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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Oct 15. 2023

자라섬 나들이

 고마운 선물

 7년째 이어지고 있는 글쓰기 모임, 일꼬스모.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이 모임 속에 7년 간의 나의 역사가 들어 있다. 글쓰기라는 내밀한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좀 더 깊게 많이 안다.

 작년 9월, 연천 호로고루 성으로 해바라기 구경을 다녀온 지 꼭 1년 만인 2023년 9월 8일 금요일, 가평 자라섬으로 나들이 계획을 잡았다.


 각자 교통수단을 선택하여 9시 전후 가평역에서 만나자는 총무님의 공지가 카톡방에 올라왔다. 참석하기로 한 일곱 명의 회원들이 각자의 교통수단 이용 방법들을 올려왔다. 중구난방, 혼돈 그 자체인 회원들의 반응이었다. 열차 예매를 끝냈다는 사람, 전철 노선 안내를 올리는 사람, 몇 시에 어디서 만나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사람. 나는 7호선과 상봉역에서 환승하는 경춘선을 이용하기로 했다.


 "ITX 열차 예약 예매해 본 적 없고 할 줄 몰라요."


 마치 나의 대변인인 듯한 반응도 있었다. 보다 못한 총무님이 결단을 내렸다. 당신이 예매한 차표들을 취소하고 승합차로 참석자 모두의 상하행 길을 감당하겠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이견 안 받습니다."라는 센스 있는 멘트로 도장을 콱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不敢請이언정 固所願이라.

 "쵝오입니다."라는 댓글까지 달아가며 격하게들 반겼다.


 당일 아침 차례차례 집 가까운 곳을 들러 여섯 명을 다 태우고 가평으로 향하는 승합차는 '달리는 카페' 바로 그것이었다. 준비해 온 간식과 음료들을 나누었다. 언제나 어디서나 선선히 앞장서서 뛰어난 재능 기부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희생헌신의 화신, 우리 총무님 덕분에 이제 막 찾아오기 시작한 가을을 만나러 간다. 산 좋고 물 맑은 가평이라는 곳,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자라섬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공유한다.'는 인스타그램 대세인 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 자라섬 곳곳은 포토존으로 꾸며져 있었다. 인공의 손길이 많이 느껴졌지만 오래된 자연의 울창한 숲들이 그들을 모두 품어 주어 최소한의 품위는 유지하는 듯했다.

 사진, 사진, 사진. 너도 나도 많은 사진들을 남기며 잘 꾸며진 넓은 공원의 아름다운 경치들을 지나갔다. 맨발 걷기도 했다.


 마지막 목적지인 호명호수 입구에서 되돌아 나오는 길에도 섬세한 손길로 조성된 다양한 구조물들이 참 많았다. 호박, 조롱박, 수세미, 여주 등 넝쿨 식물들이 주렁주렁 열매 맺고 있는 퍼골라 터널을 지나며 '뱀오이'라는 식물 이름도 알게 되었다.


 미리 검색해 놓은 근처 유명 맛집에 들러 가성비 높은 푸짐한 점심을 먹고 북한강 강줄기에 자리 잡은 카페로 향했다. 물가 테이블을 차지하고 회장님이 준비해 오신 수필 '존재 증명'을 감상하고 의견들을 나누었다.


 근처 대성리에서 맛난 순댓국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선배의 음식점을 꼭 들러야 하며 그곳에서 저녁을 대접하고 싶다는 한 회원의 강력한 제안으로 대성리로 향했다. 후배와 함께 온 일곱 명 일행에게 푸짐한 명품 식사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 주신 넉넉하고 온화하신 사장님. 사모님이 독창적으로 계발하셨다는 김치 순댓국까지 맛보고 지척에 있다는 스페인 마을을 소개받았다. 자동차로 5분 거리였다.


 사장님의 따님이 운영한다는 Cafe de Casa가 그곳에 있었다. 곳곳에 포토존이 꾸며져 있었다. 네이버의 어느 방문 후기에는 애인의 사진 백 장을 찍을 각오를 하고 방문해야 한다는 글귀까지 있었다. 7시에 영업을 종료한다는데 6시 40분에 도착한 우리들도 이곳저곳을 사진에 담느라 바빴다.

 커피랑 코코아, 따끈한 과일 주스로 하루를 마감했다.

 회비 3만 원으로 시작한 오늘 하루 일정. 여러 회원들이 각자 개인 호주머니를 열어 부족한 경비를 많이 보충해 주었다.


 눈호강, 입호강으로 함께한 하루. 일일이 각자의 집과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다시 태워다 주고 모든 일정과 잡다한 뒤치다꺼리를 조용히 처리해 준 총무님의 노고와 서로 보살피고 감싸주는 회원들의 화기애애한 사랑 속에서 9월 하루의 찬란한 나들이가 마무리되었다. 9시 30분, 집으로 돌아왔다.


 나이가 가장 많은 나를 기꺼이 품어 주고 참아 주는 회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남편의 장례식 보름 만에 참석한 월례 모임에서 가곡 '마중'을 불러 주어 손수건 한 장을 흠뻑 적시게 만든 2023년 7월 27일. 편도 네 시간 반이 걸리는 함안까지 와서 남편과 함께 귀한 시간을 보냈던 2019년 4월 13일. 장례식장을 찾아주고 장례 미사에 함께하며 남편을 추모해 준 2023년 7월 14일. 회원 한 분이 브런치에 올려 준 위로의 글 '슬픔 잊기'.


 일꼬스모에 녹아 있는 내 역사의 여러 장면들을 기억하며 고맙다는 말로 자라섬 기행문을 닫는다.


  마중    

   하림 시   윤학준 곡


사랑이 너무 멀어 올 수 없다면 내가 갈게

 한마디 그리운 저녁  

얼굴 마주하고 앉아

그대 꿈 가만가만 들어주고

내 사랑 들려주며


그립다는 것은 오래전

잃어버린 향기가 아닐까


사는 게 무언지

하무뭇하니 그리워지는 날에는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그립다는 것은 오래전

잃어버린 향기가 아닐까


사는 게 무언지

하무뭇하니 그리워지는 날에는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꽃으로 서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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