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늘, 브런치.
"엄마, 요즘 사람들은 너무 인문학에 관심이 없어요."
잠시 후에 한마디 덧붙인다.
"브런치 사람들은 안 그런 것 같지만요."
아빠를 뵈러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들르는 아들과 함께 종종 허밍웨이(Humming Way)를 산책한다. 그 길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오고 간다. 그중에서도 책 이야기가 제일 많지 싶다. 나는 아들의 풍부한 독서량과 방대한 책 내용들에 대해 대화의 상대가 못 되는 편이지만 열심히 맞장구치며 들어준다. 듣는 사람은 간접적으로 견문을 넓히게 되고 말하는 사람은 스스로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고 조절하게 되니 듣는 나와 말하는 아들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이다.
아들의 도움을 받아 브런치와 인연을 맺은 지 두 달이 가까워 온다. 한여름 무더위를 지나는 남편의 어려운 투병 기간 동안 브런치는 나의 소중한 친구가 되어 주었고 힘든 일상을 견디어 내는 데 큰 힘을 보태 주는 버팀목 역할을 해 주었다.
처음에는 다양한 소재와 주제로 멋진 글을 올리는 수많은 작가들에게 감동받았다. 직업, 나이, 성별, 성향, 관심사, 살아가는 모습, 주거 지역 등이 정말 다양했다. 멀리 외국에서 참여하고 계시는 분들도 많았다. 공통점은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한결같이 성실, 근면하다는 것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편안하게 믿고 좋아할 수 있었다.
브런치 가족들의 대부, 대모님으로 여겨질 만큼 넉넉한 품을 가지신 분들도 여러 분 계셨다. 알콩달콩, 아기자기하게 엮어가는 따뜻한 일상도 있고 흔들리고 힘들어하며 뚜벅뚜벅 험한 세파를 헤쳐 나가는 굳센 의지들도 있었다.
이런 세상이 있었구나!
그래서 <브런치, 글 바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한 편 올렸다.
두 달 정도 매일 브런치와 만나 많은 작품들을 읽고 감상하는 과정에서 그 글들 속에서 빛나고 있는 아름다운 정신들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또 한 번 브런치에서 느낀 그 감동을 글로 남겨보고 싶다.
제목은 <브런치, 별 하늘>.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수많은 역동적인 생명들로 연상되는 작가님들에게 감동을 받아 <브런치, 글 바다>를 썼다면 이번에는 그분들이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리고 사진으로 찍고 동영상으로 편집하여 올린 다양한 전문 분야의 작품들에서 느낀 감동을 남겨 보고 싶어졌다.
브런치 속에는 문학, 경제, 역사, 과학, 의학, 여행 그리고 요리까지 무궁무진한 세계가 펼쳐져 있다. 작가님들의 노력과 정성이 담긴 글들은 하나하나 모두 별처럼 빛나고 있다.
한 편 한 편의 작품들 속에 그만의 고유한 색깔로 담겨 있는 밝음과 어두움, 과거와 현재와 미래, 고난과 역경, 소망과 감사, 사랑.
소박하고 아름다운 생각과 말과 행동들이 찬란히 빛나는 별과 같기에 <브런치, 별 하늘>이라는 제목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작품으로 내가 만난 작가분들은 브런치 가족 전체의 지극히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글을 통해 만나는 그분들의 일상과 사고들이 빛나는 별처럼 나를 한 단계 끌어올려주고 자칫 힘들어하며 안일해지기 쉬운 인생길의 믿음직스러운 스승과 도반이 되어 준다.
혼자 읽기 아까운 글들은 친구들이나 가족 카톡방에 공유하기도 한다. 가족들도 종종 브런치에 들러 라이킷을 꾹꾹 눌러 준다. 일상의 분주함에 휩쓸려 평소에 미처 나눌 겨를이 없었던 이야기들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다. 나에게는 아주 유용한 소통의 장이다.
점점 더 많은 작가분들을 만나게 되면 별 하늘의 은하수 길이 이뤄지리라. 대면 모임이 어려워지고 또 쉬이 집을 벗어날 수 없는 개인적인 상황이 되어버린 현재, 이곳 브런치 안에서 마음껏 바다를 헤엄치고 힘차게 하늘을 나는 행운을 누린다.
각박한 세상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인문학의 향기도 선물로 받으면서.
작가님들을 포함하여 브런치 공동체를 살찌워 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2021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