사장님이다. 20여 년 전 일이다. 직업상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는데 선한 사람, 보통 사람, 악한 사람의 평균 비율이 3:4:3이라는 것이었다.


 이 말은 누구나  선해야 다는 모범생 리의 강박에 사로잡혀 있던 나에게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냥 머릿속에 간직되어 있는 하나의 이론에 불과했을 뿐 삶에 적용시켜 활용하지는 못했다.

 긍정적인 3과 무난한 4는 당연시하고 부정적인 3, 아니 부정적인 1만 안테나에 잡혀도 그것에 집착해 전전긍긍, 갈등에 휘말리는 어리석은 긴 시간을 보내었다.


 최근 들어 YouTube를 통해 듣는 심리학 강의에서 이 숫자를 다시 만났다. 남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관계에서 자유로워지는 한 방법으로 이 숫자가 제시되고 있었다.

 관계를 맺고 지내는 사람 중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 무관심하게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 왠지 껄끄럽게 대하는 사람의 평균적인 비율이 3:4:3이라는 것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이 원칙 아래에서 관계를 돌아보면 쉽게 정리가 된다.

 '아. 저 사람과 나의 관계는 이 범주에 속하는구나.'

 인정하고 수용하면 혼자 애탕끌탕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다.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비울 수 있다. 언젠가 인연이 되면 좋아질 수도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여유까지 챙길 수 있다.

 내가 특별히 아끼고 잘 통하는 사람이 3, 무심하게 편안히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이 4, 조금 껄끄러운 듯 결이 맞지 않는 사람이 3인 비율이면 되는 것이다. 조금 편하게 내려놓고 그 사실을 수용하면 된다. 부정적인 3 때문에 긍정적인 3을 보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의 에너지를 헛된 일에 빼앗기는 것이다. 그냥 '아, 그이와 나는 이런 쪽이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되었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한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이 숫자의 비율은 적용된다. 그 사람의 10이 다 좋을 수는 없다. 찰떡궁합인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환하게 밝혀주며 빛나는 순간이 3, 각자의 생활에 파묻혀 무심히 지내는 시간이 4, 뭔가 서로 맞지 않아 삐그덕거리며 조금은 불편해지는 때가 3이 아닐까?


 '지금은 이쯤 되는 시간이구나.'

 더 이상 집착하지 않고 객관화시켜 보면 그 순간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흘려보낼 수 있다. 긍정적인 감정들은 더 귀하게 아낄 수 있다. 지금의 이 감정의 주소를 알고 그 배경을 알고 나면 그냥 지나가기까지 가만히 기다릴 수 있다. 섭섭하게 여겨지는 3의 시간에 머물러 있을 때면 찬란하게 빛났던 3의 순간에 대한 감사로 섭섭함을 받아들이며 우리 또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 평균 비율이라는 숫자에 나도 예외가 아니라는 자각으로 평온을 되찾는다.


 나만 특별한 예외의 부류에 속하는 존재가 아니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서로 늘 챙겨주고 집중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놓여날 수 있다.

 상대방과 함께하며 소통하고 공감하는 시간 3, 의식주에 소요되는 일상적인 노동과 일처리 시간 4, 각자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 3.

 이 균형을 잘 유지하는 삶 속에서 자유로울 것이다. 집착과 갈등으로 요동치는 파도를 잔잔한 평온의 물결로 잠재울 것이다.


지금은 좀 많이 힘든 시간이지만 돌이켜보면 3:4:3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무난한 시간들이었음에 감사한다.


처음 만난 그 순간이 좋았지

처음 느낀 그 눈길이 좋았지

정다운 그 손길이 좋았지

처음 받은 그 마음이 너무 좋았지


언제나 만나서는 즐거웠지

언제나 다정하게 속삭였지

언제나 둘이서만 걸었지

하루하루 사랑을 키워갔었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둘이 둘이, 둘만이 둘만이

이 세상 끝날까지 함께 살리라


처음 받은 그 마음이 너무 좋았지


                송창식  <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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