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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Aug 01. 2021

 브런치, 글 바다.

  글 바다, 브런치. 바다가 그렇듯이 브런치는 그 속에 무궁무진한 자원을 담고 있다. 바로 '작가'라는 자원이다. 이들이 경험한 희로애락의 감정과 배워 익힌 지식과 살아낸 지혜들이 글로 표현되어 살아 움직인다. 글 속에 담긴 기쁨과 즐거움은 읽는 이도 함께 흐뭇하게 미소 짓게 하고 분노와 슬픔은 같이 화를 내는 것을 넘어 가슴 아픈 눈물을 흘리게도 한다.


 7월 18일, 브런치에 올라온 어느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정말 마음이 아팠다. 이 끔찍한 사연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겪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그러했다. 일면식도 없지만 고통을 주는 그 상대방이 너무 미웠다.


 사실 본인이 겪은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두려움은 이런 솔직한 글쓰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글이 감당하는 큰 역할이 있다. 읽는 이들을 일깨우는 생명력이 있다. 글은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정면 교사 역할도 하고 절대 이런 짓은 안 해야지 하는 반면교사의 가르침도 준다.


 어느 어머니의 자서전에 딸이 쓴 머리말이 있었다. 드문 경우인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그 글에도 이런 구절이 있었다.


  ㅡ어머니의 글을 읽는 것은 남의 글을 읽는 것과는 달라서 늘 무언가 힘이 든다. 어머니와 내가 같이 보낸 사십 년 훌쩍 넘는 시간들, 우리가 그동안의 일상에서 꺼내기 머쓱했던 깊은 속내들을 어머니의 글은

 "이것이 나입니다. 나를 좀 봐주세요."

 하면서 나와 우리 가족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다. ㅡ


 직접 그분을 뵌 적은 없지만 간접적인 인연으로 알고 있는 분이다. 가족 문제에 큰 아픔이 있었지만 그 자서전에서는 아주 상징적으로 짧게 묘사하고 있었다. 삶의 다른 모습들에 가려져 그 비중이 아주 작았다.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잘 모르지만 가족들은 그게 무슨 글인지, 그 속에 얼마나 큰 고통이 들어 있으며 그걸 어떻게 아프게 견뎌왔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힘이 들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고통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그 고통을 외면하고 덮어둔 채 살기에는 너무 힘들었기에 그 고통을 직시하고자 그리고 해답을 찾아보고자 글로써 정리해 보는 것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나 중심적인 것이기에 왜곡되고 편향되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삼인칭화시킨 소설을 권하나 보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한 꺼풀 뒤에 숨어 있을 수 있으며 내놓고 상처 입는 당사자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내 고통이 너무 절실하기에 글로써 정리해 보는 것이다. 나와 대화하고 제삼자인 타인들과도 대화하며 길을 찾는 것이다. 더 이상 헛되이 반복되는 혼란과 고통을 계속하지 않으려는 몸짓이다. 고통과 갈등의 대상자인 당사자가 이 글로라도 소통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도 있지만 그것은 접었다. 불가능했다. 오히려 내가 이런 글로 상대방의 역린을 건드리는 건 아닌가? 혼자 뭘 모르고 잘난 척 어리석은 짓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자기 검열의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수필 글쓰기를 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한 수단으로 선택한다. 그냥 잊어버리고 넘어가기에는 좀 무겁고 기억하여 간직하고 있기에는 너무 무거운 온갖 생각과 감정들을 글로써 정리해 털어 버리고 또 새로운 출발을 위해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따뜻하고 편안하고 행복한 글이 많은 사람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지만 어둡고 아프고 시린 글에도 감동이 있다. 이런 삶도 있기 때문이다. 같은 처지의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한 개인의 삶에도 따뜻하고 긍정적인 부분과 어둡고 부정적인 부분의 양면이 다 들어 있다. 빛과 그림자. 삶의 흐름은 복잡다단, 변화무쌍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래서 아픔도 기쁨도 분노도 평화도 모두 내 글의 소재로 다시 태어난다.


 좀 더 평화롭고 좀 더 남을 품어 안으며 감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 누군가와도 좋은 관계로 남고 싶다. 함께 더 행복한 시간을 나누고 싶다. 그 소망을 마음에 품고 오늘도 이런 글을 쓰기 위해 시간과의 싸움을 한다.



 2021년 7월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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