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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Oct 18. 2023

벌초

 마산을 거쳐서

 3년 전 여름, 2년 간의 고향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서울로 떠나온 이후 한 번도 다시 가 보지 못한 함안. 결혼 이후 함안 방문을 이렇게 긴 시간 건너뛴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적어도 네댓 번 이상 해마다 거르지 않고 다녀갔던 함안. 올해는 추석을 2주일 앞둔 9월 16일로 벌초일이 정해졌다.

 발병 이전에는 항상 남편이 내려가서 벌초에 동참하고 스무 명 남짓한 4촌 5촌 6촌 친척들에게 점심을 대접해 주고 돌아오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남편이 자리를 비운 첫해, 그 자리를 대신해 주고 싶었다. 먼 거리, 빗속을 마다하지 않고 장례식장을 찾아준 고마움에 대한 인사도 치러야 했다. 시동생은 회사일로 외국 손님 접대가 잡혀 있다고 했다.

 3박 4일 일정으로 서울을 출발했다.


 첫날, 9월 13일 저녁나절에 도착한 마산 시외버스터미널. 마중 나온 큰시누와  눈길이 마주친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뜨거운 눈물로 인사를 대신했다. 장례 이후 두 달 만의 첫 만남이다. 시누가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둘은 서로 몸을 기댄 채 그냥 눈물 속에서 할 말을 잊었다.


 주차장 도로변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매부의 승용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함안살이 2년 동안 참 많이도 동승했던 승용차다. 부산의 작은시누까지 합세하여 다섯 명이 함께 타고 이곳저곳 경치 좋은 곳을 자주 여행 다녔다.

 산청, 합천, 문경, 함양, 영주, 남원, 수안보ᆢ.

 짙푸른 녹음과 화려한 단풍 속, 물 맑은 흙길을 걷고 좋은 곳에서 자며 준비해 간 맛난 음식들을 먹었다. 맛집들도 빼지 않고 들렀다.   


 가난한 시골, 병약한 부모님 밑에서 함께 유년을 보낸 시누들의 오빠를 공경하는 마음과 동생들을 안타까워하는 남편의 애틋함은 그 역사가 길다.

 서로에게 감사했던 지나간 시간들이 이제는 다시 나눌 수 없는 귀한 시간들이 되었다. 그 시간들이 이렇게 마음 아프게 기억될 줄은 우리들 중 아무도 몰랐다.

 집 앞 식당에서 미리 주문 예약해 놓은 생선회를 찾아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장남인 남편과 성격이나 행동이 많이 비슷한 두 살 터울 장녀 큰시누이는 살림 솜씨가 야무지고 빈틈없다. 집안 구석구석 집기 하나하나 먼지 없이 깔끔하고 새것처럼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다. 정성스럽게 준비해 놓은 저녁 식사를 넷이 아닌 셋이서 먹었다. 남편 없이 나 혼자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밝고 화기애애했던 웃음 대신 적막한 우울이 짙게 깔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것을.


 식사 후 어두워진 시간,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시누의 저녁 운동에 따라나섰다.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맨발로 걷는 일이다. 스무 명은 됨직한 활기찬 사람들 속에 섞여 운동장 한 귀퉁이에 나란히 신발을 벗어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운동장 흙 위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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