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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Sep 09. 2021

성가족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신앙의 품

 

 여행 11일째인 10월 16일 수요일.

 오늘은 걷기 마지막 구간인 팔라스 드 레이에서 아르수아까지의 30km를 걷는 날이다.

 부슬부슬 가랑비로 시작한 비가 끝까지 그치지 않고 제법 세찬 비바람으로 변해 온 대지를 적셔 내렸다. 얇은 비닐 비옷 속에 배낭을 메고 스틱을 짚고 낯설고 황량한 먼 길을 철저히 혼자가 되어 꿋꿋이 끝까지 잘 걸었다.


 이튿날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거쳐 땅끝 마을 피스테라에 이르러 대서양 바다 명상 시간을 갖고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까사 밀라와 까사 바띠오, 구엘 공원을 거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 성당에 도착했다.

 공간과 빛을 감상하며 자연 속에서 신을 만나는 곳이라고 했다. 1만 3천 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툭 트인 높고 넓은 공간. 온갖 자연의 색깔들을 다 모아놓은 듯 화려하게 채색된 스테인드 글라스로 뒤덮인 천정과 벽. 그들을 통해 쏟아지는 찬란한 빛의 향연.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수많은 조형들.

 눈길 가는 곳마다 어디 한 곳 빠짐없이 장인들의 손 끝으로 빚어낸 찬미와 찬양, 감사의 신앙 고백이 자리 잡고 있었다. 모든 것이 독창적이고 파격적이었다.

 이 성당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십자고상. 성당 앞에 마련된 제대 위가 아니라 제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그 위로 밝으면서도 무게감 있는 짙은 노랑의 채광이 쏟아져 내렸다. 모든 관광객들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한참씩 우러러보지 않을 수 없다. 카메라 플러쉬들이 쉬임 없이 터졌다. 우리 죄를 대신하여 겪으시는 예수님의 십자가상 고통을 최선을 다해 위로해 드리고 용서를 빌고 싶은 마음을 가득 담은 빛의 예술이었다.



 건물의 외벽은 차가운 대리석 표면을 일일이 쪼아내어 따뜻한 느낌으로 바꾸는 삐까삐아데라 기법으로 다듬어 성경 이야기 장면들을 빼곡히 조각해 놓았다.

 동쪽은 예수의 탄생, 서쪽은 예수의 수난, 정문 쪽은 예수의 영광을 그려내는 성경 이야기들이다.

 묵주기도의 환희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를 떠올리게 한다.



  대장장이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 2대의 장인 정신을 이어받은 가우디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깊은 신앙심으로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 쪽으로 눈을 돌렸다.

 글자도 모르며 생계에 쫓기느라 교회에 올 여건도 되지 않고 성당 내부로 근접하기조차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 그들이 삶의 터전인 일터와 집을 오가며 이곳을 스쳐 지날  눈에 띄는 건물 외벽에 새겨진 조각 작품들을 바라보며 성경이 전해주는 복음을 읽어낼 수 있기를, 그들의 간절하고도 신실믿음을 봉헌할 수 있기를, 구원과 은혜를 약속하신 신과 소통할 수 있기를 는 소망했던 것이다.

 성가족 성당의 또 다른 위대함이 바로 여기에 있었구나.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세계 그 어느 성당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특출한 예술품, 눈에 보이지 않는 아버지 하느님의 위대하심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눈에 보이는 건물로 표현해 낸 뜨거운 선물. 고귀한 신앙의 산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 성당♡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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