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히 흘러가는 삶이라는 강물은 시시각각, 굽이굽이, 다른 넓이와 깊이를 가지는 듯하다. 좁은 골짜기를 따라 맑은 물로 졸졸 흐르기도 하고 큰 폭우를 만나 넘쳐나는 흙탕물로 분탕질 치며 성난 기세로 바닥에 깔린 자갈돌까지 떠메고 가기도 한다. 때로는 넘쳐나는 그 수량을 다 품을 수 없어 둑을 무너뜨리며 범람하기도 한다.
그러나 꿈의 목적지를 향하는 그 큰 흐름은 변함이 없다. 그분이 이끌어 주시는, 드넓은 바다에 이르리라는 약속. 넘기에 벅찬 장벽을 만나 일순 흐름을 멈추는 듯 느껴져도 시간이 흘러 인내를 배우면 그것을 뛰어넘어 또다시 흐른다. 깊어가는 모든 물길이 피안과 차안,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그 종착지를 향해 모든 것을 끌어안으며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10월 6일부터 21일까지 15박 16일.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주최하는 '2019 산티아고 순례길 치유 여행'에 남편과 함께 참여했다. 이 여행은 내 삶의 강물에 커다란 획을 하나 그었다. 치유의 획. 그 치유의 획을 그은 굵직한 붓 세 개를 들자면 산티아고 순례길과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그리고 바르셀로나의성가족 성당이다.
'가톨릭의 장녀'라고 불린다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자연과 구겐하임 미술관의 예술과 성가족 성당의 신앙이 함께 구원을 약속한다. 이 땅에서의 유한한 삶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상처입지 말고 영원한 빛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계속 발걸음을 옮기라고 속삭여 준다.
멀고도 긴 여행 후 목이 꽉 잠기고 기침이 쏟아지는 육체적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마음은 풍요롭고 평화로웠다. 함께한 45명의 여행 도반들이 들어 있는 밴드에 이런 후기를 남겼다.
부엔 까미노~~!!, 올라~~!!
정겹고 그리운 말입니다. 깊이 가라앉는 답답함을 떨쳐 버리려 휭하니 나선 동네 산책길에서 산티아고의 그 매력적인 순례길을 만납니다.
기억 속에 풍요롭게 자리 잡은 그 순례길의 잔상들이 나에게 "부엔 까미노~~!!"를 속삭이며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의 익숙한 아름다움을 한층 더 깊이 깨닫게 해 줍니다.허허로웠던 마음을 평안과 따뜻함으로 가득 채워 줍니다. 명상과 나눔이 함께했던 그 순례길에서의 학습 효과인 듯합니다.
가을로 깊어가는 모든 길이 보이지 않는 그 종착점을 향해 길게 뻗어 있습니다. 각자의 진지한 꿈을 좇아 이 여행의 동반자가 되셨던 모든 회원님들, 노심초사 이 여행을 기획하시고 진행하시면서 진정한 힐링을 일구어 내신 고도원 님과 아침지기 여러분님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이어지는 이 아름다운 길 위에서 평안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Buen camino
스페인어로 직역하면 '좋은 길'이라는 뜻이다. 그 속에 숨겨진 진짜 뜻은 '좋은 여행이 되길ᆢ' '당신의 앞길에 행운이 함께하길ᆢ'이다.
스페인의 까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로 가는 길)를 걷는 순례자들에게 하는 축복과 행운을 기원하는 말로서 그 순례길에서 마주치는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과 이 인사말을 주고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